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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25. 02:58 여행

1.

 올해 휴가도 어김없이 9월 초에 다녀오게 되었다. 극성수기를 살짝 피해 다녀온 것 까지는 좋았으나, 업무에 복귀한 주가 하필이면 추석 전주이다 보니 출근을 한 이후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쁜 한주를 보내야만 했다. 개인적으로는 어디를 가든 북반구의 국가라면 9월이 가장 좋은 시기라 생각하지만 추석 연휴가 이렇게 이어지게 된다면 이런 스케줄로의 휴가는 좋지 않은 것 같다.


 회사 업무는 어떻게든 내가 없어도 돌아가기 마련이고, 내가 주고가는 만큼 받는 것이 있으니 휴가를 가있는 동안에는 한국쪽 소식은 전혀 돌아보지도 않았고, 회사 메일은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다. 어차피 시차가 있다보니 열어본다 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기도 했다. 그리고 휴가를 가서 업무 메일을 본다는 것은 인수인계 해준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의미도 되기에, 이는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덕분에 복귀한 첫 월요일부터 정신이 없긴 했지만, 휴가 다녀온 주 치고 그렇지 않은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


 이번에 포르투갈로 목적지를 정하게 된 것은 여러가지 작은 이유가 있었으나 우선 아직 가보지 못한 나라인데다, 올 봄에 다녀온 해남 땅끝마을의 영향도 없지 않았다. 한반도의 끝을 다녀왔으니 그 반대편 끝인 호까곶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7월 초에 비행기표를 구매할 때까지 그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물론 대항해시대 시리즈를 하며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이기도 하기에 게임에서만 보던 도시에 간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휴가를 준비하면서 늘 그랬듯이 그 주에 있는 축구경기를 찾아보았고, 아쉽게도 A매치 주간이 걸리다보니 국내 리그경기는 못보게 되었다. 아쉬운대로 국가대표 경기를 예매하였는데, 하필이면 이번 국가대표 소집에 호날두가 불응하게 되면서 다소 아쉬움이 남긴 했다. 그래도 포르투갈-이탈리아의 UEFA 네이션스 리그 경기를 볼 수 있었던 것을 다소 위안으로 삼을 수는 있었다. 이 정도 대진이면 그래도 괜찮은 매치업이라 할 수 있으니까.


3.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몰랐지만,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에미레이트 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에 포함된 픽업서비스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최종적으로 항공사 및 스케줄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이 서비스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이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바람에 망설임 없이 비즈니스 클래스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물론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매년 2인의 휴가예산을 생각하고 있다가 올해도 아쉽게도 혼자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다보니 그 예산을 모두 나에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고, 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내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좋다. 하지만 때때론 이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동반자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매우 불행하거나 절망스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은 외로움이 느껴질 때도 있고, 이 좋은 풍경과 맛있는 음식을 혼자서 즐기는 것이 아쉬울 때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휴가를 가면 그 기간동안 모국어를 잊고 살아야 하는 것도 때로는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내가 인생의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대로, 의도한대로 풀리지는 않다보니 올해도 작년과 변함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어쨌듯 에미레이트 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퇴근 후 회사앞 픽업으로 시작해서, 대기시간 동안 두바이 공항 앞의 호텔까지 왕복 픽업, 그리고 리스본 공항에서 숙소까지, 여행 마지막날 호텔에서 리스본 공항 그리고 인천공항에서 집까지의 픽업은 이번 휴가를 더할나위 없이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라운지의 이용은 공항에서의 추가적인 지출을 줄여주었고, 모든 비행 구간에서 누워서 잘 수 있었던 것도 좋은 컨디션으로 여행을 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아마도 내년 휴가도 비즈니스 클래스를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왕이면 출/도착지에서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동계 항공사를 통해서 말이다. 첫 경험이라 다소 신기하고 훌륭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그리고 작년 뉴욕 여행때보다 많이 감량도 하고 운동도 하다 떠난 휴가라 체력적으로도 훨씬 좋은 상태였기에 더할 나위없이 훌륭하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 경험을 통해 꾸준한 운동, 그리고 더 비싼 항공권의 필요성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다. 포르투갈 여행 이야기는 시간이 되는대로 이어서 적어볼 생각이다.




posted by Bogdanov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