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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27. 00:21 여행

 고심끝에 4월 중순 도쿄행 비행기표를 발권하기로 했다. 연차가 몇 개 안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몇 개 더 있는 것으로 확인해서 3박 4일로 다녀오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 벚꽃이 절정인 시기는 아니지만 내년에 또 가면 되는거니까 봄에 다시 일본 여행을 가는 것에 만족해야겠다.


 도쿄는 예전에 요코하마 출장 때문에 처음 가본 이후로 2014년 캐나다 여행갈 때 비행기가 연착되어 반강제 여행 한 번, 그리고 퇴사 후 사업 준비할 때 짧게 한 번 다녀온 것 까지 치면 이번이 4번째 방문이 되겠다. 갈 때마다 다 다른 길로 다녀서 겹친적은 없었지만 이번에는 가마쿠라쪽도 다녀올 생각이다. 시간이 되면 출장 갔을 때 잠깐 구경만 했던 요코하마에서 시간을 더 보낼 생각도 있다.


 날이 풀리기 시작하니 이제 슬슬 달력을 보며 올해엔 어딜 다녀오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3월에는 좀 복잡한 일이 월초에 있는데 해결되는대로 머리나 좀 식히러 여수나 순천쪽으로 다녀올 생각이다. 월요일 연차 하루 내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예전과 다르게 게스트하우스도 많이 생겨서 혼자 여행가기도 훨씬 좋아졌으니 말이다.


 5월에는 임시공휴일 여부에 따라 계획이 복잡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미리미리좀 알려주면 계획도 미리 짤텐데, 이도저도 아닌게 되어버리면 뭐 그냥 허리띠 졸라매고 소비를 줄이는 수 밖에 없지. 내수경기를 생각한다면 월급 올려주고 휴일 더 주는 것 만큼 좋은 해결책이 또 있을까?


 가을에는 독일이나 슬로베니아쪽 여행을 생각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밑그림은 그리지 않은 상태인데, 봄이 지나 날이 좀 더워지면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 같고, 연말에 남은 연차 몰아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곳도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추석주엔 이미 나갈 사람들은 비행기표를 다 사놔서 비정상적인 가격을 지불해야만 외국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시기에 나가는건 포기한 상태다.


 이제 슬슬 겨울잠에서 깨어나 신나는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차기 시작하는 계절이 오는 것 같다.


 



posted by Bogdanovic
2017. 2. 19. 22:55 사는 이야기

 직장을 옮겨도 거래처가 아주 보수적(이라 쓰지만 꼴통스럽다 할 수 있는)인 한국회사인 경우 비슷한 종류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군사독재시절부터 내려온 안되면 되게하라고, 무조건 납기부터 맞추라는 더러운 군사문화의 잔재가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이게 아주 사람을 잡는 짓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1. 상식적으로 생각좀 하자

 아주 골때리는 부류의 인간들이다.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 다 되어 급하다고 징징대는 부류들, 미안하지만 그 시간에 연락오면 답 없다. 좋은 말로 대충 에둘러 핑계를 대지만 이제 막 업무 시작한 유럽애들이나 아직 자고 있을 미국 애들이 니들이 원하는 답을 그렇게 바로 줄리도 없고, 그렇게 빠른 시간에 주는 데이터는 날림이 될 수 밖에 없다. 나중에 가서 정말 많이 손을 봐야하는 대충 만든 자료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 줄수는 있지만 그러지도 않을 거면서 왜 업무종료 직전에 와서야 지랄들인지 모를 일이다. 이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결정권자 꼰대들 탓이다.


2. 너 자신을 알라

 갑질의 위치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10여가지의 업무가 있다면 그 중에서 먼저 들어온 것, 그리고 매출 규모가 큰 것이 우선순위가 되는건 한국이나 외국이나 마찬가지인 일이지만, 속된말도 돈도 얼마 안되는 것들이 진상인 경우가 꽤 많다. 요구사항은 많으면서 말끝마다 비싸다는 말을 달고 사는 것들. VIP대우가 필요하면 그 만큼의 기여를 해주면 되겠다. 몇백억씩 기여를 하는 업체랑 잘해야 1년에 1억도 안되는 기여를 하는 업체에 대한 대우는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3. 귀찮게 굴면 다 해결 된다?

 역효과라는 말이 있다. 담당자가 잊고 있는 일을 상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10분, 20분, 1시간 단위로 재촉하는 경우 이 업체 담당자는 이 일 말고 다른일이 없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도대체 하루이틀 일하는 것도 아니고, 상식적인 시간에 대한 고려도 없이 일단 질러놓고 급하다 하면 도와주려 해도 방법이 없다. 어려서 국어시간에 배운 기억이 날 지 모르겠지만, '방망이 깎던 노인'좀 다시 읽어보기 바란다. 급하다고 다 끓지도 않은 라면 그대로 삼켜버릴 셈인가? 설익은 라면 내왔다고 지랄할거면 그냥 기다려라. 적어도 설렁설렁 놀면서 일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4. 그일을 왜 하는데?

 해외 거래처랑 거래한다는 담당자 영어실력이 매우 형편없고, 자신이 무언가를 할 줄 모르면서 마냥 거래처만 족치면 문제가 해결될거라 생각하는 인간들이 의외로 많다. 아니, 많이 봐왔다. 미안하지만 그 일을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기업 오너 자식이나 친인척이라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본인이나 소속된 조직을 위해서도 아무런 도움이 안되고 있다는걸 아는지 모르겠다.


5. 저번에는 이렇게 하니까 되던데?

 그건 저번 얘기고, 어쩌다 운이 좋았을 경우도 있다. 세상 모든 일에는 상식적인 절차라는게 있고, 어쩌다 운이 좋아서 일정이 단축된 것을 일반화시켜서 생각하는건 매우 곤란한 일이다. 이런식이면 서로 피곤해질 뿐이다. 열은 열대로 올리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그러지 않았을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단지 그 기간동안 기분만 상하고 스트레스만 더 받을 뿐이다.


 무언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제발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충분히 구하고 하도록 하자. 오너 혹은 결정권자가 말이 안통해먹는 꼴통일 경우엔 이런 말이 씨알도 안먹히겠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휴일도 없이 납기 납기 납기하며 목숨거는 인간들은 한국에만 있는 것 같다. 많은 나라의 담당자들과 일을 해왔지만 이런 족속들은 선/후진국 가릴 것 없이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예전 회사의 입사동기중 하나는 1년에 반절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곤 했는데, 얘들 하는 일이라는게 납기에 쫒겨서 불량인거 알면서도 발주 내보낸 제품을 그 나라에 가서 고치는 일이었다고 한다. 일단 내보내고 사후보완, 그 내보내는 날짜 맞추겠다고 여러 사람이 들들 볶이는 것이고, 내보낸 후에도 그거 고치겠다고 아주 생난리를 치는 것이다.


 말도안되는 납기를 노동자들 고혈을 짜내어가며, 밤낮없이 쥐어짜내 맞추던 시절은 이제 지나간 것 아닌가? 이젠 한국 사람들이 우습게 알던 개발도상국 기업들도 그딴식으로는 일을 하지 않는 시대이고, 기술점수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따라잡힌 시기라 하는데, 이쯤되면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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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6. 12. 31. 12:29 여행

 3박4일간의 블라디보스톡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주 이시간에 발권하고 출국장 앞에 서있던 기억이 난다. 크리스마스라는 날이 어른이 된 이후로는 딱히 큰 의미가 있는 날이 아니다보니 해외에서 그 날을 보내는 것 보다는 연말에 단 며칠간 외국에 잠깐 나갔다 오는데서 의미를 찾으려는 여행이었다. 그래서인지 비행기표를 발권하고 두어달 동안 늘 그래오긴 했지만 별다른 준비나 계획을 따로 세우지는 않았었다.


 아에로플롯의 자회사인 오로라항공을 이용한 것은 출도착 시간이 괜찮았기 때문이며, 국적 항공사들처럼 중국쪽으로 돌지 않아 비행시간도 2시간 남짓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열차는 내가 탄 비행기가 도착 한 후 한 시간 후에 정확하게 막차가 출발하였다. 기내에서는 샌드위치와 음료 하나를 주는데,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스타일은 아니다. 나는 딱딱한 빵이나 약간은 짠 연어/햄 샌드위치 같은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보니 그럭저럭 잘 먹으며 왕복했다. 2시간 남짓한 비행에서 장거리비행 같은 기내식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흥미로운건 한국-러시아 구간이지만 한국인 승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공항철도에서 내려서 미리 익혀둔 길을 따라 숙소로 향했다. 도착하기 전날인가에 눈이 많이 왔는데 제설을 제대로 하지 않아 길이 매우 미끄러웠다. 아마 날씨가 좋은 시기에 오면 10분 정도면 기차역에서 숙소까지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미리 예약한 숙소는 Gallery & More라는 곳이었는데 예상했던 위치에 도착해보니 자세히 봐야만 골목 안쪽에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안내가 보인다. 위치 자체는 매우 좋고, 가격도 나쁘지 않았지만 나중에 안 사실은 게스트하우스내에서 흡연뿐만 아니라 음주도 안된다는 사실이었다. 담배는 어차피 안피우니 의미가 없지만, 음주에 대한 기대를 하고 떠났던 러시아 여행이라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오판 중 하나라 할 수 있었다.


 도시 자체가 크지 않아서 첫 날 아침부터 돌아다니기 시작했더니 오후가 되어 더 이상 가볼만한 곳이 거의 없음을 알게되었다. 한겨울이다보니 루스키섬에 가는 것을 포기한 것이 가장 컸다. 내가 보기엔 2박 3일 정도의 일정이면 충분한 여행이었고, 대중교통도 따로 이용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마지막 날까지 남은 루블화를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를 고민할 정도였다. 덕분에 식사는 저렴한 곳 보다는 괜찮은 곳을 찾아다닐 수 있었다.


 추운 날씨탓인지 6인실이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첫날은 독방같이 지냈고, 2~3일째에는 잠깐 도시를 스쳐가는 여행객들을 볼 수 있었다. 휴가가 짧은 직장인이다 보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러가던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잠깐 쉴 때 남미를 안간것으니 시베리아횡단 열차를 타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로 남을 것 같다.


 셋째날에는 빈둥거리며 기념품을 사고,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조식이 제공되지 않은 게스트하우스인데다 대부분의 식당이나 카페들이 아침 10시를 전후로 문을 여는 것으로 보여서 대부분의 아침 식사는 전날 사다놓은 컵라면 같은 것으로 때우고, 전날 지나다니지 않았던 길로 눈길을 산책하며 다녔다.


 음식들은 대체로 입맛에 맞았다. 추운 거리를 활보하다 찾은 식당에서는 어김없이 국물이 나오는 음식을 하나 시켰는데, 대체로 양이 많지는 않아서 다른 음식을 하나 더 시켜놓고 먹고 다녔다. 아쉬웠던 것은 킹크랩이었는데, 혼자서 1.4kg짜리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동행이 하나 정도 있었으면 이럴때는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쉬어가며 꾸역꾸역 다 처리한 것을 보면 먹성이 나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날에는 저녁 비행기라 숙소 체크아웃 후 가방을 기차역 근처에 있는 보관소에 맡기고 전날 다녔던 곳들을 돌아다니다 마무리했다. 가방 1개당 140루블이면 맡아주는데 코인로커 개념이 아니라 사람이 접수를 받고 가방을 지켜주는 곳이라 접수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그리고 기차역과 공항은 들어갈때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해서 기차역 안으로는 따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처음에 공항에 도착해서 밖에나와 사진을 찍고 열차를 타러 들어가려다 보안 검색대를 다시 통과해야만 했다.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7천루블 가까이 남아있던 돈은 다행히도(?) 공항에서 킹크랩과 면세점에서 잡다한 것들을 사는데 다 털어버릴 수 있었다. 공항내 면세점에서는 딱히 살만한 생각이 드는 물건이 없어서 남은 잔돈을 처리하는데 애를 먹었다. 술은 다른 글에서 봤던 것 같이 공항 면세점이 더 비싼 것 같았다.


 다음에 블라디보스톡을 다시 찾게 된다면 그때는 기차역에서 출발하는 모스크바향 열차를 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발지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마냥 아쉬웠다. 항상 시간과 돈의 문제는 균형을 맞추기가 힘이들고, 그러다보니 적당하 선에서 타협하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지금 머리 속에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끊어서 타는 것에 대한 생각도 들고 있는 중이다.


 많이 춥기는 하지만 겨울여행은 그 추위속에서 그려지는 따스함이 느껴지는 것이니까. 겨울에 그곳에 왜 가냐는 질문이 아마 내가 비행기표를 발권하고 나서 두어달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일 것이다. 막연히 가까우니까라는 말로 얼버무리긴 했지만 솔직히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끌리는 것인 아니다. 그냥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니까 가는 것이다. 러시아라는 안가본 나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도착과 동시에 눈 녹듯이 사라지고, 어느덧 익숙한 거리를 걷듯이 분주하게 걸어다니는 나 자신을 보며, 일단 선입견을 버리고 어디든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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