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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11. 15:12 여행

 TV채널을 돌리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성을 보며 2014년 9월의 그곳을 떠올렸다. 짧은 휴가일정 덕분에 수박 겉핥기 식으로 투어로만 다녀온 그곳, 몽레알(몬트리올)에서도 차로 몇 시간은 가야하는 곳이고, 기차시간도 당일치기 하기에 애매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냥 하루짜리 투어로만 다녀와야만 했던 곳이기에 여러모로 아쉬움도 많이 남는 곳이다. 신기했던건 그곳에서도 한글 현수막을 걸고 다니는 단체여행 버스가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2~3일이면 여유있게 모든 곳을 들여다 볼 수 있을 도시였지만 1920년대 덴마크 사람들과 같은 수준의 휴가를 누리는(그마저도 다 못쓰는 경우가 태반인) 한국 사람들에게 케벡이나 중남미 여행은 그림의 떡같은 것일수도 있다. 케벡과 몽레알(몬트리올)만 해도 일주일 일정이 다소 빠듯해 보이는데 이 지역으로는 직항편도 없다. 토론토까지 오랜 시간을 날아간 후에 거기서 비행기를 다시 갈아타야 하는데, 나의 경우와 같이 이 일정이 꼬이면 갈아타는 비행 일정까지 같이 꼬이게 된다.


 아마도 다음에 휴가를 갈 기회가 생긴다면 토론토에서 케벡으로, 거기서 기차로 몽레알(몬트리올)로 이동 후 다시 토론토를 거쳐 귀국하는 루트를 짜게 될 것이다. 지난 휴가때 토론토 일정이 들어간건 나이아가라 폭포도 가볼겸 했던 것이기에 토론토는 환승을 통해 잠깐 거치는 곳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다. 물론 짧은 휴가로 인해 포기해야 했던 오타와도 가봐야겠지.














posted by Bogdanovic
2016. 11. 7. 22:47 여행

 언젠간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올 겨울에 생각난김에 비행기표를 찾아보고 특히 별로 안비싼 가격에 이끌려 지르고야 말았다. 12월 24일 출국하는 3박 4일 일정이다. 연차는 이틀만 내년도걸 끌어다 쓰기에 내년엔 원래 15일이 풀이 아니었을텐데 며칠 더 사라질 예정이다. 7년이 넘는 경력 입사자도 이직시 연차가 리셋되는 이런 법은 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아무튼 아직 한 달이 조금 넘게 남았으나 여행준비 같은건 따로 하지 않는 중이다. 우리말로된 자료는 블로그 몇개나 먹방찍고온 방송이 전부, 론리플래닛 러시아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한 편이라 가지고는 가되 얼마나 활용도가 높을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구글링을 하다보면 꽤 많이들 가는 것 같으면서도 자료가 많지가 않은 곳이다. 도시가 작기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이 와중에도 제일 꼴불견은 인간들은 거기 뭐하러 가냐고 떠들어대는 것들이지. 돈을 대주는 것도 아니고 따라올 것도 아니면 그냥 남들 가는거 닥치고 구경이나 했으면 하는데 이놈의 오지라퍼들은 그저 거기에 한마디 얹지 못해 안달이다. 내가 내돈들여가 그 추운 겨울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가면 자기들 삶에 무슨 문제가 생기길래 저러는지 통 이해할 수 없는 일. 비단 이곳 뿐이 아니라 조금 덜 알려진 곳에 간다 하면 비슷한 말을 하는 쓸모없는 인간들도 나중에 보면 정리해야 할 인간관계가 된다.


 프롤로그랄 것도 없고, 비행기표와 게스트하우시만 달랑 예약해놓은 상태라 어서 12월이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날이 더 추워지면 실감이 나기 시작하겠지. 애초에 큰 기대를 갖거나 환상을 가진 곳이 아니기에 마음은 편하다. 그냥 가서 지도보고 돌아다니고 삼시세끼 마음껏 챙겨먹고 거기에 보드카좀 마시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게스트하우스는 도착 후 결제라 출발 전날까지는 취소가 가능한데 호텔로 안잡은 이유는 그렇게 마음에 드는 곳을 아직 못찾았기 때문이다. 비싼 호텔들도 제법 보이는데 저 가격을 할지가 의문인 곳들이 꽤 많다.


 재취업과 더불어 오사카에 다녀왔고, 연말의 마무리는 블라디보스톡에 가게 되었으니 올해도 제법 괜찮은 해가 될 예정이다. 내년에 여권을 재발급 받게 되면 미국 혹은 미국을 경유해서 들어가는 중남미쪽 도시들을 알아볼 생각이다. 미국가자고 혹은 미국 항공사 가자고 유효기간이 남은 여권을 재발급 받는건 조금 아까운 일이었는데, 그게 벌써 내년이라니 시간 참 빠르다.

posted by Bogdanovic
2016. 10. 10. 23:37 사는 이야기

 우여곡절 끝에 처음 벌였던 사업을 접고 다시 취직하는데 성공한지 6개월이 지났다. 이전 직장은 30대 기업 안에 드는, 시사프로에 오너 일가 소식이 종종 오르내리던 그런 기업이었다. 공채합격소식에 나를 제외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축하를 해주었던 기억도 나지만 처음부터 나는 이 생활이 오래갈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과론적으론 먹고사니즘의 문제로 인해 생각보다 오래 다니다 사표를 던져야만 했지만.


 창업의 과정은 험란했다. 셋이서 동업을 하려 했지만 한놈이 사기꾼에 빈털터리였고, 둘이 모두 퇴사가 확정된 상태라 있는돈 없는돈 다 끌어다 무리하다시피 사업을 열었는데 여유자금이 없다보니 늘 자금난에 시달려야 했다. 첫 사업이라는데 의미를 두긴 했지만 직장인들이 퇴직금을 받고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거기에 빨대를 꽂으려 하는 흡혈귀 같은 인간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였다.


 아무튼 수익이 나지 않아 주머니사정이 많이 안좋아져서 결국 다시 회사의 문을 두드렸고, 우연치 않게 지난 봄에 독일계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월급은 물론 전 직장에 비하면 10% 정도 적긴 하지만 업무 강도나 퇴근시간에 있어서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미련없이 입사를 결정하였다. 입사일이 정해진 후에 모 타이어 회사 경력직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면접 오라는 시간이 아침 8시 20분인 것을 보고 이 회사도 사람이 살곳은 못될것 같다는 생각에 접어버렸다.


아무튼 지난 6개월간의 삶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급여는 줄었지만 어쨌든 업무 강도가 비교적 약하고 6시 이후에 눈치 안보고 퇴근할 수 있다.


2. 이전 회사의 경우 월요일 오후 7시에 회의를 하는 날이 많았고, 사업계획이다 뭐다 해서 토요일 근무도 종종 있었지만 여기에선 아직 없다.


3. 9시, 10시 퇴근이 기본이던 직장생활에서 갑자기 오후 7시 이전에 사무실을 나서게 되니 일찍와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던 시기가 있었다.


4. 저녁시간의 여유가 생기자 학원을 다니던가 독서를 하는등 시간을 보낼 궁리를 하게 되고, 더 많은 소비를 생각하게 된다.


5. 한국 회사와 비교해볼 때 외국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 확실히 업무 처리능력이 조금 덜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전 회사가 비정상이란 생각을 하면 나름 이해가 되긴 한다. 하지만 하드 트레이닝을 하다 이런 곳에 오면 오히려 일이 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6. 저녁에 시간이 생기니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부담스럽지 않게되었다. 야근의 연속이던 시절에는 집에와서 눈만 감으면 또 회사에 가야 했던 것이 너무도 싫었다. 그래서 잠드는 시간이 더 늦었다. 집에 와서의 여가시간이 너무도 아까웠던 것이다.


7. 퇴근 시간이 보장되니 월요일에 출근하는 것도 예전만큼 부담스럽지 않게 되었다. 전에는 일요일 저녁에 해가 떨어지면 우울증에 시달리곤 했었고, 개콘 끝나는 음악이 나오면 증세가 절정에 달했었다. 매일 아침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기분은 이제는 없다.


8. 대기업에서 열심히 일한 대가로 미래가 보장된다면 나름 의미가 있다 할 수 있지만 이 나라의 큰 회사들은 진골/성골이 정해져있고, 육두품의 경우 올라가는데 한계가 분명히 보인다. 열심히 일을 잘해봤자 죽쒀서 개주는 꼴이다.


9. 한국 기업의 꼰대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좋은 시대를 거쳐 깜냥에 안맞는 자리에 앉아있는지 모르는 것이 문제다. 가지고 있는 권력때문에 눈앞에서 굽신거려대니 지들이 잘나서 굽신대는줄 착각하는 것이다.


10. 외국계 기업은 항상 시장 철수로 인한 폐업의 가능성을 안고 있지만,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11. 내 경험으로 볼 때 한국회사에서 업무를 배우고 외국계로 이직 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 같다.


12. 조금 더 지켜봐야겠고, 외국계라지만 한국 사람이 주가되는 조직인 만큼 단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장점이 그 단점을 상쇄하고 있기에 만족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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