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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해당되는 글 3

  1. 2016.10.10 외국계 이직 6개월차 - 저녁이 있는 삶
  2. 2015.12.08 직장생활하며 여행하기
  3. 2013.09.11 연차
2016. 10. 10. 23:37 사는 이야기

 우여곡절 끝에 처음 벌였던 사업을 접고 다시 취직하는데 성공한지 6개월이 지났다. 이전 직장은 30대 기업 안에 드는, 시사프로에 오너 일가 소식이 종종 오르내리던 그런 기업이었다. 공채합격소식에 나를 제외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축하를 해주었던 기억도 나지만 처음부터 나는 이 생활이 오래갈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과론적으론 먹고사니즘의 문제로 인해 생각보다 오래 다니다 사표를 던져야만 했지만.


 창업의 과정은 험란했다. 셋이서 동업을 하려 했지만 한놈이 사기꾼에 빈털터리였고, 둘이 모두 퇴사가 확정된 상태라 있는돈 없는돈 다 끌어다 무리하다시피 사업을 열었는데 여유자금이 없다보니 늘 자금난에 시달려야 했다. 첫 사업이라는데 의미를 두긴 했지만 직장인들이 퇴직금을 받고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거기에 빨대를 꽂으려 하는 흡혈귀 같은 인간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였다.


 아무튼 수익이 나지 않아 주머니사정이 많이 안좋아져서 결국 다시 회사의 문을 두드렸고, 우연치 않게 지난 봄에 독일계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월급은 물론 전 직장에 비하면 10% 정도 적긴 하지만 업무 강도나 퇴근시간에 있어서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미련없이 입사를 결정하였다. 입사일이 정해진 후에 모 타이어 회사 경력직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면접 오라는 시간이 아침 8시 20분인 것을 보고 이 회사도 사람이 살곳은 못될것 같다는 생각에 접어버렸다.


아무튼 지난 6개월간의 삶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급여는 줄었지만 어쨌든 업무 강도가 비교적 약하고 6시 이후에 눈치 안보고 퇴근할 수 있다.


2. 이전 회사의 경우 월요일 오후 7시에 회의를 하는 날이 많았고, 사업계획이다 뭐다 해서 토요일 근무도 종종 있었지만 여기에선 아직 없다.


3. 9시, 10시 퇴근이 기본이던 직장생활에서 갑자기 오후 7시 이전에 사무실을 나서게 되니 일찍와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던 시기가 있었다.


4. 저녁시간의 여유가 생기자 학원을 다니던가 독서를 하는등 시간을 보낼 궁리를 하게 되고, 더 많은 소비를 생각하게 된다.


5. 한국 회사와 비교해볼 때 외국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 확실히 업무 처리능력이 조금 덜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전 회사가 비정상이란 생각을 하면 나름 이해가 되긴 한다. 하지만 하드 트레이닝을 하다 이런 곳에 오면 오히려 일이 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6. 저녁에 시간이 생기니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부담스럽지 않게되었다. 야근의 연속이던 시절에는 집에와서 눈만 감으면 또 회사에 가야 했던 것이 너무도 싫었다. 그래서 잠드는 시간이 더 늦었다. 집에 와서의 여가시간이 너무도 아까웠던 것이다.


7. 퇴근 시간이 보장되니 월요일에 출근하는 것도 예전만큼 부담스럽지 않게 되었다. 전에는 일요일 저녁에 해가 떨어지면 우울증에 시달리곤 했었고, 개콘 끝나는 음악이 나오면 증세가 절정에 달했었다. 매일 아침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기분은 이제는 없다.


8. 대기업에서 열심히 일한 대가로 미래가 보장된다면 나름 의미가 있다 할 수 있지만 이 나라의 큰 회사들은 진골/성골이 정해져있고, 육두품의 경우 올라가는데 한계가 분명히 보인다. 열심히 일을 잘해봤자 죽쒀서 개주는 꼴이다.


9. 한국 기업의 꼰대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좋은 시대를 거쳐 깜냥에 안맞는 자리에 앉아있는지 모르는 것이 문제다. 가지고 있는 권력때문에 눈앞에서 굽신거려대니 지들이 잘나서 굽신대는줄 착각하는 것이다.


10. 외국계 기업은 항상 시장 철수로 인한 폐업의 가능성을 안고 있지만,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11. 내 경험으로 볼 때 한국회사에서 업무를 배우고 외국계로 이직 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 같다.


12. 조금 더 지켜봐야겠고, 외국계라지만 한국 사람이 주가되는 조직인 만큼 단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장점이 그 단점을 상쇄하고 있기에 만족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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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5. 12. 8. 03:51 여행

 지금까지 매년 나에게 주어진 휴가는 딱 5일이었다. 앞뒤로 주말을 포함하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9일, 그 9일을 가득채워 한국을 떠나 있는 것이 1년에 한 번 있는 휴가를 즐기는 방법이었다. 물론 신입사원때는 이렇게 꽉찬 휴가를 보내는 것이 여러모로 부담스러워 월요일에 출국하여 금요일에 귀국하는 소심한 일정으로 홍콩에 다녀왔지만 그 다음해부터 작년까지는 정말 하루도 낭비하는 일 없이 토요일 출국/일요일 귀국 일정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덕분에 갈 수 있는 곳들이 멀어봤자 유럽까지로 제한되었고, 중남미는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면 갈 수 있는 곳으로만 남겨두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만둔 이후로는 다른 사정이 생겨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처음에는 비행기표를 무조건 싼 것만 찾아다녔다. 그렇다보니 입/출국 하는 스케줄이 엉망이었고, 지금 같으면 1년에 1번 주어지는 소중한 휴가인데 돈을 얼마 더 주고라도 하루 혹은 이틀을 더 샀을 것이다. 2년차때 다녀온 뉴질랜드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우리나라 시간으로 토요일 아침 10시반에 출발하는 말레이시아 항공편을 이용하였고, 목적지인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한 것은 현지 시간으로 일요일 아침 10시였다. 토요일 하루와 더불어 일요일 아침마저 고스란히 날린 셈이며, 귀국 일정도 토요일 정오에 오클랜드를 출발하는 비행기다 보니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날 아침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덕분에 다음 휴가부터는 현지 도착시간과 출발시간도 꼼꼼하게 체크하여 비행기표를 구입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휴가는 일정을 맞출 동행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2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혼자 다녀오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친구와 같이 다녀온 휴가지가 모두 적도 아래에 위치한 나라들이다.(뉴질랜드, 호주) 처음 3년 동안은 휴가를 7, 8월에만 낼 수 있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다른 달에도 낼 수 있었기에 비교적 비행기표 값이 내려가는 9월을 선호했었다. (2011년에는 프랑스에 가기로 작정한 해다 보니 대혁명기념일(7월 14일)이 있는 주에 가고자 일부러 7월에 휴가를 쓰기로 했었다.) 덕분에 동행을 구하는 일은 더 어려워지게 된 셈이다.

 여행을 가면 보통 아침 일찍 일어나 해가 떠어질 때까지 걷고 또 걷다가 밤이되면 또 걷는 스타일이다 보니 내 여행 스타일에 다른사람들이 맞춰주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짧은 휴가에 대한 압박감이 이런 습관을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외국에 나가있는 동안은 1분 1초가 아까워서 잠도 정말 필요한 만큼만 자는 편이고, 숙소를 나서는 시간도 제법 이른 편이다. 덕분에 게스트하우스를 사용하는 경우엔 가장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되곤 했다. 휴가가 많아서 그런것인지 모르겠지만 늦게까지 놀다 들어와 늦잠자는 다른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다른날보다 더 늦게까지 깨어있곤 했었다.

 시차적응 같은 경우 영국이나 프랑스 같이 시차가 꽤 나는 나라에 가는 날에는 아예 잠을 자지 않았다. 가방에 짐을 챙기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비행기에서 잠을 청했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시차 적응이 어렵지는 않았고, 귀국할때도 그냥 식사할 때 술 한잔 걸치고 자는 방법으로 어렵지 않게 월요일 출근이 가능했다. 아직 건강에 크게 이상이 없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꾸벅꾸벅 졸 만큼 힘든적은 없었다. 물론 시차적응이 전혀 필요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나름 어렵지 않게 극복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작년에 캐나다에 갈 때 도쿄에서 토론토가는 비행기가 6시간이 지연되어 몬트리올 도착 시간이 토요일 저녁 8시에서 일요일 새벽 2시가 되었을때다. 덕분에 숙소 체크인을 새벽 4시 반이 되어서야 하게되었고, 아침 7시에 시작하는 워킹투어를 다녀오고 나서 바로 쓰러져야만 했다. 그래서 첫 날 오후 일정은 거의 다 날아가고 밤에 잠깐 외출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아마 휴가를 더 길게 받을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나의 첫 직장생활은 올해 3월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나보다 더 많이 받고, 더 많은 휴가를 누릴 수 있는 지인들 중에는 이렇게 빠듯한 일정으로 휴가 다녀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애초에 여행 다니는 것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휴가를 2주를 주던 3주를 주던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렇게 돌아다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아쉬웠던 것은 이렇게 짧은 휴가였지만 이제는 다른 문제와 씨름하느라 당장 그동안 꿈꿔온 곳으로 날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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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3. 9. 11. 01:34 사는 이야기

 한국 기업들이 연차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흔히 쓰는 꼼수중에 연차사용 촉진제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회사에서 연차를 쓰라고 메일이나 공고만 몇 번 띄워주면 사원들은 회사에서 쓰라는데도 안쓴 모양새가 되어 수당을 안줘도 되는 지랄리스틱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걸맞는 제도가 아닐 수 없다. 덕분에 1년 중 15일의 연차는 안쓰면 그대로 하늘로 날아가버리게 되었고, 작년에 설마하다 날려먹은 수당이 12일분은 된다. 과연 한국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지구상에 또 어디 있을까 싶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라도 꾸역꾸역 1달에 한 번 이상은 쉬려고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월/금은 피하라 하고 월말은 피하라 하니 절름발이 휴무가 될 수 밖에 없다. 간신히 쉬는 날을 잡는다 하더라도 사무실에 있는 인간들이 편히 쉬도록 가만 내버려두지를 않는다. 애초에 워낙 인력구성을 빠듯하게 잡다보니 한 두명 쉬면 일이 잘 안되는 구조이긴 하지만 노동후진국 대한민국이니까 쉬면서도 일해야 하는 이상한 현상을 겪어야 한다.

 오늘도 이런저런 이유로 얻어낸 애매한 연차휴무, 오전/오후 통틀어 몸만 회사 밖에 있었지 일은 일대로 하는 엿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물론이다. 아주 극장에 영화라도 보러 들어가면 난리들이 난다. 돌대가리에 고집만 센 아줌마 상사덕에 이런 스트레스는 아주 배가 되고 있다. 이 인간때문에 그만두고 부서까지 바꾼 사람들이 몇이던가. 내 인내심도 이제 슬슬 한계가 오고 있다. 아니, 한계는 진작에 왔는데 폭발시킬 시점마다 사건이 하나씩 터지면서 그냥 그렇게 넘어간 셈이다.

 아무튼 지랄같은 기분으로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서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차에 있다보니 절묘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자유로를 타고 해이리쪽으로 향했다. 서울 시내에서 주차를 하고 책을 볼만한 마땅한 북카페를 아직 찾지 못해서 무조건 북쪽으로 밟았다. 그리고 그냥 아무 카페에 주저앉아 비싼 커피 한 잔을 시키고 학원 과제/평소에 사놓고 못봤던 소설책을 펼치는데 또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한다. 우연인지 몰라도 주차장에서 카페에 올 때는 잠시 비가 그쳤었다. 그렇게 노닥거리며 영화표를 예매하고 시간을 때웠다.

 비교적 여유있게 출발한다며 5시 반쯤 출발을 했는데 신도림에 도착한 것은 7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 카페에 있을 때는 가만 있던 핸드폰으 운전을 시작하니 발악을 하기 시작한다. 또다시 업무다, 이럴거면 뭐하러 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럴거면 그냥 쉬게 하지 말고 수당을 주던가 해라. 양아치같이 이게 뭔지? 우여곡절 끝에 극장에 와서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상영관에 들어갔다. 그리고 2시간이 지난 후 극장을 나서니 난데없는 음주단속. 지하차도에서 음주단속은 벌써 2번째 같은데 바로 앞에 차량 운전자가 한 잔 하고 운전하다 제대로 걸린거 같다. 운전자 내리고 경찰이 차 옆으로 뺀다. 술쳐마셨으면 차몰지 마라 좀. 죽고 싶으면 혼자 죽던가 남까지 죽일 놈들이지.

 단속을 가볍게 통과한 후 길건너 마트에서 우유 및 기타 식료품을 좀 사고 집으로 귀가. 도중에 휘어져 올라가는 오르막길이 있는데 3차선에서 술을 쳐마셨는지 빵빵대는 미친놈 등장. 가운데 손가락 가볍게 날려주고 길따라 귀가하는데 저런 것들은 대가리에 뭐가 들었는지 매우 궁금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아...아까 미친 추월하던 새퀴도 하나 있었는데 블랙박스 영상에 잡혔는지 찾아봐야겠다. 이렇게 오늘 하루는 마무리가 된다. 그리고 내일은 다시 출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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