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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31. 12:29 여행

 3박4일간의 블라디보스톡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주 이시간에 발권하고 출국장 앞에 서있던 기억이 난다. 크리스마스라는 날이 어른이 된 이후로는 딱히 큰 의미가 있는 날이 아니다보니 해외에서 그 날을 보내는 것 보다는 연말에 단 며칠간 외국에 잠깐 나갔다 오는데서 의미를 찾으려는 여행이었다. 그래서인지 비행기표를 발권하고 두어달 동안 늘 그래오긴 했지만 별다른 준비나 계획을 따로 세우지는 않았었다.


 아에로플롯의 자회사인 오로라항공을 이용한 것은 출도착 시간이 괜찮았기 때문이며, 국적 항공사들처럼 중국쪽으로 돌지 않아 비행시간도 2시간 남짓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열차는 내가 탄 비행기가 도착 한 후 한 시간 후에 정확하게 막차가 출발하였다. 기내에서는 샌드위치와 음료 하나를 주는데,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스타일은 아니다. 나는 딱딱한 빵이나 약간은 짠 연어/햄 샌드위치 같은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보니 그럭저럭 잘 먹으며 왕복했다. 2시간 남짓한 비행에서 장거리비행 같은 기내식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흥미로운건 한국-러시아 구간이지만 한국인 승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공항철도에서 내려서 미리 익혀둔 길을 따라 숙소로 향했다. 도착하기 전날인가에 눈이 많이 왔는데 제설을 제대로 하지 않아 길이 매우 미끄러웠다. 아마 날씨가 좋은 시기에 오면 10분 정도면 기차역에서 숙소까지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미리 예약한 숙소는 Gallery & More라는 곳이었는데 예상했던 위치에 도착해보니 자세히 봐야만 골목 안쪽에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안내가 보인다. 위치 자체는 매우 좋고, 가격도 나쁘지 않았지만 나중에 안 사실은 게스트하우스내에서 흡연뿐만 아니라 음주도 안된다는 사실이었다. 담배는 어차피 안피우니 의미가 없지만, 음주에 대한 기대를 하고 떠났던 러시아 여행이라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오판 중 하나라 할 수 있었다.


 도시 자체가 크지 않아서 첫 날 아침부터 돌아다니기 시작했더니 오후가 되어 더 이상 가볼만한 곳이 거의 없음을 알게되었다. 한겨울이다보니 루스키섬에 가는 것을 포기한 것이 가장 컸다. 내가 보기엔 2박 3일 정도의 일정이면 충분한 여행이었고, 대중교통도 따로 이용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마지막 날까지 남은 루블화를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를 고민할 정도였다. 덕분에 식사는 저렴한 곳 보다는 괜찮은 곳을 찾아다닐 수 있었다.


 추운 날씨탓인지 6인실이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첫날은 독방같이 지냈고, 2~3일째에는 잠깐 도시를 스쳐가는 여행객들을 볼 수 있었다. 휴가가 짧은 직장인이다 보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러가던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잠깐 쉴 때 남미를 안간것으니 시베리아횡단 열차를 타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로 남을 것 같다.


 셋째날에는 빈둥거리며 기념품을 사고,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조식이 제공되지 않은 게스트하우스인데다 대부분의 식당이나 카페들이 아침 10시를 전후로 문을 여는 것으로 보여서 대부분의 아침 식사는 전날 사다놓은 컵라면 같은 것으로 때우고, 전날 지나다니지 않았던 길로 눈길을 산책하며 다녔다.


 음식들은 대체로 입맛에 맞았다. 추운 거리를 활보하다 찾은 식당에서는 어김없이 국물이 나오는 음식을 하나 시켰는데, 대체로 양이 많지는 않아서 다른 음식을 하나 더 시켜놓고 먹고 다녔다. 아쉬웠던 것은 킹크랩이었는데, 혼자서 1.4kg짜리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동행이 하나 정도 있었으면 이럴때는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쉬어가며 꾸역꾸역 다 처리한 것을 보면 먹성이 나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날에는 저녁 비행기라 숙소 체크아웃 후 가방을 기차역 근처에 있는 보관소에 맡기고 전날 다녔던 곳들을 돌아다니다 마무리했다. 가방 1개당 140루블이면 맡아주는데 코인로커 개념이 아니라 사람이 접수를 받고 가방을 지켜주는 곳이라 접수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그리고 기차역과 공항은 들어갈때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해서 기차역 안으로는 따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처음에 공항에 도착해서 밖에나와 사진을 찍고 열차를 타러 들어가려다 보안 검색대를 다시 통과해야만 했다.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7천루블 가까이 남아있던 돈은 다행히도(?) 공항에서 킹크랩과 면세점에서 잡다한 것들을 사는데 다 털어버릴 수 있었다. 공항내 면세점에서는 딱히 살만한 생각이 드는 물건이 없어서 남은 잔돈을 처리하는데 애를 먹었다. 술은 다른 글에서 봤던 것 같이 공항 면세점이 더 비싼 것 같았다.


 다음에 블라디보스톡을 다시 찾게 된다면 그때는 기차역에서 출발하는 모스크바향 열차를 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발지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마냥 아쉬웠다. 항상 시간과 돈의 문제는 균형을 맞추기가 힘이들고, 그러다보니 적당하 선에서 타협하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지금 머리 속에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끊어서 타는 것에 대한 생각도 들고 있는 중이다.


 많이 춥기는 하지만 겨울여행은 그 추위속에서 그려지는 따스함이 느껴지는 것이니까. 겨울에 그곳에 왜 가냐는 질문이 아마 내가 비행기표를 발권하고 나서 두어달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일 것이다. 막연히 가까우니까라는 말로 얼버무리긴 했지만 솔직히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끌리는 것인 아니다. 그냥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니까 가는 것이다. 러시아라는 안가본 나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도착과 동시에 눈 녹듯이 사라지고, 어느덧 익숙한 거리를 걷듯이 분주하게 걸어다니는 나 자신을 보며, 일단 선입견을 버리고 어디든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Bogdanov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