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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4. 01:37 여행

 휴가를 계획할 때, 처음부터 비즈니스 클래스를 탈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어느 나라를 갈 것인가를 고민하다 막연하게 포르투갈이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정하게 되었고, 그 다음에 항공편을 알아보다 보니 아직 인천-리스본 직항이 없다보니 환승 항공사를 두고 고민하던 중에 금요일 자정에 출발하고, 리스본 도착시간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에미레이트도 그 중 하나였는데, 항공사 홈페이지를 찾아보던 중에 우연치 않게 발견한 비즈니스 클래스의 픽업서비스가 눈에 띄었다.


 작년까지는 싸거나 스케줄 괜찮은 항공사의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해왔고, 한 번도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해본 적이 없기에 이번 기회에 한 번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조금 망설이기는 했지만, 주저없이 역대 최고의 예산을 투입하여 작년 뉴욕행에 1.5배에 달하는 운임을 지불하며 비행기표를 예매하게 되었다. 예매와 동시에 어플리케이션을 깔고 좌선선택에 들어갔는데 출발 2달 전이었지만 이미 많은 자리가 차 있었고, 몇 자리 안남은 창가쪽 자리를 간신히 예약할 수 있었다.


 목적지로 향하는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한 후,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론리플래닛 포르투갈편을 한 권 구입했고, 숙소 예약을 제법 서두른 이유는 리스본 공항과 호텔을 오가는 픽업 서비스 예약때문이기도 했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휴가 출발일이 다가오게 되었다. 출발은 금요일 밤이었는데, 금요일에는 캐주얼 차림의 출근이 가능하다보니 여느때와 다름없이 출근준비를 하며, 캐리어만 들고 집을 나서게 되었다. 물론 출근시간대에 민폐가 될 것 같아서 택시를 타고 출근하였다.


 픽업은 저녁 7시에 사무실 앞으로 예약하였고, 당일 아침에 확인전화를 한 번 받게된다. 시간과 장소에 대한 확인이 끝나면 요청한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기사분으로부터 전화를 받게된다. 금요일에 모든 업무를 마치고, 인수인계서까지 작성한 다음 전화를 받자마자 캐리어를 들고 차량에 탑승하면서 휴가가 시작되었다. 인천공항을 오가는 차량은 K9이 오게 된다. (다른 후기들을 읽어보면 다른 차량이 온 적도 있는 것 같으나 2018년 9월 기준으로는 K9인 것으로 보임)



 두바이에서 리스본으로의 항공편은 하루 2편이 있었는데, 2시간 대기편과 10시간 대기편 중에 잠깐이나마 두바이 구경을 하기 위해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EK의 경우 대기시간이 길면 잠깐 머물 수 있는 호텔을 제공해주는데, 제법 괜찮은 서비스라 할 수 있으며, 픽업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발권할 때 주는 바우처에 호텔 이름과 편명 정보가 기재되어 있으니, 두바이 공항에 내려서 Chauffeur Service라는 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 그곳에서 비즈니스 클래스 담당 직원에게 바우처를 보여주면 내용 확인 후 공항 밖에 있는 픽업기사들이 있는 곳으로 나가도록 안내를 받게된다.


 호텔에 도착해서 바우처를 보여주면 방과 조식에 대한 안내와 더불어, 출발하는 항공시간에 맞춰 예약된 픽업서비스에 대한 안내도 받게된다. 리스본행 비행기는 2시 25분 출발이었고, 호텔에서 12시 25분까지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두바이 공항에 비행기가 도착한 시간이 현지시간으로 새벽 5시경이었고, 호텔 체크인까지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호텔에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조식을 마친 후 아침 8시가 조금 못된 시간에 외출이 가능했다.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후 짐을 챙겨서 체크아웃을 하고 기다리다보면 차량이 왔다는 안내를 받게된다. 이번에는 밴이 와서 비슷한 시간대에 출발하는 사람들을 함께 공항으로 향하게 된다. 두바이 구경 후 출국할 경우 가지고 있는 짐에 대한 보안검색을 다시 받아야 하는데, 인천-두바이 구간에서 받은 어메니티에 향수나 쉐이빙폼과 같은 것들을 들고 탈 수 있을지 의문이었으나 소량이다보니 무사히 보안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두바이 공항의 경우 3터미널은 에미레이트항공 전용 터미널이고, 1개층 전체를 라운지로 사용하다보니 라운지에 들어가서 탑승 게이트에 가까운 자리에서 기다릴 수 있는 편리함이 있었지만,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는 조금 많이 걸어다녀야 한다. 그리고 코스타커피는 아예 비즈니스 라운지 안에 입점하여 밖에서 파는 것과 동일한 메뉴를 무료로 제공해주기도 한다.


 리스본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인천-두바이 구간보다는 조금 떨어지고, 내가 앉은 자리의 팔걸이가 살짝 부서져있기도 했지만, 서비스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번의 장거리 비행을 모두 누워서 할 수 있었던 것이 여행의 피로를 덜해주는 것 같았다. 지난 번 뉴욕여행 및 이전의 휴가와 비교해서 너무나 좋은 컨디션으로 한 주일을 보내고, 복귀한 다음날 큰 어려움 없이 출근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인 것 같다. 올해 시작한 운동으로 인해 체력이 좋아진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누워서 잠을 청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컷던 것으로 보인다.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제법 큰 예산이 들었던 것을 제외하면 이번 휴가의 비즈니스 클래스 선택은 추가로 들어간 금액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출/도착지는 물론이고 환승 공항에서 식사나 차를 즐기기 위한 추가적인 지출도 없고, 무엇보다도 여행의 시작과 끝을 매우 편하게 마무리 할 수 있는 픽업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무척 높았다. (리스본 공항에서는 모두 벤츠 E클래스로 서비스가 제공되었다.) 이 정도의 서비스라면 내년에 다시 한 번 유럽을 찾게 된다면, 에미레이트 비즈니스 티켓 구매를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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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25. 02:58 여행

1.

 올해 휴가도 어김없이 9월 초에 다녀오게 되었다. 극성수기를 살짝 피해 다녀온 것 까지는 좋았으나, 업무에 복귀한 주가 하필이면 추석 전주이다 보니 출근을 한 이후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쁜 한주를 보내야만 했다. 개인적으로는 어디를 가든 북반구의 국가라면 9월이 가장 좋은 시기라 생각하지만 추석 연휴가 이렇게 이어지게 된다면 이런 스케줄로의 휴가는 좋지 않은 것 같다.


 회사 업무는 어떻게든 내가 없어도 돌아가기 마련이고, 내가 주고가는 만큼 받는 것이 있으니 휴가를 가있는 동안에는 한국쪽 소식은 전혀 돌아보지도 않았고, 회사 메일은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다. 어차피 시차가 있다보니 열어본다 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기도 했다. 그리고 휴가를 가서 업무 메일을 본다는 것은 인수인계 해준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의미도 되기에, 이는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덕분에 복귀한 첫 월요일부터 정신이 없긴 했지만, 휴가 다녀온 주 치고 그렇지 않은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


 이번에 포르투갈로 목적지를 정하게 된 것은 여러가지 작은 이유가 있었으나 우선 아직 가보지 못한 나라인데다, 올 봄에 다녀온 해남 땅끝마을의 영향도 없지 않았다. 한반도의 끝을 다녀왔으니 그 반대편 끝인 호까곶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7월 초에 비행기표를 구매할 때까지 그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물론 대항해시대 시리즈를 하며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이기도 하기에 게임에서만 보던 도시에 간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휴가를 준비하면서 늘 그랬듯이 그 주에 있는 축구경기를 찾아보았고, 아쉽게도 A매치 주간이 걸리다보니 국내 리그경기는 못보게 되었다. 아쉬운대로 국가대표 경기를 예매하였는데, 하필이면 이번 국가대표 소집에 호날두가 불응하게 되면서 다소 아쉬움이 남긴 했다. 그래도 포르투갈-이탈리아의 UEFA 네이션스 리그 경기를 볼 수 있었던 것을 다소 위안으로 삼을 수는 있었다. 이 정도 대진이면 그래도 괜찮은 매치업이라 할 수 있으니까.


3.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몰랐지만,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에미레이트 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에 포함된 픽업서비스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최종적으로 항공사 및 스케줄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이 서비스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이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바람에 망설임 없이 비즈니스 클래스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물론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매년 2인의 휴가예산을 생각하고 있다가 올해도 아쉽게도 혼자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다보니 그 예산을 모두 나에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고, 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내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좋다. 하지만 때때론 이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동반자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매우 불행하거나 절망스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은 외로움이 느껴질 때도 있고, 이 좋은 풍경과 맛있는 음식을 혼자서 즐기는 것이 아쉬울 때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휴가를 가면 그 기간동안 모국어를 잊고 살아야 하는 것도 때로는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내가 인생의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대로, 의도한대로 풀리지는 않다보니 올해도 작년과 변함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어쨌듯 에미레이트 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퇴근 후 회사앞 픽업으로 시작해서, 대기시간 동안 두바이 공항 앞의 호텔까지 왕복 픽업, 그리고 리스본 공항에서 숙소까지, 여행 마지막날 호텔에서 리스본 공항 그리고 인천공항에서 집까지의 픽업은 이번 휴가를 더할나위 없이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라운지의 이용은 공항에서의 추가적인 지출을 줄여주었고, 모든 비행 구간에서 누워서 잘 수 있었던 것도 좋은 컨디션으로 여행을 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아마도 내년 휴가도 비즈니스 클래스를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왕이면 출/도착지에서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동계 항공사를 통해서 말이다. 첫 경험이라 다소 신기하고 훌륭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그리고 작년 뉴욕 여행때보다 많이 감량도 하고 운동도 하다 떠난 휴가라 체력적으로도 훨씬 좋은 상태였기에 더할 나위없이 훌륭하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 경험을 통해 꾸준한 운동, 그리고 더 비싼 항공권의 필요성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다. 포르투갈 여행 이야기는 시간이 되는대로 이어서 적어볼 생각이다.




posted by Bogdanovic
2018. 1. 29. 20:55 여행

  호텔 조식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었다. 숙소 예약하는 사이트에서 많은 사람들이 추천해주기도 했지만, 이 정도면 아침에 찬바람 맞아가며 멀리 음식점을 찾아 돌아다닐 이유가 없어보였다. 이는 내가 잡은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편의점이 걸어서 10분은 가야하고, 주변에 딱히 눈에 띄는 식당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 체크인 할 때 조식을 일식과 서양식(이라지만 빵과 커피정도)을 고를 수 있는데, 일식을 택하면 방으로 원하는 시간에 가져다준다. 서양식을 고르면 인근 카페로 가야하는데 호텔 로비에 여러 사람이 같이 식사할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조식을 먹고 우지로 향했다. 전날 실수로 구입한 지하철+버스 1일권은 교토에서는 정말 쓸모없는 과소비라 할 수 있다. 어지간한 갈만한 곳들은 사철을 이용하거나 버스면 다 갈 수 있기에 비싼 돈 주고 버스+지하철 패스를 구입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한 번 구입한 패스는 환불하려면 사용하지 않은 바우처를 반납하면서, 200엔의 수수료도 물어야 하고, 사유서도 작성해야 한다. 1년 반만에 오면서 구글지도에 익숙해지다보니 교토 버스에 대해 잠깐 망각을 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버스+지하철패스 구입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패착이었다.

 

 ICOCA카드 덕에 이동은 제법 편리했다. 내릴 때 빠져나가는 금액은 적지 않았지만 바쁜 업무에 시달리다 쉬러와서까지 이것저것 복잡하기 생각하기는 싫었기에 이 방법도 나쁘지는 않았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역에서 열차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니 우지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내려서 걷다보니 JR우지역이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는 이 JR라인을 타고 올라오다 여우신사에 다시 들리게 된다.

 

 이번 여행의 두 번째 패착은 바로 이 날 패딩을 안입고 바람막이를 입고 나온 것인데, 습한 날씨 때문인지 영상의 기온인데도 제법 쌀쌀했다. 아무튼 뵤도인은 역에서 걸어갈만한 거리에 위치해있다. 혹시나 해서 교토에서 구입한 패스와 더불어 제공되는 바우처를 내밀어보니 우지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산책해볼만 한 곳이다. 장소가 넓지 않아 그리 오래걸리지는 않는데, 안에서 차 한잔 하면서 찬찬히 둘어보다 나오기 좋다.

 

 점심식사는 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있는 소바집에서 해결하고, 다시 열차를 타고 교토로 돌아오는 길에 여우신사에 다시 방문한 이유는 전날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해보니 사진들이 거의 어두운 것들만 남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라시야마까지 바로 가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날 거의 끝까지 올라가 봤으니 중간쯤 올라가서 사진만 찍고 내려왔다.

 

 교토역에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패스를 버스 1일권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버스 1일권을 구입하면 같이 주는 지도를 보면 교토 시내의 어지간한 곳은 버스만 갖고도 다 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버스 요금이 비싼편이다 보니 3번 이상 버스를 타면 그래도 티켓 값은 뽑을 수 있다.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아라시야마로 향했다.

 

 이 날이 아라시야마 일루미네이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물론 일요일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지난해 봄에 왔을 때 보다 더 많은 것 같은 느낌이다. 우선 해가지기 전에 수많은 인파와 더불어 대나무 숲을 돌아보고 내려와 카페에서 몸을 녹였다. 대나무숲 초입에 있는 카페도 이름을 적고 대기를 1시간 정도는 한 것 같다. 커피와 어중간한 식사를 하며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겨울이다보니 해가 금방져서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으나, 밤이 되니 바람이 더 차다. 숙소에 두고온 패딩 생각이 간절했지만, 이제와서 돌아가기엔 너무 애매한 시간이 되어버린데다 방에 들어가면 다시는 안나올 것 같아서 호텔에는 저녁식사 후에 가기로 했다. 불을 켜둔 대나무숲과 그 일대 풍경은 제법 볼만했다.

 

 사진을 찍고, 버스를 타고 다시 교토역으로 돌아왔다. 근처에서 식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번 교토여행의 숙소는 정말 조용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저녁 9시 정도 밖에 안된 시간인데 거리가 매우 한산했고, 쌀쌀한 날씨에 하루종일 시달리다보니 방에 들어와서는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간식과 맥주를 사기 위해 외출을 하긴 했지만, 교토에서의 마지막 밤이 그대로 지나가는 것이 아쉬웠지만, 혼자온 여행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

 

 

 

posted by Bogdanovic
2018. 1. 20. 20:45 여행

 2017년 마지막 여행은 여러곳을 놓고 고민하다 오사카 왕복 항공권을 끊게 되었다. 남은 연차는 총 3개였는데, 크리스마스 이후에 2일 붙여쓰고 남은 하루를 따로 쓰려던 계획도 꼬이게 되면서 결국 바로 전 주에 3일을 몰아서 쓰게되었다. 결과론적으론 그 다음주에 미세먼지로 인해 항공기들이 무더기 결항되는걸 보며 운이 따른 선택이 되긴 했다.

 

 재취업을 확정짓고, 입사일이 며칠 안남은 시점에서 부랴부랴 다녀온 곳이 오사카/교토/고베였기에 거의 1년 반만에 다시 찾은 간사이 지역이었고, 그때 가보지 못한 곳들 위주로 돌아다니려 하다보니 교토에서 2, 오사카에서 2박하며 하루는 나라에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숙소는 교토에서는 호텔, 오사카에서는 게스트하우스를 잡았다. 혼자 다니는 여행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상하게도 오사카에서는 마음에드는 호텔을 찾을 수가 없었다.

 

 휴가 출발 전날엔 인수인계서도 써야하고, 부재중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들까지 짚다보면 평소보다 퇴근이 늦어지는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여행 직전에는 한 주 내내 여러가지 사건사고들이 터지면서 금요일 밤에도 늦은 시간에 귀가하여 부랴부랴 짐을 싸게 되었다. 그리고 김포에서 출발하는 아침 8시반 비행기다보니 잠도 몇 시가 못자고 집을 나서야만 했다.

 

 이른시간이지만 최근에 늘 그랬듯이 체크인까지 거의 1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모바일이나 키오스크를 이용한 체크인은 에러로 인해 이용 자체가 불가능했고, 항공사 직원 설명으로는 만석이라 그랬다는데 살짝 이해가 안되는 일이었다. 아무튼 김포공항 국제선 터미널도 확장이 필요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침 비행기 타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3년 전에 홋카이도 갈 때보다 더 안좋아진 것 같다.

 

 이번 여행은 우선 간사이 공항에 내려서 교토로 바로 가서 이틀 묵고, 오사카로 넘어와 귀국하는 일정이었고, 공항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것은 출국전에 예약한 iCOCA카드를 구입하는 것이었다. 스크린샷도 아니고 출력물을 준비해야 한다 해서 출력한 예약 내역을 가져가야 했으며, 이번 여행에는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게 되었다. 일단 교토까지 가는 열차 티켓 할인이 되고 간사이지역에서 돌아다니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교통카드로 사용할 수 있었기에 일일이 표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사철이 많아서 1일 교통권으론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된 일본에선 교통카드 하나 들고 다니는게 어쩌면 더 마음편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아침 첫 비행기라 여유가 조금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교토역에 내려서 식사를 하고 호텔에 체크인하니 해가 지기 시작한다. 부랴부랴 여우신사를 보러갔지만 이미 해가 져서 야경 이전의 괜찮은 풍경을 찍는 것은 어려웠다. 그래도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는 올라갔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서 그런지 일단 첫 날은 무리하지 않기로 했고, 돌아오는 길에 먹거리를 조금 사들고 돌아와 TV로 축구 경기도 보고, 가볍게 맥주 한 잔 하며 여행 첫날은 마무리하게 된다.

 








posted by Bogdanovic
2017. 10. 1. 15:54 여행

 시차적응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정신 못차리며 교통권 끊는데 삽질은 했지만, 지하철로 숙소 가는법은 어렵지 않아서 3시쯤 숙소에 도착했다. 지하철역에서는 일단 무료 와이파이가 터진다. 암스테르담가 근처의 호스텔이었는데 체크인이 4시부터라 가방을 맡기고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미국인이 뉴욕에선 피자를 먹어야 한다는 말을 했던게 기억나서 숙소 오는길에 보이던 화덕피자집에 들러 점심을 때우고 노닥거리며 체크인 시간을 기다렸다.


 가방을 받고 체크인하고나니 침대에 누워서 일어나기가 귀찮아진다. 5시반 경기라 4시반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간단하게 짐을 풀고 앉으니 4시20분쯤, 10분 정도 휴대전화 충전도 좀 하다가 양키 스타디움을 향했다. 표는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해뒀고, 창구에 가서 여권을 보여주니 입장권을 내준다. 경기장 주변엔 뉴욕시티FC는 물론이고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유명한 유럽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도 제법 보인다. 입장전에 기념품샵이 들러서 머플러를 하나 샀다. 딱히 마음에드는 디자인은 없어서 그냥 팀 로고가 잘 나온거로 하나 골랐다.


 경기장은 원래 야구장으로 쓰이는 곳이라 모양새가 어색하긴 하지만 경기 관전하기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한쪽 코너가 안보이긴 하지만 한국의 어설픈 종합운동장들 보다는 확실히 보기가 좋다. 예약한 자리는 2층이었는데 처음 와본 야구장이라 구역 찾기가 쉽지 않아 직원한테 물어보니 올라가는 길을 알려준다. 한참 뱅뱅 돌아 올라가서 자리를 찾아가니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경기전 맥주/안주 구입은 일단 전반전 이후로 미루기로 하고 경기 시작.


 기대했던 다비드 비야는 부상으로 결장, 최근에 교체로 주로 투입된다는 안드레아 피를로가 선발로 출전했던게 의외였다. 포틀랜드 팀버스가 그렇게 강팀이라는 느낌은 없었는데, 양팀 모두 경기력이 그렇게 좋은 수준은 아니었다. K리그 상위권 팀 경기보다도 못한 느낌이었고, 장시간 비행+시차부적응의 여파로 전반중 절반은 졸았던 것 같다. 꾸벅꾸벅 졸다 어느덧 전반 막판이 되었을 때 피를로의 실수가 바로 실점으로 이어지고 전반전은 끝나게 된다.


 경기장에는 야구장 스타일로 맥주를 들고다니며 파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경기에 집중하는데는 방해가 되는 요인이라 일단 무시하고 하프타임에 맥주를 사러갔는데 신분증을 내놓으라 한다. 입장권 교환때문에 여권을 챙겨가지 않았다면 콜라나 한 잔 마시고 있을뻔했다. 맥주잔은 팀 로고가 들어간 플라스틱 잔이었는데, 나는 다 마시고 경기장에 버리고 나왔으나 나중에 숙소에 와보니 그 잔을 기념품으로 들고온 사람도 있는걸 보고 그냥 가져오지 않은게 살짝 후회되었다.


 후반전 경기는 동점골을 넣으려는 홈팀과 역습으로 차이를 벌이려는 원정팀의 공방전이 이어졌지만 추가골은 나오지 않았고, Man of the match는 패배한 팀의 골키퍼 차지가 된다. 뉴욕시티FC는 아무래도 다비드 비야의 빈자리가 너무 커 보였고, 홈구장 분위기는 유럽의 그것만큼 심각하지는 않아서 경기가 끝난 후 여유있게 주변을 둘러보며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숙소에서 만난, 그날 경기를 봤던 영국 사람들도 그런 분위기가 어색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아무래도 야구, 아이스하키, 미식축구가 아니라 그런거 같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실제로 뉴욕에 거주하는 지인 하나도 그런 얘기를 했고.





 경기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온 시간이 대략 밤 10시경인데, 한국으로 치면 오전 11시다 보니 정신이 점점 맑아지는 것 같았다. 어중간한 경기 시간 때문에 못한 저녁식사는 숙소 주변의 핫도그집에 가서 해결하고 다음날 가볼 베이글 가게 위치도 알아보며 근처 수퍼에서 맥주 두캔을 들고 돌아왔는데, 캔이 제법 큰 750ml짜리다 보니 누가보면 알코홀릭인줄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가을밤 날씨가 좋아서 술을 마시기는 좋았는데, 첫 날 골랐던 맥주는 맛이 좀 묽지만 그렇게 기나긴 9월 9일 토요일의 일정은 제법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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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7. 9. 21. 21:50 여행

 2014년에 캐나다에 다녀온지 거의 3년 만에 장거리 노선 비행기를 타게되었다. 일주일 밖에 안되는 휴가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이 이상 긴 휴가를 내는건 쉽지 않기에 간만에 떠나는 먼 곳으로의 여행 자체에 만족하기로 했다. 금요일까지 업무를 마치고, 인수인계서 작성 및 부재중 메시지까지 남기고 집에 오는데도 다음날 출발한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14시간 넘는 비행시간 및 시차적응을 위해서 그냥 날밤을 새볼까 했는데, 중간에 잠들어서 실패했다. 아침에 운전도 해야해서 전날 음주도 제대로 못하다보니 출발 당일의 컨디션은 매우 좋았다. 차라리 밤에 잠을 안자고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귀국할 때 집어들 몇몇 기념품을 갖고 집이 있는 오르막을 오르는걸 생각하니 그래도 차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아침 7시쯤 도착했는데도 장기주차장은 한 구역을 제외하고는 만차다. 그나마 남아있는 구역도 자리가 얼마 없다. 꽤 많은 사람들이 9월에도 출국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차를 이용하여 여행하는 사람 수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연말이 아닌 시기에 차를 갖고 인천공항에 왔던게 5년 전이니 그때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겠지.


 이번 여행에는 면세점에서 구입하거나 부탁받은 물건도 없어서 제법 홀가분한 마음으로, 혹시라도 비행기에서 읽을지도 모를 책 한권만 가방에서 빼고 발권을 하는데 통로쪽 좌석은 이미 자리가 없다. 출발 3시간 반 전에 도착했는데도 그렇다. 4인석 보다는 그나마 3인석 가운데가 낫겠다 싶어서 표를 받고 출국장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 공항에 올 때는 집에서 식사를 거를때가 많았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출국장에 들어가서 게이트 위치를 파악한 후 제일 먼저 식당들을 찾아헤맸다. 공항에 있는 식당들이 늘 그렇듯이 비싸보이는 것들만 가득한데다 맛을 알 수 없으니 비교적 만만한(?) 패스트푸드점을 찾는데 ㄹㄷㄹㅇ들 사이에 ㅂㄱㅋ이 하나 보인다. 편법인지 꼼수인지 몰라도 큰세트 밖에 안파는 덕에 정크푸드를 매우 비싼 값에 구입해야만 한다.


 비행기에 올라서는 첫 기내식을 먹으며 함께 마신 와인이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바람에 영화를 5편 보고 나서야 뉴욕에 도착했다. 출발 할 때 토요일 아침 10시였는데, 도착하니 토요일 아침 11시다. 창가쪽에 앉았던 필리핀계 미국인은 비염으로 훌쩍이면서도 초면인 사람에게 말을 참 잘 걸었는데 입국심사장 줄이 다르다보니 출국심사 후에 다시 마주치지는 못하였다.


 검색으로만 찾아본 악명높은(?) JFK 공항 입국 심사장, 입국 심사가 까다로운 것은 아니다. 뭐하러 왔냐, 며칠 있을거냐, 어디 갈거냐는 짧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줄을 2시간을 서야만 했다. 비슷한 시간대에 JAL, EVA항공등에 내린 승객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으나, 토요일이라 그런지 몰라도 14개의 게이트중 문이 열린 곳은 2개 뿐이었다. 시간이 가면서 몇 개 더 열고, ESTA 2회 이상 입국자나 비자 소지자들을 다른데로 불러서 빼긴 했지만 두시간 이상 서있다 보니 진이 다 빠진다.


 오후 1시가 넘어, 비행기에서 제대로 잠도 못잔 상태로 2시간여 동안 서있다보니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날씨가 꽤 좋았으나 어서 빨리 공항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그날 공항을 찍은 사진은 없다. 돌아오는 날 보니 그렇게 하늘이 쾌청했을때 사진을 안찍은게 후회될 정도였다. 아무튼 공항터미널을 다 돌고 지하철/열차로 환승할 수 있는 역까지 운행하는 열차를 타고 자메이카역에 도착했다.


 여기서 실수를 하나 범하게 되는데, 이곳까지 오는 열차는 역에서 나오면서 5달러 요금을 내는 구조인데, 자동판매기에서 표를 사야한다. 표를 사면서 함께 메트로카드도 구매가 가능하다기에 함께 구매하기를 누르고, 당시 소지하고 있던 가장 적은 액수의 현찰 50달러를 넣었는데, 컨디션 탓도 있었고 화면에 뜬 문장을 지금 넣은 금액이 50달러가 맞냐는 것으로 오독하여 Yes를 눌렀더니 자동판매기가 표만 뱉어낸다. 함께 출력된 영수증을 보고 50달러가 메트로카드에 모두 충전된 것을 알았고, 근처의 직원에게 환불이 되는지 물어보니 안된다고 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5달러를 내고 나와서 7일짜리 패스를 사야 했는데, 무슨 정신으로 저랬는지 모르겠다.


 메트로카드 자동판매기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은 여행 말미에 금액을 충전하면서, 그리고 다시 JFK공항에 돌아와서 자동판매기의 메뉴를 살펴보며 알게되었다. 우선 자메이카역의 자동판매기에는 패스같은건 판매하지 않는다. 선택할 수 있는건 열차 이용요금 5달러 및 메트로카드 구입인데, 메트로카드도 같이 구매하겠다 하면 이후에 투입한 금액 모두 충전하던가 전액을 뱉어내던가 밖에 안된다. Yes를 누르면 그냥 투입한 금액 전액이 충전된다. 여행 막바지에 지하철역에서 메트로카드를 재충전하며 보니 내가 10달러를 충전하겠다고 고르고 20달러를 넣으면 투입한 금액을 전부 충전할거냐 묻고, 아니오를 누르면 맞는 금액을 넣으라며 앞서 넣은 20달러 전부를 토해낸다. 남은 10달러를 거슬러주는게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맞다고 하면 투입한 금액이 전부 메트로카드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날에 자메이카역으로 가는 지하철노선이 공사에 들어가는 바람에 할 수 없이 LIRR(Long Island Railroad)를 이용해야 했는데, 펜역에 있는 자동판매기 역시 LIRR표랑 메트로카드를 같이 판매하지만, LIRR은 표를 따로 사야만 한다. (7.5달러) LIRR이나 메트로카드 홈페이지를 찾아봐도 명확한 내용이 보이지 않아 일단 표를 샀더니 열차 안에서 직원이 확인하고 표를 회수해간다. 메트로카드는 같이 판매할 뿐이지 사용할 수 있는건 아니다.


 아무튼 50달러가 충전된 메트로카드를 들고나니 정신이 들어서 그 길로 바로 숙소로 향했다. 머리속에는 방금 저지른 바보짓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숙소에 도착하니 체크인시간까지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가방만 맡기고 근처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기나긴 토요일은 아직도 오후 4시가 안되어 있었으며, 체크인을 하고나면 미리 예약해둔 축구경기를 보러가기까지 시간여유가 별로 없어보인다. (양키 스타디움에서 5시반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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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7. 9. 3. 18:46 여행

 2014년의 캐나다 여행 이후로 여러가지 일들과 동시에 일본만 계속 다니다 드디어 장거리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덕분에 10월까지 후유증이 있겠지만 회사를 다니는 의미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테니 아깝지는 않다.


 일주일간 사무실을 비워본것도 오랜만이긴 하지만 간만의 장거리 비행에 골골대지나 않을지 걱정이 살짝 되긴 한다. 아무튼 다음 주 토요일 뉴욕출발, 그 다음주 일요일 인천 도착 일정으로 짧은 미국 여행이 다가오니 월요일이 다가와도 기분이 좋다. 




posted by Bogdanovic
2017. 4. 28. 01:00 여행

 오래전부터 벚꽃이 한창 필때 일본에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올해는 간발의 차이로 그 시기를 놓치게 되었다. 3월말 4월초는 지인의 일정이 안되어 실패하고, 5월 초의 홋카이도 방문은 하필이면 기나긴 연휴와 더불어 비행기표를 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아쉬운대로 4월 셋째주말을 끼고 도쿄와 인근 지역을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고 비행기표를 끊었다.


 이번 도쿄여행 일정중 첫 날은 지인을 보고, 2~3일째 되는 날에 각각 인근 도시를 돌아볼 생각이었는데, 숙소는 그냥 도쿄에 잡고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일정이 길지 않은 여행이다보니 매일같이 장소가 바뀌면 매일 캐리어를 끌고 다녀야 하고, 가려는 지역이 열차로 1시간에서 1시간 반 거리이다보니 짐은 그대로 둔 채로 몸만 움직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출국하는 비행기는 김포에서 아침 8시 40분에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김포공항이 집에서 차로 30분 안에 도착하는 거리지만 국제선이다보니 6시에는 출발을 해야했다. 토요일 아침인데도 김포공항 방면 도로에 차가 생각외로 많아서 정체가 생길 정도다. 주차요금이 인상된 것은 최근에야 알게 되었는데, 그래도 저공해차량 할인을 받으면 하루 만원이 채 안되는 셈이니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어쩌다보니 2014년 가을에 캐나다에 다녀온 이후로 작년 12월에 블라디보스톡을 제외하고는 줄곧 일본만 가게 되다보니 옆동네 놀러온 기분이 들 정도다. 이번 여행에는 캐리어를 면세점에서 구입하다보니 면도크림을 가져가지 못해서 도착하자마자 찾은 것이 그것이었다. 싸게 구입했으니 출국할 때 종이백과 백팩에 옷가지를 주섬주섬 싸매서 들고가는 모양새 빠지는 일쯤은 감수할만 했다.


 숙소는 신오쿠보역 주변에 있었는데, 예약 사이트에서 평점 좋은 게스트하우스를 찾다보니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는 것을 깜빡했다. 덕분에 한국에서보다 더 많은 치킨 프랜차이즈를 3박 4일동안 본 것 같다. 여유부리며 숙소에 도착한게 1시다 보니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서 주변 둘러보고, 숙소에서 마실물 같은 것을 구입하고 체크인, 짐가방을 풀어헤치고 지인을 만나러 갔다. 그리고 식사+음주+산책으로 첫 날은 마무리된다.


 일요일과 월요일 중 어느날에 하코네에 갈 것인가 고민하다 일요일에는 사람으로 미어터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일요일에는 가마쿠라에 가기로 했다. 신주쿠역이 꽤 넓다보니 미리 알아봐둔 오다큐선 표를 파는 곳을 찾는데 조금은 시간이 걸렸다. 아침 8시 조금 넘어 출발하는 Romance Car(한글표기랑 일본식 읽기는 로만스카)를 타면 얼추 1시간 정도 걸린다. 관광 안내는 오다큐선 홈페이지에 친절하게 안내가 잘 되어있다.


 열차의 종착지인 기타노 에노시마역에서 에노시마에 갔다 내려와서 점심식사, 그리고 다시 전차를 타고 가마쿠라까지 가서 주변을 둘러보고 모노레일을 타고 다시 쇼난 에노시마역까지 돌아오는데 하루면 충분하다. 해질녘에 다시 에노시마에 들어가 야경을 보고 내려와도 8시에 출발하는 신주쿠행 열차를 타는데 충분했다. 날씨가 좋다보니 기분 좋게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다닐 수 있었고, 바다건너 보이는 후지산도 제법 신비하게 보였다.


 하코네는 가마쿠라와 다르게 열차로 1시간 반은 가야하고, 출발 시간도 빠르다보니 출근 할 때보다 더 이른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슬아슬하게 7시반쯤에 출발하는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이틀동안 좀 많이 걸어다니다 보니 열차에서 푹 자다보니 하코네 유모토역에 도착했다. 하코네 프리패스는 기본 2일짜리라 하루만에 돌아오는건 조금 아깝긴 하지만 하코네에서 돌아다니며 타고다닌 케이블카나 버스 운임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손해보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론 가마쿠라와 마찬가지로 추가요금을 내고 Romance Car를 이용하는게 여러모로 편하긴 하다.


 하코네에서의 하루 일정도 가마쿠라와 같은 사이트를 참고하였다. 나같은 경우 안내도에 나온 것의 반대 방향인 고라역으로 열차로 이동 -> 케이블카 -> 유람선 -> 버스를 통해 하코네로 돌아오는 일정을 택했다. 오후 2시가 넘어서 비가 쏟아졌기에 케이블카를 타고 갈 때 후지산의 모습을 전날보다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오후에 내리기 시작한 이 비로인해 우산을 구입하는 추가 지출이 있었고,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빠른 시간에 출발하는 신주쿠행 열차를 타게되었다. 주변의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제3신도쿄시라는 표기가 들어간 에반게리온 관련 기념품은 별로 손이 가는 것이 없어서 사온 것이 없다.


 하코네에서 돌아오자마자 시부야로 넘어와 음주와 식사를 가볍게 하고 돌아가는 길에 본의아니게 조금 헤메며 비를 다 맞았고, 덕분에 예정에 없던 식사를 한 끼 더 하게 된다. 비를 맞으며 걸으면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니까. 다음날엔 다른 여행과 마찬가지로 오전에는 쇼핑 후 체크아웃, 짐가방을 맡긴 후 지인이 알려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예전에 안가본 곳들을 돌아보았다. 돌아오는 비행기가 저녁 8시 출발이면 여러모로 여유가 생긴다.


  4월에 월화로 연차를 내고 일본에 다녀오는 것은 불과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 내년에도 별다른 일이 없다면 이런 일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의 소중함은 그렇지 못한 삶을 살아본 사람들에겐 더 값지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에도 편안하고 무난하게 따스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추억을 만들수 있었다. 그때 찍었던 사진을 지금 꺼내보면 비오는 날 찍은 사진도 제법 운치가 있어보인다.


 다음 여행계획은 일단 가을쯤에 유럽쪽을 생각하고 있는데, 휴가철이 아닌 시기에 연차를 5일씩 붙여 쓰는 것은 아무래도 조심스럽기 때문에 실제로 실행에 옮겨질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posted by Bogdanovic
2017. 3. 27. 21:08 여행

 광주에서 한시간 반 정도 달리다보니 내비게이션에 목적지까지 10분 남짓 남은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자리부터 서서히 막히더니 2시간이 넘어서야 목적지에 비교적 근접한 주차장소에 진입할 수 있었다.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에 차량들로 가득찬 주차공간에 차를 대고 나니 구봉산 전망대까지 찍고 여수로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일요일이기에 일찍 집을 나서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다.


 차를 대고 매화마을 방향으로 걸어 나오는데도 차량 행렬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쪽 인도쪽 차선은 주차라인이 되어 있으며, 한참 앞으로 가니 마을 바로 앞에 근접한 주차 장소가 보인다. 해질녘의 섬진강 풍경은 제법 볼만 하고, 매화도 그럭저럭 봐줄만 한데 이게 과연 그 고생을 해가며 봐야할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개성없는 몽골텐트 투성이의 상점들이 제법 봐줄만한 풍광 사진을 망쳐주고, 어딜가나 특색없는 회오리 감자같은 먹거리에는 별로 지갑을 열고 싶지가 않다.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 전경을 둘러보고 내려오는데 아무리 봐도 옹기종기 모여있는 몽골텐트와 스피커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트로트는 영 아니다. 여기만 그런가 싶지만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무슨무슨 축제도 매한가지라는게 문제다. 이곳은 주중에 근처에 방문할 일이 있을 때 시가낸서 잠깐 구경오는 정도면 적당할 것 같다. 서울에서 장거리 운전을 하며 고생고생하며 내려와 보고 올라갈 정도의 가치는 없다.


 한 시간 반 정도 천천히 산책을 하며 매화막걸리 한 병을 구입했다. 파는 곳 마다 가격차이가 좀 있던데 와인병에 담아서 4천원에 판매하는 것으로 구입하였고 다른 것들은 그냥 고만고만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쓰다보니 다소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얘기가 흘러가는데, 좋은 경험을 했어야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거 아니겠나? 하루이틀된 축제도 아닐텐데 차량 수 예측부터 시작해서 모든게 아마추어적이다. 소비를 하러 갔지만 돈을 쓰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무엇인가가 없다는게 큰 문제 아닐까?


 아무튼 숙소는 여수에 잡아놨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차에 시동을 걸었다. 들어올때 2시간 걸려서 고생고생했던 길이 나갈때는 10분이면 지나가는 길이다.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고, 가볍게 산책삼아 예전에 왔던 길을 돌아 전에 왔을때는 없었던 케이블카까지 타고 숙소로 돌아오니 10시 정도 된다. 바닷가에 전에는 못보던 서울 스타일의 상점들이 꽤 많이 늘었있었고, 케이블카는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은 꽤 무서울 것 같아 보인다.


-광양매화마을은 평일에 연차를 내고 갈 수 있다면 모를까 주말에는 절대로 비추, 주중에도 요즘같은 시기의 월요일이라면 서울에서 출퇴근 하는 시간 이상의 교통 체증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차라리 섬진강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었을 것 같았지만 한 번 막히는 길에 들어서면 차를 돌리기란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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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7. 3. 27. 00:22 여행

지난 주 월요일에 연차를 내고 2박3일간 남도 여행을 다녀왔다. 매화의 개화 시기이기도 하고, 4월에 예정된 일본 여행을 고려하면 그 전주 아니면 이주에 연차를 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는데 그 전주에는 조금 복잡한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 한 주 미뤘는데, 그래도 결국 터질 문제는 터지고 마는 바람에 월요일에도 자꾸 휴대전화를 들여봐야 했었다.


 첫 목적지로 광주를 정했던 이유는 월드컵때와 출장 이외에 제대로 방문해본 적이 없는 곳이기도 하고, 다음날 향할 광양으로 바로 넘어가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계획은 토요일 저녁에 광주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투숙, 다음날 정오쯤 광양 매화마을 및 구봉산 전망대(이 루트는 매화마을 교통 체증으로 포기) 찍고 여수로 넘어가 게스트하우스 투숙, 올라오는 길에 구례/남원을 찍고 서울로 올라오는 것이었다.


 토요일 아침에 듣고있는 외국어 수업중 걸려온 전화 덕에 하고 있는 일이 개판이 된 것을 파악하였고, 그놈의 오늘 아니면 안된다 주의에 미쳐있는 헬조선 노동문화 덕에 여행 시작전부터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연차를 취소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무실에 붙어 있어야만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고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는 (빌어먹을놈의) 스마트폰이 있었기에 일단은 점심 식사후 차를 끌고 광주로 향했다.


 차를 갖고 여행을 다니다보면 그 도시에서 마주치게 되는 운전자들을 보고 그 도시에 대한 첫 인상을 갖게 된다. 광주 시내에 들어오자 마자 나를 맞이해준건 성질급한 택시기사들의 숨넘어가는 클락션 소리, 그리고 빨간불에서 정차하자 사람이 안건너가는데 왜 멈추냐는 의미로 보이는 마티즈 운전자의 더러운 클락션 질이었다. 썩 좋지 않은 첫인상과 더불어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가볍게 주변 산책을 하고, 야시장에서 간단하게 맥주 한 잔을 할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안주를 다른 가게에서 사와야 했기에 술을 주문하고 안주를 사러 돌아다녀야 했다. 처음부터 반겨준(?) 인간들 덕에 딱히 더 하고 싶은 것은 없어졌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버스기사와 한 판 붙고 있는 승용차 운전자 한 마리가 보였다. 덕분에 2차선 도로 전체가 늦은 시간에 어울리지 않게 꽉 막혀있었다.


 둘째 날에는 늑장을 부리다, 유명하다는 제과점에 들러 빵을 조금 산 후에 예전에 출장으로 방문했을때 가봤던 식당으로 향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발전보다는 퇴보한 느낌, 근처에 존재하던 나름 괜찮았던 카페들은 전부 다 문을 닫았는지, 전부 비슷비슷한 종류의 식당들로 변해있었다. 덕분에 딱히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차에 시동을 걸고 광양 매화마을을 향해 떠났다.


ps.  광주라는 도시는 인근 지역을 여행할때 저렴한 숙소를 찾기에는 좋은 장소이나 그 외에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이유는 모르겠다. 관광지도나 책자를 봐도 개인적으로 저기는 꼭 가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은 없었고, 기억에 남는건 역시나 개같은 운전문화 정도?(클락션을 나팔처럼 활용한다. 오죽하면 숙소에서 자는 도중에도 몇 번씩 그런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음식이야 지역이 지역이니 만큼 어딜가든 기본 이상은 한다.
 





posted by Bogdanov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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