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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에 해당되는 글 13

  1. 2015.03.16 이제 글을 쓸 여유가 좀 생길지도 모르겠다.
  2. 2013.09.11 연차
  3. 2011.11.06 여행의 기록들 - 프롤로그
2015. 3. 16. 20:20 사는 이야기

 어쩌다 보니 어느덧 7년하고도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정신없이 전화받고 메일쓰며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라는 곳에서 보내고 녹초가 되어 들어와 오직 주말만을 바라보며 살았던 시간들, 그 속에서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도, 생각도 모두 잃어버린 것 같았다. 잃어버린 7년이랄까? 물론 그 대신에 어느정도 금전적인 여유는 얻을 수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이게 과연 사는 것일까 하는 회의가 마음 한구석에 늘 자리잡고 있었다.

 1년에 한 번 주어지는 5일간의 짧디 짧은 휴가는 잠시나마 나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그래서 방해받지 않기 위해 토요일 아침부터 무엇인가로 부터 멀리 도망치듯이 외국으로 향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어느정도 시차와 음식에 익숙해질 즈음 다가오는 귀국일이 미치도록 싫었던 그 짧은 여행들을 마치고 나면 무수히 많이도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기도 전에 일에 취하게 되어 다음 휴가를 바라보는 삶의 연속이었다. 덕분에 입사 직전에 다녀온 유럽 여행부터 작년에 다녀온 캐나다 여행까지 제대로된 여행기는 없고 오직 페이스북에 사진만 줄창 올렸을 뿐이다. (그나마도 백업 개념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제 이 생활을 접게되었다. 항상 늘 합리적이지 못하다 생각해온 인사시스템 속에서 이제는 내 차례가 왔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대비를 하고는 있었지만 결과물이 신통치는 못했다. 하지만 작년 연말부터 무언가 같이 해볼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준비를 하는 것이 있어 적어도 밥을 굶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린 셈이다. 물론 더 일하고 덜 받는, 이제는 주말과 휴가가 보장되지 않는 삶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 여기까지 쓰는데도 팔이 아픈 것을 보면 그 동안 키보드를 얼마나 멀리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37살, 양력 생일을 불과 2주 앞두고 회사를 떠난다. 어차피 회사에서도 보이지 않던 미래, 그 상태에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기에 회사 생활은 너무도 많은 에너지를 나로부터 빨아들였고 덕분에 부모 잘만난 오너 일가 놈들은 회사돈 빼돌려서 외국에 멋진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으리라. 당장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은 끊길 것이고, 그동안 모아놓은 얼마 안되는 돈을 갖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살아야 한다. 물론 잘 안될수도 있고 백수생활이 길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했고, 한창 날씨가 좋아지는 이맘 즈음 이제 나는 자유로운 몸이 된다. 회사로부터도 월급으로 부터도.

 나이드신 분들이 그렇게 집착하던 대기업의 간판(솔직히 말해서 10대 기업 안에도 못드는 금융권을 제외해야 간신히 30위권에 들까말까한 회사였다.)은 회사를 다니는 동기부여가 되기 보다는, 내 의지에 의해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는 일종의 굴레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요즘 같은 시대에 내 삶을 사는데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나 조차도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여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를 정도였으니까.

 이제 시간을 내어 하나 둘 써보지 못했던 것들을 정리해보고 싶다. 직장생활의 피로는 짧게 짧게 감정을 토해내는 트위터와 사진과 짧은 문장 몇 개로 일상을 자랑하는 페이스북 같은 SNS를 더 친숙하게 만들었기에 입사 이전에 써내려간 것들과 같은 장문의 포스팅을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다시 그 본능을 되찾고 싶어진다. 과중한 업무로부터의 해방은 마음의 여유와 더불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쏟아내고 싶어하는 본능을 건드리는 것 같다. 잡설이 길어진 것 같은데 이제부터 내 글쓰기의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된다. 첫 시즌이라 할 수 있는 미디어몹 시절의 글은 사전 예고없는 서비스 종료와 더불어 대부분 사라지고, 과거에 잠깐 백업했던 일부 포스팅만이 내 하드디스크에 살아남아 있다. 티스토리는 서람하니 그렇게 사라지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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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3. 9. 11. 01:34 사는 이야기

 한국 기업들이 연차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흔히 쓰는 꼼수중에 연차사용 촉진제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회사에서 연차를 쓰라고 메일이나 공고만 몇 번 띄워주면 사원들은 회사에서 쓰라는데도 안쓴 모양새가 되어 수당을 안줘도 되는 지랄리스틱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걸맞는 제도가 아닐 수 없다. 덕분에 1년 중 15일의 연차는 안쓰면 그대로 하늘로 날아가버리게 되었고, 작년에 설마하다 날려먹은 수당이 12일분은 된다. 과연 한국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지구상에 또 어디 있을까 싶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라도 꾸역꾸역 1달에 한 번 이상은 쉬려고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월/금은 피하라 하고 월말은 피하라 하니 절름발이 휴무가 될 수 밖에 없다. 간신히 쉬는 날을 잡는다 하더라도 사무실에 있는 인간들이 편히 쉬도록 가만 내버려두지를 않는다. 애초에 워낙 인력구성을 빠듯하게 잡다보니 한 두명 쉬면 일이 잘 안되는 구조이긴 하지만 노동후진국 대한민국이니까 쉬면서도 일해야 하는 이상한 현상을 겪어야 한다.

 오늘도 이런저런 이유로 얻어낸 애매한 연차휴무, 오전/오후 통틀어 몸만 회사 밖에 있었지 일은 일대로 하는 엿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물론이다. 아주 극장에 영화라도 보러 들어가면 난리들이 난다. 돌대가리에 고집만 센 아줌마 상사덕에 이런 스트레스는 아주 배가 되고 있다. 이 인간때문에 그만두고 부서까지 바꾼 사람들이 몇이던가. 내 인내심도 이제 슬슬 한계가 오고 있다. 아니, 한계는 진작에 왔는데 폭발시킬 시점마다 사건이 하나씩 터지면서 그냥 그렇게 넘어간 셈이다.

 아무튼 지랄같은 기분으로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서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차에 있다보니 절묘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자유로를 타고 해이리쪽으로 향했다. 서울 시내에서 주차를 하고 책을 볼만한 마땅한 북카페를 아직 찾지 못해서 무조건 북쪽으로 밟았다. 그리고 그냥 아무 카페에 주저앉아 비싼 커피 한 잔을 시키고 학원 과제/평소에 사놓고 못봤던 소설책을 펼치는데 또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한다. 우연인지 몰라도 주차장에서 카페에 올 때는 잠시 비가 그쳤었다. 그렇게 노닥거리며 영화표를 예매하고 시간을 때웠다.

 비교적 여유있게 출발한다며 5시 반쯤 출발을 했는데 신도림에 도착한 것은 7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 카페에 있을 때는 가만 있던 핸드폰으 운전을 시작하니 발악을 하기 시작한다. 또다시 업무다, 이럴거면 뭐하러 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럴거면 그냥 쉬게 하지 말고 수당을 주던가 해라. 양아치같이 이게 뭔지? 우여곡절 끝에 극장에 와서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상영관에 들어갔다. 그리고 2시간이 지난 후 극장을 나서니 난데없는 음주단속. 지하차도에서 음주단속은 벌써 2번째 같은데 바로 앞에 차량 운전자가 한 잔 하고 운전하다 제대로 걸린거 같다. 운전자 내리고 경찰이 차 옆으로 뺀다. 술쳐마셨으면 차몰지 마라 좀. 죽고 싶으면 혼자 죽던가 남까지 죽일 놈들이지.

 단속을 가볍게 통과한 후 길건너 마트에서 우유 및 기타 식료품을 좀 사고 집으로 귀가. 도중에 휘어져 올라가는 오르막길이 있는데 3차선에서 술을 쳐마셨는지 빵빵대는 미친놈 등장. 가운데 손가락 가볍게 날려주고 길따라 귀가하는데 저런 것들은 대가리에 뭐가 들었는지 매우 궁금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아...아까 미친 추월하던 새퀴도 하나 있었는데 블랙박스 영상에 잡혔는지 찾아봐야겠다. 이렇게 오늘 하루는 마무리가 된다. 그리고 내일은 다시 출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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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1. 11. 6. 23:38 여행
 회사에 들어오면서 결심했던 목표 중 하나는 반드시 여름휴가 중에는 해외로 나간다는 것이었다. 휴가기간 중 회사에서의 호출이나 업무로 인해 휴가를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으며, 두 번째 이유는 20대 마지막 해에 다녀온 프랑스, 이탈리아외에 못가본 곳들을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의 2주간 다녀온 유럽여행은 무엇인가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 밖에 없었으며, 2008년 첫 여름 휴가로 방문한 홍콩은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니라 휴가 기간이 임박하여 쫓기다시피 결정, 2009년의 뉴질랜드는 방문국가를 너무 작게 보다 버스에서 계속 잠들며 꽤 먼거리를 이동하였고, 2010년 서호주는 말 그대로 로또를 맞은 기분이었으며, 올 여름의 프랑스는 지난 번 방문시 해보지 못한 일들을 하고 왔음에도 역시나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아마도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 틈나는대로 2010년 2월의 핀란드 출장, 2011년 1월 상해 워크숍, 2009년 2월의 목포, 2011년 5월의 순천등 이곳저곳을 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정리해서 올릴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처음 한 것은 3년은 훨씬 전인것 같지만 여행을 한 번 가면 수천장의 사진을 찍어오다보니 크기 몇몇 사진만 선별하여 크기를 줄이고 글을 쓴다는 것이 야근에 치이며 거의 잠으로 일관하는 휴일을 보내는 직장 생활속에서는 여간 만만한 일이 아닌것 같다. 물론 마음먹기에 달린 문제같기도 하지만 점점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이 짓을 오래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주 일요일도 결국 잠으로 일관하며 개콘을 보고나니 이 시간이다. 지나간 여행의 추억을 곱씹으며, 내일이면 시작될 끝이 안보이는 산더미 같은 일과의 전쟁이 벌써부터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지만 오늘 마저 이대로 보내버리면 언제 다시 새로운 글을 쓰게될지 몰라 컴퓨터를 켜고 키보드를 잡았다.

 언제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백만년 만에 올리는 포스트인 만큼 올 여름 생떼밀리옹(Saint Émilion)에서 찍은 사진 한장을 추가하며 마무리하려 한다. 머리가 더 굳기 전에 하나 둘 정리하여 올려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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