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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gdanov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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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26. 23:25 사는 이야기

 2017년 11월은 다시 회사에 들어온 후로 가장 바쁘고 정신없는 달이었다. 여태까지 제법 무난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한 두 군데부터 꼬이기 시작하니 여기저기서 터지기 시작하여 가장 오랜 시간까지 사무실에 머물러 있었고, 주말에도 업무 관련된 생각으로 인해 제대로된 휴식도 어려울 정도였다. 동시에 한동안 멀리했던 사이트와 소식들도 다시 찾아보곤 하다보니 벌써 마지막 일요일이다.


 이 나라의 산업구조는 을병정을 조져서 갑을 살리는 구조이고, 그렇다보니 논리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많은 일들을 겪어야 한다. 시장의 흐름이 바뀌어도 일단 갑님들이 손해보지 않도록 을병정들이 손해를 나눠가져야 하고, 갑의 실수로 인해 큰 비용이 발생한 것도 을이 나눠주어야 서비스가 되는 나라가 지구상에 이 나라 말고 또 있을까? 이런 문화에 외국계기업의 문화가 합쳐지면 묘한 벽이 하나 형성되고 결국엔 안될일로 여러사람이 마음고생만 하게 된다.


 결론이 너무나 빤히 보이고, 무엇을 해도 안될 것 같은 일이라면 빨리 다른쪽으로 시선을 돌려야 할텐데, 일단 매달리는데까지 매달리지 않으면 적극적이지 못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놈의 Showing이 뭐길래 대안을 찾기도 아까운 시간에 헛짓거리를 하고 있어야 한다. 이건 중간 관리자들이 이 나라 사람인 이상 외국계라해서 다를게 없다. 물론 안되는건 담당자 탓이고.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탈출을 꿈꾸기도 하지만 이 나라에는 블랙기업이 너무 많아 그마저도 쉽지가 않다. 근근히 붙어있으며 다른 기회를 엿보기는 이전 직장이나 지금 다니는 곳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고, 같은 고민을 한 사람들이 지난 봄에 떠났듯이 나 혹은 내 옆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겨울이 지나고 나면 같은 자리에 있을지 이제는 정말 모르겠다.


 먹고사는 일이 중요하긴 하지만, 어차피 무얼 하든간에 신분상승은 불가능한 시스템인데 이렇게까지 속을 썩여가며 일해야 할까?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문제이자, 아직도 머리를 아프게 하는 문제이다. 속된말로 무슨 부귀 영화를 누리자고 이러나 싶기도 하고, 내재된 문제는 내가 떠난다 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똑같이 겪게 되겠지. 여러모로 머리속이 복잡한 시기다. 덕분에 여행에 대한 기억도 서서히 잊혀져가는 중이다. 나는 여전히 무엇을 위해, 왜 일을 하는 것인지 아무것도 모르는채 안개속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이 불투명한 길은 끝나기나 할까? 안개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posted by Bogdanov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