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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19. 22:55 사는 이야기

 직장을 옮겨도 거래처가 아주 보수적(이라 쓰지만 꼴통스럽다 할 수 있는)인 한국회사인 경우 비슷한 종류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군사독재시절부터 내려온 안되면 되게하라고, 무조건 납기부터 맞추라는 더러운 군사문화의 잔재가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이게 아주 사람을 잡는 짓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1. 상식적으로 생각좀 하자

 아주 골때리는 부류의 인간들이다.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 다 되어 급하다고 징징대는 부류들, 미안하지만 그 시간에 연락오면 답 없다. 좋은 말로 대충 에둘러 핑계를 대지만 이제 막 업무 시작한 유럽애들이나 아직 자고 있을 미국 애들이 니들이 원하는 답을 그렇게 바로 줄리도 없고, 그렇게 빠른 시간에 주는 데이터는 날림이 될 수 밖에 없다. 나중에 가서 정말 많이 손을 봐야하는 대충 만든 자료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 줄수는 있지만 그러지도 않을 거면서 왜 업무종료 직전에 와서야 지랄들인지 모를 일이다. 이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결정권자 꼰대들 탓이다.


2. 너 자신을 알라

 갑질의 위치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10여가지의 업무가 있다면 그 중에서 먼저 들어온 것, 그리고 매출 규모가 큰 것이 우선순위가 되는건 한국이나 외국이나 마찬가지인 일이지만, 속된말도 돈도 얼마 안되는 것들이 진상인 경우가 꽤 많다. 요구사항은 많으면서 말끝마다 비싸다는 말을 달고 사는 것들. VIP대우가 필요하면 그 만큼의 기여를 해주면 되겠다. 몇백억씩 기여를 하는 업체랑 잘해야 1년에 1억도 안되는 기여를 하는 업체에 대한 대우는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3. 귀찮게 굴면 다 해결 된다?

 역효과라는 말이 있다. 담당자가 잊고 있는 일을 상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10분, 20분, 1시간 단위로 재촉하는 경우 이 업체 담당자는 이 일 말고 다른일이 없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도대체 하루이틀 일하는 것도 아니고, 상식적인 시간에 대한 고려도 없이 일단 질러놓고 급하다 하면 도와주려 해도 방법이 없다. 어려서 국어시간에 배운 기억이 날 지 모르겠지만, '방망이 깎던 노인'좀 다시 읽어보기 바란다. 급하다고 다 끓지도 않은 라면 그대로 삼켜버릴 셈인가? 설익은 라면 내왔다고 지랄할거면 그냥 기다려라. 적어도 설렁설렁 놀면서 일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4. 그일을 왜 하는데?

 해외 거래처랑 거래한다는 담당자 영어실력이 매우 형편없고, 자신이 무언가를 할 줄 모르면서 마냥 거래처만 족치면 문제가 해결될거라 생각하는 인간들이 의외로 많다. 아니, 많이 봐왔다. 미안하지만 그 일을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기업 오너 자식이나 친인척이라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본인이나 소속된 조직을 위해서도 아무런 도움이 안되고 있다는걸 아는지 모르겠다.


5. 저번에는 이렇게 하니까 되던데?

 그건 저번 얘기고, 어쩌다 운이 좋았을 경우도 있다. 세상 모든 일에는 상식적인 절차라는게 있고, 어쩌다 운이 좋아서 일정이 단축된 것을 일반화시켜서 생각하는건 매우 곤란한 일이다. 이런식이면 서로 피곤해질 뿐이다. 열은 열대로 올리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그러지 않았을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단지 그 기간동안 기분만 상하고 스트레스만 더 받을 뿐이다.


 무언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제발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충분히 구하고 하도록 하자. 오너 혹은 결정권자가 말이 안통해먹는 꼴통일 경우엔 이런 말이 씨알도 안먹히겠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휴일도 없이 납기 납기 납기하며 목숨거는 인간들은 한국에만 있는 것 같다. 많은 나라의 담당자들과 일을 해왔지만 이런 족속들은 선/후진국 가릴 것 없이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예전 회사의 입사동기중 하나는 1년에 반절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곤 했는데, 얘들 하는 일이라는게 납기에 쫒겨서 불량인거 알면서도 발주 내보낸 제품을 그 나라에 가서 고치는 일이었다고 한다. 일단 내보내고 사후보완, 그 내보내는 날짜 맞추겠다고 여러 사람이 들들 볶이는 것이고, 내보낸 후에도 그거 고치겠다고 아주 생난리를 치는 것이다.


 말도안되는 납기를 노동자들 고혈을 짜내어가며, 밤낮없이 쥐어짜내 맞추던 시절은 이제 지나간 것 아닌가? 이젠 한국 사람들이 우습게 알던 개발도상국 기업들도 그딴식으로는 일을 하지 않는 시대이고, 기술점수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따라잡힌 시기라 하는데, 이쯤되면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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