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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4. 01:37 여행

 휴가를 계획할 때, 처음부터 비즈니스 클래스를 탈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어느 나라를 갈 것인가를 고민하다 막연하게 포르투갈이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정하게 되었고, 그 다음에 항공편을 알아보다 보니 아직 인천-리스본 직항이 없다보니 환승 항공사를 두고 고민하던 중에 금요일 자정에 출발하고, 리스본 도착시간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에미레이트도 그 중 하나였는데, 항공사 홈페이지를 찾아보던 중에 우연치 않게 발견한 비즈니스 클래스의 픽업서비스가 눈에 띄었다.


 작년까지는 싸거나 스케줄 괜찮은 항공사의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해왔고, 한 번도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해본 적이 없기에 이번 기회에 한 번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조금 망설이기는 했지만, 주저없이 역대 최고의 예산을 투입하여 작년 뉴욕행에 1.5배에 달하는 운임을 지불하며 비행기표를 예매하게 되었다. 예매와 동시에 어플리케이션을 깔고 좌선선택에 들어갔는데 출발 2달 전이었지만 이미 많은 자리가 차 있었고, 몇 자리 안남은 창가쪽 자리를 간신히 예약할 수 있었다.


 목적지로 향하는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한 후,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론리플래닛 포르투갈편을 한 권 구입했고, 숙소 예약을 제법 서두른 이유는 리스본 공항과 호텔을 오가는 픽업 서비스 예약때문이기도 했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휴가 출발일이 다가오게 되었다. 출발은 금요일 밤이었는데, 금요일에는 캐주얼 차림의 출근이 가능하다보니 여느때와 다름없이 출근준비를 하며, 캐리어만 들고 집을 나서게 되었다. 물론 출근시간대에 민폐가 될 것 같아서 택시를 타고 출근하였다.


 픽업은 저녁 7시에 사무실 앞으로 예약하였고, 당일 아침에 확인전화를 한 번 받게된다. 시간과 장소에 대한 확인이 끝나면 요청한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기사분으로부터 전화를 받게된다. 금요일에 모든 업무를 마치고, 인수인계서까지 작성한 다음 전화를 받자마자 캐리어를 들고 차량에 탑승하면서 휴가가 시작되었다. 인천공항을 오가는 차량은 K9이 오게 된다. (다른 후기들을 읽어보면 다른 차량이 온 적도 있는 것 같으나 2018년 9월 기준으로는 K9인 것으로 보임)



 두바이에서 리스본으로의 항공편은 하루 2편이 있었는데, 2시간 대기편과 10시간 대기편 중에 잠깐이나마 두바이 구경을 하기 위해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EK의 경우 대기시간이 길면 잠깐 머물 수 있는 호텔을 제공해주는데, 제법 괜찮은 서비스라 할 수 있으며, 픽업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발권할 때 주는 바우처에 호텔 이름과 편명 정보가 기재되어 있으니, 두바이 공항에 내려서 Chauffeur Service라는 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 그곳에서 비즈니스 클래스 담당 직원에게 바우처를 보여주면 내용 확인 후 공항 밖에 있는 픽업기사들이 있는 곳으로 나가도록 안내를 받게된다.


 호텔에 도착해서 바우처를 보여주면 방과 조식에 대한 안내와 더불어, 출발하는 항공시간에 맞춰 예약된 픽업서비스에 대한 안내도 받게된다. 리스본행 비행기는 2시 25분 출발이었고, 호텔에서 12시 25분까지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두바이 공항에 비행기가 도착한 시간이 현지시간으로 새벽 5시경이었고, 호텔 체크인까지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호텔에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조식을 마친 후 아침 8시가 조금 못된 시간에 외출이 가능했다.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후 짐을 챙겨서 체크아웃을 하고 기다리다보면 차량이 왔다는 안내를 받게된다. 이번에는 밴이 와서 비슷한 시간대에 출발하는 사람들을 함께 공항으로 향하게 된다. 두바이 구경 후 출국할 경우 가지고 있는 짐에 대한 보안검색을 다시 받아야 하는데, 인천-두바이 구간에서 받은 어메니티에 향수나 쉐이빙폼과 같은 것들을 들고 탈 수 있을지 의문이었으나 소량이다보니 무사히 보안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두바이 공항의 경우 3터미널은 에미레이트항공 전용 터미널이고, 1개층 전체를 라운지로 사용하다보니 라운지에 들어가서 탑승 게이트에 가까운 자리에서 기다릴 수 있는 편리함이 있었지만,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는 조금 많이 걸어다녀야 한다. 그리고 코스타커피는 아예 비즈니스 라운지 안에 입점하여 밖에서 파는 것과 동일한 메뉴를 무료로 제공해주기도 한다.


 리스본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인천-두바이 구간보다는 조금 떨어지고, 내가 앉은 자리의 팔걸이가 살짝 부서져있기도 했지만, 서비스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번의 장거리 비행을 모두 누워서 할 수 있었던 것이 여행의 피로를 덜해주는 것 같았다. 지난 번 뉴욕여행 및 이전의 휴가와 비교해서 너무나 좋은 컨디션으로 한 주일을 보내고, 복귀한 다음날 큰 어려움 없이 출근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인 것 같다. 올해 시작한 운동으로 인해 체력이 좋아진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누워서 잠을 청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컷던 것으로 보인다.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제법 큰 예산이 들었던 것을 제외하면 이번 휴가의 비즈니스 클래스 선택은 추가로 들어간 금액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출/도착지는 물론이고 환승 공항에서 식사나 차를 즐기기 위한 추가적인 지출도 없고, 무엇보다도 여행의 시작과 끝을 매우 편하게 마무리 할 수 있는 픽업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무척 높았다. (리스본 공항에서는 모두 벤츠 E클래스로 서비스가 제공되었다.) 이 정도의 서비스라면 내년에 다시 한 번 유럽을 찾게 된다면, 에미레이트 비즈니스 티켓 구매를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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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25. 02:58 여행

1.

 올해 휴가도 어김없이 9월 초에 다녀오게 되었다. 극성수기를 살짝 피해 다녀온 것 까지는 좋았으나, 업무에 복귀한 주가 하필이면 추석 전주이다 보니 출근을 한 이후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쁜 한주를 보내야만 했다. 개인적으로는 어디를 가든 북반구의 국가라면 9월이 가장 좋은 시기라 생각하지만 추석 연휴가 이렇게 이어지게 된다면 이런 스케줄로의 휴가는 좋지 않은 것 같다.


 회사 업무는 어떻게든 내가 없어도 돌아가기 마련이고, 내가 주고가는 만큼 받는 것이 있으니 휴가를 가있는 동안에는 한국쪽 소식은 전혀 돌아보지도 않았고, 회사 메일은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다. 어차피 시차가 있다보니 열어본다 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기도 했다. 그리고 휴가를 가서 업무 메일을 본다는 것은 인수인계 해준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의미도 되기에, 이는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덕분에 복귀한 첫 월요일부터 정신이 없긴 했지만, 휴가 다녀온 주 치고 그렇지 않은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


 이번에 포르투갈로 목적지를 정하게 된 것은 여러가지 작은 이유가 있었으나 우선 아직 가보지 못한 나라인데다, 올 봄에 다녀온 해남 땅끝마을의 영향도 없지 않았다. 한반도의 끝을 다녀왔으니 그 반대편 끝인 호까곶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7월 초에 비행기표를 구매할 때까지 그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물론 대항해시대 시리즈를 하며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이기도 하기에 게임에서만 보던 도시에 간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휴가를 준비하면서 늘 그랬듯이 그 주에 있는 축구경기를 찾아보았고, 아쉽게도 A매치 주간이 걸리다보니 국내 리그경기는 못보게 되었다. 아쉬운대로 국가대표 경기를 예매하였는데, 하필이면 이번 국가대표 소집에 호날두가 불응하게 되면서 다소 아쉬움이 남긴 했다. 그래도 포르투갈-이탈리아의 UEFA 네이션스 리그 경기를 볼 수 있었던 것을 다소 위안으로 삼을 수는 있었다. 이 정도 대진이면 그래도 괜찮은 매치업이라 할 수 있으니까.


3.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몰랐지만,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에미레이트 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에 포함된 픽업서비스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최종적으로 항공사 및 스케줄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이 서비스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이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바람에 망설임 없이 비즈니스 클래스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물론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매년 2인의 휴가예산을 생각하고 있다가 올해도 아쉽게도 혼자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다보니 그 예산을 모두 나에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고, 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내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좋다. 하지만 때때론 이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동반자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매우 불행하거나 절망스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은 외로움이 느껴질 때도 있고, 이 좋은 풍경과 맛있는 음식을 혼자서 즐기는 것이 아쉬울 때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휴가를 가면 그 기간동안 모국어를 잊고 살아야 하는 것도 때로는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내가 인생의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대로, 의도한대로 풀리지는 않다보니 올해도 작년과 변함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어쨌듯 에미레이트 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퇴근 후 회사앞 픽업으로 시작해서, 대기시간 동안 두바이 공항 앞의 호텔까지 왕복 픽업, 그리고 리스본 공항에서 숙소까지, 여행 마지막날 호텔에서 리스본 공항 그리고 인천공항에서 집까지의 픽업은 이번 휴가를 더할나위 없이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라운지의 이용은 공항에서의 추가적인 지출을 줄여주었고, 모든 비행 구간에서 누워서 잘 수 있었던 것도 좋은 컨디션으로 여행을 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아마도 내년 휴가도 비즈니스 클래스를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왕이면 출/도착지에서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동계 항공사를 통해서 말이다. 첫 경험이라 다소 신기하고 훌륭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그리고 작년 뉴욕 여행때보다 많이 감량도 하고 운동도 하다 떠난 휴가라 체력적으로도 훨씬 좋은 상태였기에 더할 나위없이 훌륭하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 경험을 통해 꾸준한 운동, 그리고 더 비싼 항공권의 필요성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다. 포르투갈 여행 이야기는 시간이 되는대로 이어서 적어볼 생각이다.




posted by Bogdanovic
2017. 10. 1. 15:54 여행

 시차적응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정신 못차리며 교통권 끊는데 삽질은 했지만, 지하철로 숙소 가는법은 어렵지 않아서 3시쯤 숙소에 도착했다. 지하철역에서는 일단 무료 와이파이가 터진다. 암스테르담가 근처의 호스텔이었는데 체크인이 4시부터라 가방을 맡기고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미국인이 뉴욕에선 피자를 먹어야 한다는 말을 했던게 기억나서 숙소 오는길에 보이던 화덕피자집에 들러 점심을 때우고 노닥거리며 체크인 시간을 기다렸다.


 가방을 받고 체크인하고나니 침대에 누워서 일어나기가 귀찮아진다. 5시반 경기라 4시반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간단하게 짐을 풀고 앉으니 4시20분쯤, 10분 정도 휴대전화 충전도 좀 하다가 양키 스타디움을 향했다. 표는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해뒀고, 창구에 가서 여권을 보여주니 입장권을 내준다. 경기장 주변엔 뉴욕시티FC는 물론이고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유명한 유럽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도 제법 보인다. 입장전에 기념품샵이 들러서 머플러를 하나 샀다. 딱히 마음에드는 디자인은 없어서 그냥 팀 로고가 잘 나온거로 하나 골랐다.


 경기장은 원래 야구장으로 쓰이는 곳이라 모양새가 어색하긴 하지만 경기 관전하기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한쪽 코너가 안보이긴 하지만 한국의 어설픈 종합운동장들 보다는 확실히 보기가 좋다. 예약한 자리는 2층이었는데 처음 와본 야구장이라 구역 찾기가 쉽지 않아 직원한테 물어보니 올라가는 길을 알려준다. 한참 뱅뱅 돌아 올라가서 자리를 찾아가니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경기전 맥주/안주 구입은 일단 전반전 이후로 미루기로 하고 경기 시작.


 기대했던 다비드 비야는 부상으로 결장, 최근에 교체로 주로 투입된다는 안드레아 피를로가 선발로 출전했던게 의외였다. 포틀랜드 팀버스가 그렇게 강팀이라는 느낌은 없었는데, 양팀 모두 경기력이 그렇게 좋은 수준은 아니었다. K리그 상위권 팀 경기보다도 못한 느낌이었고, 장시간 비행+시차부적응의 여파로 전반중 절반은 졸았던 것 같다. 꾸벅꾸벅 졸다 어느덧 전반 막판이 되었을 때 피를로의 실수가 바로 실점으로 이어지고 전반전은 끝나게 된다.


 경기장에는 야구장 스타일로 맥주를 들고다니며 파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경기에 집중하는데는 방해가 되는 요인이라 일단 무시하고 하프타임에 맥주를 사러갔는데 신분증을 내놓으라 한다. 입장권 교환때문에 여권을 챙겨가지 않았다면 콜라나 한 잔 마시고 있을뻔했다. 맥주잔은 팀 로고가 들어간 플라스틱 잔이었는데, 나는 다 마시고 경기장에 버리고 나왔으나 나중에 숙소에 와보니 그 잔을 기념품으로 들고온 사람도 있는걸 보고 그냥 가져오지 않은게 살짝 후회되었다.


 후반전 경기는 동점골을 넣으려는 홈팀과 역습으로 차이를 벌이려는 원정팀의 공방전이 이어졌지만 추가골은 나오지 않았고, Man of the match는 패배한 팀의 골키퍼 차지가 된다. 뉴욕시티FC는 아무래도 다비드 비야의 빈자리가 너무 커 보였고, 홈구장 분위기는 유럽의 그것만큼 심각하지는 않아서 경기가 끝난 후 여유있게 주변을 둘러보며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숙소에서 만난, 그날 경기를 봤던 영국 사람들도 그런 분위기가 어색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아무래도 야구, 아이스하키, 미식축구가 아니라 그런거 같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실제로 뉴욕에 거주하는 지인 하나도 그런 얘기를 했고.





 경기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온 시간이 대략 밤 10시경인데, 한국으로 치면 오전 11시다 보니 정신이 점점 맑아지는 것 같았다. 어중간한 경기 시간 때문에 못한 저녁식사는 숙소 주변의 핫도그집에 가서 해결하고 다음날 가볼 베이글 가게 위치도 알아보며 근처 수퍼에서 맥주 두캔을 들고 돌아왔는데, 캔이 제법 큰 750ml짜리다 보니 누가보면 알코홀릭인줄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가을밤 날씨가 좋아서 술을 마시기는 좋았는데, 첫 날 골랐던 맥주는 맛이 좀 묽지만 그렇게 기나긴 9월 9일 토요일의 일정은 제법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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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7. 9. 21. 21:50 여행

 2014년에 캐나다에 다녀온지 거의 3년 만에 장거리 노선 비행기를 타게되었다. 일주일 밖에 안되는 휴가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이 이상 긴 휴가를 내는건 쉽지 않기에 간만에 떠나는 먼 곳으로의 여행 자체에 만족하기로 했다. 금요일까지 업무를 마치고, 인수인계서 작성 및 부재중 메시지까지 남기고 집에 오는데도 다음날 출발한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14시간 넘는 비행시간 및 시차적응을 위해서 그냥 날밤을 새볼까 했는데, 중간에 잠들어서 실패했다. 아침에 운전도 해야해서 전날 음주도 제대로 못하다보니 출발 당일의 컨디션은 매우 좋았다. 차라리 밤에 잠을 안자고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귀국할 때 집어들 몇몇 기념품을 갖고 집이 있는 오르막을 오르는걸 생각하니 그래도 차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아침 7시쯤 도착했는데도 장기주차장은 한 구역을 제외하고는 만차다. 그나마 남아있는 구역도 자리가 얼마 없다. 꽤 많은 사람들이 9월에도 출국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차를 이용하여 여행하는 사람 수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연말이 아닌 시기에 차를 갖고 인천공항에 왔던게 5년 전이니 그때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겠지.


 이번 여행에는 면세점에서 구입하거나 부탁받은 물건도 없어서 제법 홀가분한 마음으로, 혹시라도 비행기에서 읽을지도 모를 책 한권만 가방에서 빼고 발권을 하는데 통로쪽 좌석은 이미 자리가 없다. 출발 3시간 반 전에 도착했는데도 그렇다. 4인석 보다는 그나마 3인석 가운데가 낫겠다 싶어서 표를 받고 출국장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 공항에 올 때는 집에서 식사를 거를때가 많았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출국장에 들어가서 게이트 위치를 파악한 후 제일 먼저 식당들을 찾아헤맸다. 공항에 있는 식당들이 늘 그렇듯이 비싸보이는 것들만 가득한데다 맛을 알 수 없으니 비교적 만만한(?) 패스트푸드점을 찾는데 ㄹㄷㄹㅇ들 사이에 ㅂㄱㅋ이 하나 보인다. 편법인지 꼼수인지 몰라도 큰세트 밖에 안파는 덕에 정크푸드를 매우 비싼 값에 구입해야만 한다.


 비행기에 올라서는 첫 기내식을 먹으며 함께 마신 와인이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바람에 영화를 5편 보고 나서야 뉴욕에 도착했다. 출발 할 때 토요일 아침 10시였는데, 도착하니 토요일 아침 11시다. 창가쪽에 앉았던 필리핀계 미국인은 비염으로 훌쩍이면서도 초면인 사람에게 말을 참 잘 걸었는데 입국심사장 줄이 다르다보니 출국심사 후에 다시 마주치지는 못하였다.


 검색으로만 찾아본 악명높은(?) JFK 공항 입국 심사장, 입국 심사가 까다로운 것은 아니다. 뭐하러 왔냐, 며칠 있을거냐, 어디 갈거냐는 짧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줄을 2시간을 서야만 했다. 비슷한 시간대에 JAL, EVA항공등에 내린 승객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으나, 토요일이라 그런지 몰라도 14개의 게이트중 문이 열린 곳은 2개 뿐이었다. 시간이 가면서 몇 개 더 열고, ESTA 2회 이상 입국자나 비자 소지자들을 다른데로 불러서 빼긴 했지만 두시간 이상 서있다 보니 진이 다 빠진다.


 오후 1시가 넘어, 비행기에서 제대로 잠도 못잔 상태로 2시간여 동안 서있다보니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날씨가 꽤 좋았으나 어서 빨리 공항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그날 공항을 찍은 사진은 없다. 돌아오는 날 보니 그렇게 하늘이 쾌청했을때 사진을 안찍은게 후회될 정도였다. 아무튼 공항터미널을 다 돌고 지하철/열차로 환승할 수 있는 역까지 운행하는 열차를 타고 자메이카역에 도착했다.


 여기서 실수를 하나 범하게 되는데, 이곳까지 오는 열차는 역에서 나오면서 5달러 요금을 내는 구조인데, 자동판매기에서 표를 사야한다. 표를 사면서 함께 메트로카드도 구매가 가능하다기에 함께 구매하기를 누르고, 당시 소지하고 있던 가장 적은 액수의 현찰 50달러를 넣었는데, 컨디션 탓도 있었고 화면에 뜬 문장을 지금 넣은 금액이 50달러가 맞냐는 것으로 오독하여 Yes를 눌렀더니 자동판매기가 표만 뱉어낸다. 함께 출력된 영수증을 보고 50달러가 메트로카드에 모두 충전된 것을 알았고, 근처의 직원에게 환불이 되는지 물어보니 안된다고 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5달러를 내고 나와서 7일짜리 패스를 사야 했는데, 무슨 정신으로 저랬는지 모르겠다.


 메트로카드 자동판매기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은 여행 말미에 금액을 충전하면서, 그리고 다시 JFK공항에 돌아와서 자동판매기의 메뉴를 살펴보며 알게되었다. 우선 자메이카역의 자동판매기에는 패스같은건 판매하지 않는다. 선택할 수 있는건 열차 이용요금 5달러 및 메트로카드 구입인데, 메트로카드도 같이 구매하겠다 하면 이후에 투입한 금액 모두 충전하던가 전액을 뱉어내던가 밖에 안된다. Yes를 누르면 그냥 투입한 금액 전액이 충전된다. 여행 막바지에 지하철역에서 메트로카드를 재충전하며 보니 내가 10달러를 충전하겠다고 고르고 20달러를 넣으면 투입한 금액을 전부 충전할거냐 묻고, 아니오를 누르면 맞는 금액을 넣으라며 앞서 넣은 20달러 전부를 토해낸다. 남은 10달러를 거슬러주는게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맞다고 하면 투입한 금액이 전부 메트로카드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날에 자메이카역으로 가는 지하철노선이 공사에 들어가는 바람에 할 수 없이 LIRR(Long Island Railroad)를 이용해야 했는데, 펜역에 있는 자동판매기 역시 LIRR표랑 메트로카드를 같이 판매하지만, LIRR은 표를 따로 사야만 한다. (7.5달러) LIRR이나 메트로카드 홈페이지를 찾아봐도 명확한 내용이 보이지 않아 일단 표를 샀더니 열차 안에서 직원이 확인하고 표를 회수해간다. 메트로카드는 같이 판매할 뿐이지 사용할 수 있는건 아니다.


 아무튼 50달러가 충전된 메트로카드를 들고나니 정신이 들어서 그 길로 바로 숙소로 향했다. 머리속에는 방금 저지른 바보짓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숙소에 도착하니 체크인시간까지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가방만 맡기고 근처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기나긴 토요일은 아직도 오후 4시가 안되어 있었으며, 체크인을 하고나면 미리 예약해둔 축구경기를 보러가기까지 시간여유가 별로 없어보인다. (양키 스타디움에서 5시반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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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6. 2. 18. 03:23 여행

 여행 루트를 짜면서 어떻게 방문할지 고민을 꽤 했던 곳이다. 그놈의 축구가 뭐길래 북중미 챔피언스리그 경기만 포기했으면 깔끔하게 토론토로 내려오면서 여기서 하루 머물 수도 있었지만 결국엔 그걸 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대팀이 뉴욕 레드불이라 앙리를 캐나다에서 다시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고심끝에 차를 렌트해서 다녀오기로 결론을 내렸다. 기차로 다녀오기에 당일치기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렌트는 Hertz를 통해 웹으로 했고, 국제운전면허증은 미리 준비했다. 쉐보레 임팔라 출시 소문이 돌던 시기라 호기심에 임팔라를 예약을 하고, 기타 추가 정보를 입력하는 것 만으로 예약은 손쉽게 끝났다. 이 업체를 선택한 이유는 비교적 시내 중심가에 찾기 쉬운 곳에 위치한 것과 내가 원하는 시간에 반납 예약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비 및 기타 보험을 포함해서 CAD 100불이 조금 안되는 가격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주행거리가 짧으면 더 싸게 렌트도 가능했지만 왕복으로 거의 600km를 달려야 했기에 그런 옵션들은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아침 9시에 차를 픽업하기로 했기에 일찍부터 서둘렀다. 아이폰 배터리도 거의 맛이 간 상황이라 혹시 몰라서 시거잭 USB충전기와 충전 케이블도 챙겨야 했다. 시내에 위치한 사무실에 가서 예약 내역을 보여주니 임팔라가 없어서 대신 다른 차를 준다며 내준 차가 크라이슬러 300C였다. 별다른 짐도 없고, 혼자 타기에는 꽤 큰 차였고, 무엇보다도 기름을 많이 먹을 것이 걱정되었으나, 없는 차를 어디서 구해올 방법이 있겠나 싶어서 차의 상태를 같이 확인하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기본적인 설명을 듣고(예를 들면 반납시 기름 채우는것 등) 차를 받아 사무실을 나왔다. 키를 받으면서 카드로 결제를 하면 처음 예약한 것 보다 큰 금액(250캐나다 달러)의 승인 문자가 온다. 일종의 보증금 같은 개념인데 차량 반납 후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정정되어 제 가격 만큼 처리된다. 


 외국에서의 운전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이 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운전 방향과 단위가 같아서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설치한 NeverLost라는 이름의 내비게이션은 정말 필요한 내용만 보여주어서 길을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우선 처음 알아본 킹스턴의 크루즈 근처 주차장을 목적지로 정하고 출발하였다. 크루즈도 미리 예약을 했는데, 그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서둘러 출발해야 했다.


 몬트리올에서 킹스턴까지 가는 구간의 고속도로에는 별도의 통행료를 받는 톨게이트가 없었다. 2시간 정도 달리다 보니 불어로된 표지판이 사라지고 영어로된 표지판이 먼저 등장하기 시작한다. 한국과 다른점은 규정속도가 100km/h면 거의 모든 차들이 규정속도대로 주행을 한다는 것이다. 간혹가다 등장하는 과속시 벌금을 보니 왜 그런지 이해가 가긴 했다. 항공 단속도 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도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마주할 수 있었다. 덕분에 이 큰 차의 트립 컴퓨터에 기록된 평균 연비는 어느덧 15를 찍고 있었다.


 주차장은 내가 타려고 했던 크루즈 홈페이지에 안내된 곳을 선택했다. 차로 올 경우 가장 가까운 주차장 안내가 있었고, 주차요금 정보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주차요금은 시간당 1 캐나다 달러니까 우리나라 물가랑 비교해도 저렴한 편이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크루즈 매표소로 향했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도 가능하지만 혹시라도 늦을까봐 미리 표를 구입하지는 않았다. 다행히도 조금 일찍 도착하여 표를 구입하고 간단하게 식사를 할 시간도 있었다. 몬트리올에서 출발할 때 날씨는 비도 살짝 내리고 있었지만 여기 오니 제법 화창하다. 여러 종류의 크루즈 투어 중에 내가 선택한 것은 3시간 짜리였고, 12시 반에 출발하여 킹스턴에 다시 돌아오는 시간은 오후 3시 반이다.


 배에 오르면 오래된 만담 형식의 대화를 통해 그 지역의 간략한 역사와 지금 보이는 풍경 중에서 특이할만한 곳에 대한 설명을 녹음한 것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돌아올 즈음엔 배에서 공연을 하는 로컬 밴드의 공연이 이어지는데 제법 볼만한 편이다. 자작곡 보다는 유명한 노래들을 불러주고. 음반도 현장에서 팔고 있는데 그것까지 팔아줄 정도는 아니었다. 화창한 가을날씨에 선선한 바람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음악까지 어우러진 매우 유쾌한 경험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꽤 추천할만한 경험이다.


 배에서 내린 후 킹스턴 시내를 구경했다. 자동차 반납은 오후 9시였기 때문에 1시간 반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니다보니 여유를 갖고 가볍게 산책을 하며 풍경과 날씨를 즐겼다. 이곳의 화창한 9월 날씨는 길을 걷다 벤치에 가만히 앉아, 불어오는 바람만 맞아도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일정에 여유가 있었다면 하루 정도는 머물고 싶은 곳이 아닐 수 없다. 케벡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할 곳이다.


 주차장에서 차를 찾아 다시 3시간 정도 달려서 몬트리올로 돌아왔다. 주가 바뀌는 것은 표지판의 언어가 바뀌는 것으로 파악이 가능하다. 국경을 넘는 기분이 든다. 돌아올때는 미리 검색해둔 렌트카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장이었는데, 처음 가는 길이다 보니 진입로를 못찾아서 헤메다가 간신히 찾아 들어갔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33캐나다 달러, 가득 채우고 나니 45리터 정도가 들어간다. 덩치가 꽤 큰 차임에도 불구하고 앞차들 따라가다 보니 강제로 연비운전이 된 것 같다. 주유를 마치고 렌트카 사무실로 돌아와서 주차를 하고, 처음에 받았던 서류에 기재해야 하는 것들을 적은 후 같이 받은 봉투에 키와 함께 봉인해서 반납함에 넣는 것으로 이날 일정은 마무리된다. 물론 돌아오는 길에 맥주를 사는 것도 잊지 않았다.


 킹스턴은 거리로 보면 몬트리올보다는 토론토에 더 가까운 곳이라 토론토에 머물면서도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케벡에서 토론토 방향으로 내려가면서 들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반대 방향으로 여행시에도 마찬가지다. 짧은 여행일정과 개인적인 욕심으로 인해 그냥 지나칠뻔한 곳이기도 한데, 렌트를 해서라도 다녀온 것은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하루동안 사용한 렌트비와 기름값을 더해도 기차로 왕복한 것보다는 살짝 저렴했고,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저 차를 받을 것 같았으면 더 작은차를 렌트해서 비용을 더 줄일 수 도 있었을 것이다.(앞에서 차 받아가던 프랑스 여행객들은 폭스바겐 골프를 받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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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6. 2. 16. 02:51 여행

 두 번째 날 일정은 케벡시(Ville de Québec)투어였다. 참고로 퀘벡이라는 표기는 영어식 발음에 따른 표기라 할 수 있다. 프랑스어의 Q(퀴)는 항상 u(위)와 함께 표기하는데 발음도 그렇고 우리말 표기시 u는 없는 것 같이 처리하는 것이 맞다. 같은 원리로 파리의 노트르담의 등장인물 Quasimodo는 콰지모도가 아니라 카지모도가 맞는 표기다. 아무튼 몽레알(몬트리올)에서 케벡까지는 차로 3시간이 조금 못되는 거리다. 내가 예약한 투어는 숙소로 아침 8시에 픽업을 오는데, 이 차를 타고 시내의 관광안내 센터로 가게 된다. 여기서 예약 내역을 보여주면 진짜 표를 발권해주면서 바로 앞에 있는 버스 정류소 중에 어디로 몇 시까지 가면 되는지 알려준다.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고, 관광안내 센터에 있는 기념품들도 구경했다. 여행 일정 초반에 기념품 구입은 하지 않는 편이라 그냥 어떤 것들이 있는지만 둘러보며 버스를 기다렸다. 시간이 되자 큰 버스가 이어서 두대가 오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인원 조정을 한 뒤 출발을 하게 된다. 현지 투어는 영어와 프랑스어로 진행되며, 가이드들은 케벡 출신으로 캐나다의 다른 도시나 외국에서 생활한 사람들이 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프랑스어도 영어도 제법 알아듣기 어렵지 않은 편이다.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가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타고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물론 휴게소이다. 베트남에서 갔던 투어와 같이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가지는 않고 그냥 일반적인 휴게소다. 간단하게 일을 본 후 처음 향한 곳은 몽모랑시 폭포(Chute Montmorency)다. 케벡 시내에서는 살짝 떨어진 곳에 있어서 케벡시내에서 차로는 20분 내외로 걸리는 거리지만 대중 교통으로는 1시간 정도 봐야 할 것 같다. 폭포 구경을 마치고나면 시내의 주요 포인트를 돌며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진다. 시내의 차들이 갑자기 막혀서 보니 큰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Musée de la civilisation 화재는 캐나다 현지 뉴스에도 보도될 정도였다.)


 투어에 옵션으로 크루즈가 있었다. 이 것을 선택하면 다른 사람들이 시내 자유관광을 하는 동안에 배를 타고 생 로랑 강을 따라 케벡을 구경할 수 있다. 배를 타고 돌아오면 실제로 식사하고 시내를 자유롭게 구경할 시간이 빠듯하다. 다음에 다시 올 생각으로 이번에는 배를 타보기로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꼭 이런 투어가 아니라 자유여행으로 오고 싶은 곳이기에 못가본 곳은 다음에 오면 된다. 내가 탄 버스에서 크루즈투어를 신청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2명이었는데, 화재로 인해 길이 막히다 보니 선착장에 도착한 시간이 다소 지연되었다. 버스에 탔던 가이드는 배를 타는 곳 까지 동행한다. 같이 배를 타게 된 사람은 나이가 좀 많은 캐나다 다른 곳에 사는 남자였는데, 젊어서 아이슬란드에서 살았던 적이 있고, 지금도 친척들이 있다고 하는데, 비슷한 세대가 아니다 보니 배에서까지 같이 다니지는 않았다.


 투어를 마치고 돌아와서 식당을 하나 찾아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물론 맥주도 시켰다. 식당은 그냥 시내 중심에서 프롱트낙 성(Le Château Frontenac)이 보이는 곳이었다. 배를 탄 시간 만큼 자유여행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집결지에서 멀지 않고, 비교적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케벡에서 버스는 오후 5시쯤 출발하여, 몽레알 시내에는 8시가 넘은 시간에 도착했다. 버스 기사는 출발전에 목적지를 물어보고 그 거리 혹은 해당 숙소 입구까지 가서 승객들을 내려준다. 같은 버스에 한국인 관광객도 2명 정도 있었던것 같은데 남매같기도 하고 커플 같기도 해서 따로 말을 붙이지는 않았다.


 9월의 케벡 투어는 제법 괜찮은 선택이었다. 가이드도 9월이 여행하기엔 가장 좋은 계절이라 했고(이건 매달 바뀌는 멘트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한국의 가을 날씨 이상으로 포근하고 선선한 바람이 아주 좋았다. 도시의 풍경 또한 유럽스타일의 가이드의 설명을 빌자면 프랑스인들이 캐나다에 넘어오기 시작한 그 시대의 프랑스의 모습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크루즈의 가이드는 그 당시의 복장을 하고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아무튼 여행 일정이 짧아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가이드 투어로 오게 되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따로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날씨도 유난히 사랑스러웠고, 풍경도 짧게 보고 넘어가기엔 모든 것이 아쉬웠다. 도시가 그렇게 크지는 않기에 1박 2일 정도의 일정이면 여유롭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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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6. 2. 16. 02:02 여행

 숙소에 돌아와 잠깐 눈만 붙인다는 것이 2시간 넘게 잠을 자고 말았다. 전날의 장시간 연착에 따른 새벽시간 도착, 그리고 바로 외출했던 것과 더불어 시차적응이 덜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오전에 외출했을 때 숙소로 돌아오면서 토론토가는 열차표를 예매했다. TGV처럼 인터넷 예매를 시도했으나 아직 E티켓 개념이 없다보니 현장에서 예매를 해야했다. 간 김에 열차역의 구조 및 탑승하는 법, 짐을 부치는 법까지 확인해뒀으니 남은 케벡에서의 일정은 편하게 계획대로 이어가면 되는 것이었다.


 다음날엔 출발전에 예약해두었던 케벡시 투어를 다녀와야 했고, 그 다음날엔 천섬(Mille-Îles / Thousand Islands), 마지막날 저녁에는 북중미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보는 것이 케벡에서의 일정이었기에 야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은 첫째 날 밖에 없는 셈이었다. 금요일이나 주말이 아니고는 9시만 되어도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기에 남은 일정 동안에는 가급적 밤 늦게 외출을 자제할 생각이었다.


 공항도착 후 구입한 1일 교통권을 새벽 3시에 개시를 했기에 그날 저녁까지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우선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몽-루아얄(Mont-Royal)로 향했다. 지하철로 가면 기 콩코르디아역이나 필 역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했는데, 가는 길에는 기 콩코르디아 역을 통해 가기로 했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지도를 펼쳐보고 있으니 한 아주머니가 와서 어디가는지, 뭐하러 가는지 물어보고 친절하게 길을 알려준다. 그 시간에 거기 왜 가냐더니 자기 딸도 그 시간에 종종 가긴 하지만 조금 늦은 시간 아니냐는 말을 덧붙인다.


 몽-루아얄 공원 입구에 도착하니 그 이유를 알게되었다. 일단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에 조명시설이 없었다. 휴대전화의 플래쉬를 켜고 설치된 길을 따라 올라가야 했다.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의 불빛과 마주치는 일도 종종 있었다. 먼저 다녀온 사람들이 말했던 너구리들은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몰라도 한 마리도 볼 수 없었다. 평소에 걷기나 오르막길 오르는 것을 기피했던 사람들이라면 제법 힘이 들 것 같은 코스를 따라 올라가니 샤를레 뒤 몽루아얄(Chalet du Mont-Royal)이 나온다. 겨울에 눈이 제법 내리면 올라가기 힘든 길일 것 같다.


 이 곳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내려온다. 낮에도 올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앞으로의 일정으로 볼 때 이번 여행에서 다시 오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 9시가 다 된 시간이었지만 분위기는 꽤 늦은시간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거의 텅빈 거리를 걸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예상치 못했던 비행기 연착, 예상에 없던 도쿄 외출, 새벽 4시가 넘어서야 도착한 숙도 등 첫 날부터 여러가지 일이 많았지만 워킹투어를 비롯하여 생각했던 일정은 그럭저럭 소화한 하루였다.


 돌아오는 길에 물론 맥주와 간식거리를 약간 사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해외에서 보내는 휴가의 즐거움 중 하나는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현지 맥주를 마시는 것, 첫 날 찍은 사진에는 맥주가 없긴 하지만 아무튼 이것 역시 해외여행의 즐거움 아닐까 싶다. 다음날 아침 일찍 숙소로 픽업 차량이 오기로 되어 있었기에 무리하지 않고 일찍 잠을 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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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5. 12. 14. 04:32 여행

 알람소리에 눈이 바로 떠졌다. 2시간 반 밖에 잘 수 없었지만 시차적응이 안된 탓인지 몰라도 작은 소리에 바로 깬 것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알람 놓고 잠들기가 참 뭐한데, 일부러 소리는 죽여놓고 이불이나 베게 밑에 휴대전화를 넣어둔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소리를 끈다. 확실히 게스트하우스에서 제일 먼저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이는건 나밖에 없다. 토요일 밤에는 밤 늦게까지 즐기는 주로 선진국에서 온 여행자들은 게스트하우스에서도 가장 늦게 일어나는 부류이다. 짧은 휴가를 원망할 수 밖에.

 

 새벽에 도착해서 하지 못했던 샤워를 마치고 외출준비를 했다. 같이 쓰는 방에서 새벽에 샤워소리를 내는건 민폐다보니 도착과 동시에 바로 침대로 향했으니까 꽤 오랜 시간만에 씻는 것이다. 저녁에는 바가 되는 식당에 내려가 아침식사를 때우고 로비로 올라와 8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숙소 밖으로 나가면 인터넷이 끊기게 되니 그 동안 메일 및 소셜미디어를 확인한다. 체크인 할 때 봤던 게스트하우스 직원은 어느새 퇴근했는지 다른 사람이 일을 하고 있는게 보인다. 잠깐 시간을 내서 숙소 근처의 마트에 가보니 다행히 문을 열었다. 언제 잃어버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하네다에서부터 안경닦는 천이 보이질 않는다. 직원에게 안경 닦는 것을 물어보니 한참 생각하다 나를 2층으로 데려가더니 짧은 영어로 설명을 해준다. 역시 내 불어는 여기선 먹히지 않는 것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상품을 보니 습식으로 1회용 천이 여러개 묶음인 것이다. 아쉬운대로 하나 구입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시간이 되자 가이드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도 나타난다. 아마도 여러 게스트하우스에서 모인 사람들인 것 같다. 다음으로 이동하는 장소가 다른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것으로 보아 여기가 마지막인듯 하다.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하는데 몬트리올 출신으로 밴쿠버에서 생활했고, 이스라엘에서도 살았다는 것으로 보아 유대인인것 같다. 영어발음은 불어권 사람 치곤 괜찮은 편이다. 일행 중에 혹시 프랑스어 하는 사람 있냐고 묻더니 영어와 프랑스어를 섞어서 설명해준다. 물론 처음에 자기 발음이 이상하지 않냐고 하더니만, 당신들도 여기 몇 달 살면 자기처럼 프랑스어 하게 될거라는 농담도 가볍게 던진다. 무리중엔 리옹에서 온 프랑스인 3명, 그리고 쌩뚱맞게도 한국에서온 나까지 4명이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고 손들었다.


 무료로 진행되는 투어지만 숙소의 위치가 좋다보니 걸어서 어지간히 유명한 장소들은 다 돌아볼 수 있었다. 북미에 왔는데 거리의 간판이 온통 프랑스어로 되어 있고, 영어가 안보이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이 가이드는 중간에 셀린 디옹에 관한 얘기도 적당한 농담을 섞어서 해준다. 현지인들이 해주는 이런 투어는 정말 알짜배기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이런 투어를 할 때 외국어를 전공했던게 잘한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입사지원 광탈할때와 전혀 다른 감정)


 오전의 투어는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마무리된다. 팁 개념으로 마지막에 자발적으로 얼마씩 주면 된다. 중간에 캐나다의 팁 문화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줬는데, 무리 중에 호주사람 있냐고 하더니 거기는 시급이 15달러나 되니까 팁이 필요없지만 캐나다는 시급이 거기만 못해서 팁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당시 케벡주 최저 임금은 10.25달러였다. 한국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 시급이지만 생활물가는 한국의 두배 수준은 아니니 우리가 얼마나 적은 돈을 받으며 노동력을 바치고 있는 것인가를 머나먼 곳에 가서 생각하게 된다.


 투어를 마치고 돌아와 미리 검색해둔 푸틴으로 유명한 식당을 찾아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유명한 공원이 있다길래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가을의 몬트리올은 뭔가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다. 한국도 날씨가 좋기는 하지만 이곳의 공기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유쾌한 기운이 느껴진다. 일요일 오후에 한가롭게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유럽에서 본 것과 비슷하다. 아침에 투어에서 본 것들도 그렇고 이곳 분위기는 나중에 가게될 토론토와는 완전히 다르다. 유럽, 프랑스에 더 가까운 모습이란 말이 허언은 아닌 것이다.


 푸틴은 감자튀김과 여러가지 음식을 버무린 것으로 우리에겐 식사보다는 맥주 안주로 어울리는 음식이다. 가이드가 오전에 설명해주기로는 어느 영국인 여행자들이 몬트리올에 여행와서 식당들이 다 문닫은 시간에 어느 식당에 가서 남은 재료를 그냥 넣고 아무거나 달라고(Put it in)했던 것에서 유래했다나. 이태원에도 이걸 파는 식당이 있다고 하니 어떤 음식인지 맛보기는 어렵지 않은 편이라 하겠다. 다만 간이 좀 짠 편이다. 맥주나 기타 다른 음식을 시키지 않았다면 다 못먹었을 것 같다.


 식당에 도착하니 유명한 식당답게 대기줄이 길다. 하지만 오래 먹는 음식이 아니다보니 테이블 회전은 빠른편. 생각보다 빠르게 순서가 찾아왔고, 약간 늦은 점심식사를 하게 된다. 여행 첫 날이라 그런지 아직 시차적응이 완벽하게 되지 않아서인지 조금 어색하긴 하다. 한국 시간으로 대략 새벽 3시였으니 말이다. 식사를 마치고 장시간 비행의 피로와 시차부적응 그리고 2시간 반 밖에 안잔것 때문인지 피로가 몰려온다. 일단 첫 날이니 무리하지 않고 숙소에 돌아가서 잠깐 쉬고 다시 나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길로 바로 숙소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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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5. 12. 9. 04:10 여행

 나는 해외여행을 갈 때 데이터로밍을 하지 않는다. 일단 외국에 나가면 급하게 연락받고 행동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도 있고, 일단 회사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기 때문이기도 했다. 처음 해외여행을 나갈 무렵에는 스마트폰이 국내에 들어오기 전이었기에 아예 로밍도 하지 않고 출국했었다. 아이폰으로 바꾸기 전까지 해외여행시 휴대폰은 가방속에 고이 모셔져 있는 집열쇠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도입된 초창기에 해외 데이터 사용 요금이 제법 무시무시한 수준이었기에 숙소에 머물때만 인터넷 사용하는 것이 습관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지금 사용중인 스마트폰은 여행중엔 카메라 역할을 하고, 숙소에 돌아온 이후에는 소셜미디어로 가족/친구들과 연락하는 도구로만 사용될 뿐이다.

 보통은 출국 직전에 셀룰러데이터 차단을 걸고, 공항이나 숙소에 도착해서 무료로 와이파이 사용법을 찾는 편이다.(차단 서비스는 솔직히 기기 사용법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딱히 필요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숙소에 돌아오면 주머니 속에서 메신저의 알림소리가 가장 먼저 들려온다. 한국에 있을때는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살기에 쉬는 동안에라도 잠시 인터넷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물론 한 번은 몰상식한 상사로부터 현지 시차를 무시한 채 한국시간으론 한참 업무중인 시간이었겠지만 새벽 3시 반에 전화가 온적이 있다. 자는 중이라 받지는 못했지만 부재중 전화가 걸려온 시간을 보고 화가 많이 났었다. (매우 급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었기에 더욱 더 휴가를 망치는 기분이 들었던 일이다.)

 이렇게 다니다보면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열차나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함께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볼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오래 머무는 곳이 아니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곳들의 모습을 더 많이 눈에 담아놓을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물론 요즘엔 그 나라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뉴스보는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되지만, 사소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같은 느낌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다니다보면 부가적으로 휴대폰 배터리 사용시간도 많이 늘어나게 되면서, 보조배터리를 사용하거나 충전할 장소를 찾아다닐 이유도 없어진다.


 현찰은 선진국의 경우 우리돈으로 10만원 내외를 하루 일당으로 환전하여, 1일 사용분만 여러 주머니에 분산 후 가지고 다닌다. 하루치 예산은 별도로 분류하여 보관 후 해당하는 날짜에 정해진 만큼만 갖고 나간다. 갖고 나간 돈이 남게되면 다음날 사용하기로 한 금액에 더하게 된다. 이러다보면 여행 마지막에는 하루에 들고나가는 금액이 이틀치 예산이 될 때가 있기도 한데, 그런 경우엔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지출을 아끼던 것을 사는데 사용하거나, 보통은 잘 가지 않는 비싼 음식점에 가서 다 털어버리곤 한다. 그래도 남는 경우엔 출국당일 면세점에서 동전들과 함께 다 써버린다. 한국에 갖고 들어와서 재환전한 경우는 아직 없었다.

 동전을 수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기념품 차원으로 종류별로 한 종류씩의 동전은 따로 챙겨둔다. 여행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계산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보통 첫날 일정을 마치고 나면 숙소에 도착한 후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이런 동전 분류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나라인 경우에는 사용하는 국가에 따라 앞면의 디자인이 다 다르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앞면 디자인별로 모아볼까 하다가 이제는 포기한 상태다. 중국 동전이 아직 남은게 없는 것은 회사에서 워크샵이라는 이름으로 금요일 밤 출국/일요일 밤 귀국 일정으로 단체관광 비슷하게 다녀오는 바람에 개인적인 지출을 할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가서 결산 자체를 매우 꼼꼼하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루가 끝나고 숙소에 들어오면 보통 지폐와 동전이 얼마나 남았는지만 확인하고 넘어간다. 예전에 한 번 꼼꼼하게 체크해본다고 시도는 해봤는데 어딘지 모르게 조금씩 맞지 않은 것도 있고, 그날그날 어디에 무슨일로 지출했는지 가계부 쓰듯이 하는 일을 휴가와서까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한 상태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쓰고, 남는 돈은 다음날 예산에 보태고 하다보면 그럭저럭 낭비도 없고, 부족하지도 않은 여행이 되곤 한다.


 새로운 목적지가 정해지면 가장 먼저 서점으로 달려가 론리플래닛을 구입한다. 그 두꺼운 책을 모두 읽고 머리에 넣기 위한것은 아니고, 단지 참고 자료로 이보다 좋은 것은 없는것 같다. 시중에 팔리는 수 많은 우리말로된 여행 서적은 보통 수필형식으로 된 것이 아니면 사진으로 도배된 것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안가는 서호주의 퍼스나, 캐나다의 몬트리올 같은 경우 다른 호주와 캐나다 지역 설명에 대한 부록 수준으로 언급된 것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으로 휴가를 가는 경우 가급적이면 얇은 것으로 한 권씩 살 때도 있다.

 여행 계획은 촘촘하게 짜는 편이 아니다. 나라를 정하고, 도시를 정하고 나면 꼭 봐야할 곳을 몇 곳 정하고 그 안에서는 즉흥적으로 움직일때가 많다. 음식점은 책에 나온 것들을 참고하는 수준이고, 그냥 돌아다니다 괜찮아 보이는 곳에서 식사를 하는 편인데 간혹 이러다 유명한 맛집이 얻어걸리는 때도 있다. 나고야에 갔을때는 유명한 식당 한 곳을 제외하고는 그냥 가까이 있는 유명한 음식을 파는 곳을 찾아다녔다. 책에 소개된 음식점에 가기 위해 시외로 이동하기 귀찮아서 그런 것도 물론 있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여행을 떠난 경우에는 공항에서 지도를 받아, 안내센터 직원한테 꼭 가야할 곳을 찍어달라 해서 본적도 있다. 작년 휴가때는 일본에서 갈아타는 비행기가 6시간이 넘게 지연되어, 공항에만 있기 싫어서 계획에도 없던 도쿄 시내 나들이를 갔는데, 이때도 공항에 있는 안내센터 직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덕분에 캐나다에서 쓰려던 CAD일부를 엔화로 즉석 환전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CAD일부를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휴가를 다녀온 후에 남는 것들은 스마트폰과 디카에 담긴 사진과 하나씩 늘어가는 론리플래닛 모음이다. 그리고 휴가와 함께한 추억들이 있는데 그 동안은 바쁘다는 핑계로 사진 정리 이외에 다른 기록을 남긴 것들이 없다. 이제 시간이 매우 많아지게 되었으므로, 최근에 다녀온 곳 부터 하나씩 기억을 더듬어 여행의 기록을 남겨볼 생각이다. 게으름병이 심해지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럴 생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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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5. 12. 8. 03:51 여행

 지금까지 매년 나에게 주어진 휴가는 딱 5일이었다. 앞뒤로 주말을 포함하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9일, 그 9일을 가득채워 한국을 떠나 있는 것이 1년에 한 번 있는 휴가를 즐기는 방법이었다. 물론 신입사원때는 이렇게 꽉찬 휴가를 보내는 것이 여러모로 부담스러워 월요일에 출국하여 금요일에 귀국하는 소심한 일정으로 홍콩에 다녀왔지만 그 다음해부터 작년까지는 정말 하루도 낭비하는 일 없이 토요일 출국/일요일 귀국 일정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덕분에 갈 수 있는 곳들이 멀어봤자 유럽까지로 제한되었고, 중남미는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면 갈 수 있는 곳으로만 남겨두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만둔 이후로는 다른 사정이 생겨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처음에는 비행기표를 무조건 싼 것만 찾아다녔다. 그렇다보니 입/출국 하는 스케줄이 엉망이었고, 지금 같으면 1년에 1번 주어지는 소중한 휴가인데 돈을 얼마 더 주고라도 하루 혹은 이틀을 더 샀을 것이다. 2년차때 다녀온 뉴질랜드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우리나라 시간으로 토요일 아침 10시반에 출발하는 말레이시아 항공편을 이용하였고, 목적지인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한 것은 현지 시간으로 일요일 아침 10시였다. 토요일 하루와 더불어 일요일 아침마저 고스란히 날린 셈이며, 귀국 일정도 토요일 정오에 오클랜드를 출발하는 비행기다 보니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날 아침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덕분에 다음 휴가부터는 현지 도착시간과 출발시간도 꼼꼼하게 체크하여 비행기표를 구입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휴가는 일정을 맞출 동행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2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혼자 다녀오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친구와 같이 다녀온 휴가지가 모두 적도 아래에 위치한 나라들이다.(뉴질랜드, 호주) 처음 3년 동안은 휴가를 7, 8월에만 낼 수 있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다른 달에도 낼 수 있었기에 비교적 비행기표 값이 내려가는 9월을 선호했었다. (2011년에는 프랑스에 가기로 작정한 해다 보니 대혁명기념일(7월 14일)이 있는 주에 가고자 일부러 7월에 휴가를 쓰기로 했었다.) 덕분에 동행을 구하는 일은 더 어려워지게 된 셈이다.

 여행을 가면 보통 아침 일찍 일어나 해가 떠어질 때까지 걷고 또 걷다가 밤이되면 또 걷는 스타일이다 보니 내 여행 스타일에 다른사람들이 맞춰주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짧은 휴가에 대한 압박감이 이런 습관을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외국에 나가있는 동안은 1분 1초가 아까워서 잠도 정말 필요한 만큼만 자는 편이고, 숙소를 나서는 시간도 제법 이른 편이다. 덕분에 게스트하우스를 사용하는 경우엔 가장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되곤 했다. 휴가가 많아서 그런것인지 모르겠지만 늦게까지 놀다 들어와 늦잠자는 다른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다른날보다 더 늦게까지 깨어있곤 했었다.

 시차적응 같은 경우 영국이나 프랑스 같이 시차가 꽤 나는 나라에 가는 날에는 아예 잠을 자지 않았다. 가방에 짐을 챙기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비행기에서 잠을 청했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시차 적응이 어렵지는 않았고, 귀국할때도 그냥 식사할 때 술 한잔 걸치고 자는 방법으로 어렵지 않게 월요일 출근이 가능했다. 아직 건강에 크게 이상이 없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꾸벅꾸벅 졸 만큼 힘든적은 없었다. 물론 시차적응이 전혀 필요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나름 어렵지 않게 극복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작년에 캐나다에 갈 때 도쿄에서 토론토가는 비행기가 6시간이 지연되어 몬트리올 도착 시간이 토요일 저녁 8시에서 일요일 새벽 2시가 되었을때다. 덕분에 숙소 체크인을 새벽 4시 반이 되어서야 하게되었고, 아침 7시에 시작하는 워킹투어를 다녀오고 나서 바로 쓰러져야만 했다. 그래서 첫 날 오후 일정은 거의 다 날아가고 밤에 잠깐 외출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아마 휴가를 더 길게 받을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나의 첫 직장생활은 올해 3월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나보다 더 많이 받고, 더 많은 휴가를 누릴 수 있는 지인들 중에는 이렇게 빠듯한 일정으로 휴가 다녀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애초에 여행 다니는 것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휴가를 2주를 주던 3주를 주던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렇게 돌아다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아쉬웠던 것은 이렇게 짧은 휴가였지만 이제는 다른 문제와 씨름하느라 당장 그동안 꿈꿔온 곳으로 날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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