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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16. 20:20 사는 이야기

 어쩌다 보니 어느덧 7년하고도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정신없이 전화받고 메일쓰며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라는 곳에서 보내고 녹초가 되어 들어와 오직 주말만을 바라보며 살았던 시간들, 그 속에서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도, 생각도 모두 잃어버린 것 같았다. 잃어버린 7년이랄까? 물론 그 대신에 어느정도 금전적인 여유는 얻을 수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이게 과연 사는 것일까 하는 회의가 마음 한구석에 늘 자리잡고 있었다.

 1년에 한 번 주어지는 5일간의 짧디 짧은 휴가는 잠시나마 나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그래서 방해받지 않기 위해 토요일 아침부터 무엇인가로 부터 멀리 도망치듯이 외국으로 향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어느정도 시차와 음식에 익숙해질 즈음 다가오는 귀국일이 미치도록 싫었던 그 짧은 여행들을 마치고 나면 무수히 많이도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기도 전에 일에 취하게 되어 다음 휴가를 바라보는 삶의 연속이었다. 덕분에 입사 직전에 다녀온 유럽 여행부터 작년에 다녀온 캐나다 여행까지 제대로된 여행기는 없고 오직 페이스북에 사진만 줄창 올렸을 뿐이다. (그나마도 백업 개념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제 이 생활을 접게되었다. 항상 늘 합리적이지 못하다 생각해온 인사시스템 속에서 이제는 내 차례가 왔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대비를 하고는 있었지만 결과물이 신통치는 못했다. 하지만 작년 연말부터 무언가 같이 해볼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준비를 하는 것이 있어 적어도 밥을 굶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린 셈이다. 물론 더 일하고 덜 받는, 이제는 주말과 휴가가 보장되지 않는 삶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 여기까지 쓰는데도 팔이 아픈 것을 보면 그 동안 키보드를 얼마나 멀리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37살, 양력 생일을 불과 2주 앞두고 회사를 떠난다. 어차피 회사에서도 보이지 않던 미래, 그 상태에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기에 회사 생활은 너무도 많은 에너지를 나로부터 빨아들였고 덕분에 부모 잘만난 오너 일가 놈들은 회사돈 빼돌려서 외국에 멋진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으리라. 당장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은 끊길 것이고, 그동안 모아놓은 얼마 안되는 돈을 갖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살아야 한다. 물론 잘 안될수도 있고 백수생활이 길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했고, 한창 날씨가 좋아지는 이맘 즈음 이제 나는 자유로운 몸이 된다. 회사로부터도 월급으로 부터도.

 나이드신 분들이 그렇게 집착하던 대기업의 간판(솔직히 말해서 10대 기업 안에도 못드는 금융권을 제외해야 간신히 30위권에 들까말까한 회사였다.)은 회사를 다니는 동기부여가 되기 보다는, 내 의지에 의해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는 일종의 굴레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요즘 같은 시대에 내 삶을 사는데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나 조차도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여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를 정도였으니까.

 이제 시간을 내어 하나 둘 써보지 못했던 것들을 정리해보고 싶다. 직장생활의 피로는 짧게 짧게 감정을 토해내는 트위터와 사진과 짧은 문장 몇 개로 일상을 자랑하는 페이스북 같은 SNS를 더 친숙하게 만들었기에 입사 이전에 써내려간 것들과 같은 장문의 포스팅을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다시 그 본능을 되찾고 싶어진다. 과중한 업무로부터의 해방은 마음의 여유와 더불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쏟아내고 싶어하는 본능을 건드리는 것 같다. 잡설이 길어진 것 같은데 이제부터 내 글쓰기의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된다. 첫 시즌이라 할 수 있는 미디어몹 시절의 글은 사전 예고없는 서비스 종료와 더불어 대부분 사라지고, 과거에 잠깐 백업했던 일부 포스팅만이 내 하드디스크에 살아남아 있다. 티스토리는 서람하니 그렇게 사라지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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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4. 10. 22. 01:23 사는 이야기




영화 자체는 매우 유쾌하고 빠르고 재미있다. 보는 내내 몰입이 가능했고, 개성이 강한 여러 배우들이 나오는데도 산만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영화를 보고난 후 리뷰를 검색하다 보니 프랑스 국가를 부르는 장면에 대해서 단순한 애국심 자극으로 보는 내용도 보이는데 내가 보기에 그 장면은 그냥 사위들이 장인 기분 좋으라고 벌이는 일종의 이벤트로 밖에는 안보였는데 이걸 두고 한국 영화에서나 흔히 팔아먹는 애국심 장사로 보는건 아닌 것 같다. 만날 그런 영화속에 살다보니 국가가 나오면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내용 자체만 놓고 보자면 훌륭하였으나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는 따로 있었다.

감독 이름 표기부터 엉터리로 시작해서 Philippe de Chauveron(필리프 드 쇼브롱)
Chantal - 샹탈 마저 챈털로 표기하는 만행을 비롯하여 대표적으로 틀린 표기들은 아래와 같다.
Chinon - 쉬농
Verneuil - 베르뇌이
Ségolène - 세골렌
Laure - 로르
Madeleine - 마들렌

이거로도 모자라 belle-mère를 이쁜이엄마로 번역하는 어처구니 없는 짓까지 벌여놨다. 인터넷에 떠도는 아마추어들이 만든 자막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돈주고 보는 영화에서 이런 개판 5분전의 자막을 보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제목 자체도 한국 특유의 인종주의적인 냄새가 난다. 원래 영어판 제목은 Serial (Bad) Weddings인데 이걸 우리말로 옮기지 못할바에야 컬러풀이라는 단어를 써야만 했을까?

아무튼 간만에 볼만한 프랑스영화가 들어왔기에 주변 사람들에게는 추천해줄테지만 자막에 대한 문제는 반드시 언급을 하고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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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18. 00:10 사는 이야기

이런 정신나간 짓거리를 하루에 다 당하다니. 다음계정, 티스토리 다 털리고 이제야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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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30. 19:37 사는 이야기

휴일을 맞아 제네시스 리뷰글을 보다가 우연히 검색해보고 찾아낸게 바로 이거. USD 34,000이 우리돈으로 5,500만원 정도 되던가? 이런 양아치 기업은 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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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1. 01:34 사는 이야기

 한국 기업들이 연차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흔히 쓰는 꼼수중에 연차사용 촉진제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회사에서 연차를 쓰라고 메일이나 공고만 몇 번 띄워주면 사원들은 회사에서 쓰라는데도 안쓴 모양새가 되어 수당을 안줘도 되는 지랄리스틱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걸맞는 제도가 아닐 수 없다. 덕분에 1년 중 15일의 연차는 안쓰면 그대로 하늘로 날아가버리게 되었고, 작년에 설마하다 날려먹은 수당이 12일분은 된다. 과연 한국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지구상에 또 어디 있을까 싶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라도 꾸역꾸역 1달에 한 번 이상은 쉬려고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월/금은 피하라 하고 월말은 피하라 하니 절름발이 휴무가 될 수 밖에 없다. 간신히 쉬는 날을 잡는다 하더라도 사무실에 있는 인간들이 편히 쉬도록 가만 내버려두지를 않는다. 애초에 워낙 인력구성을 빠듯하게 잡다보니 한 두명 쉬면 일이 잘 안되는 구조이긴 하지만 노동후진국 대한민국이니까 쉬면서도 일해야 하는 이상한 현상을 겪어야 한다.

 오늘도 이런저런 이유로 얻어낸 애매한 연차휴무, 오전/오후 통틀어 몸만 회사 밖에 있었지 일은 일대로 하는 엿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물론이다. 아주 극장에 영화라도 보러 들어가면 난리들이 난다. 돌대가리에 고집만 센 아줌마 상사덕에 이런 스트레스는 아주 배가 되고 있다. 이 인간때문에 그만두고 부서까지 바꾼 사람들이 몇이던가. 내 인내심도 이제 슬슬 한계가 오고 있다. 아니, 한계는 진작에 왔는데 폭발시킬 시점마다 사건이 하나씩 터지면서 그냥 그렇게 넘어간 셈이다.

 아무튼 지랄같은 기분으로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서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차에 있다보니 절묘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자유로를 타고 해이리쪽으로 향했다. 서울 시내에서 주차를 하고 책을 볼만한 마땅한 북카페를 아직 찾지 못해서 무조건 북쪽으로 밟았다. 그리고 그냥 아무 카페에 주저앉아 비싼 커피 한 잔을 시키고 학원 과제/평소에 사놓고 못봤던 소설책을 펼치는데 또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한다. 우연인지 몰라도 주차장에서 카페에 올 때는 잠시 비가 그쳤었다. 그렇게 노닥거리며 영화표를 예매하고 시간을 때웠다.

 비교적 여유있게 출발한다며 5시 반쯤 출발을 했는데 신도림에 도착한 것은 7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 카페에 있을 때는 가만 있던 핸드폰으 운전을 시작하니 발악을 하기 시작한다. 또다시 업무다, 이럴거면 뭐하러 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럴거면 그냥 쉬게 하지 말고 수당을 주던가 해라. 양아치같이 이게 뭔지? 우여곡절 끝에 극장에 와서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상영관에 들어갔다. 그리고 2시간이 지난 후 극장을 나서니 난데없는 음주단속. 지하차도에서 음주단속은 벌써 2번째 같은데 바로 앞에 차량 운전자가 한 잔 하고 운전하다 제대로 걸린거 같다. 운전자 내리고 경찰이 차 옆으로 뺀다. 술쳐마셨으면 차몰지 마라 좀. 죽고 싶으면 혼자 죽던가 남까지 죽일 놈들이지.

 단속을 가볍게 통과한 후 길건너 마트에서 우유 및 기타 식료품을 좀 사고 집으로 귀가. 도중에 휘어져 올라가는 오르막길이 있는데 3차선에서 술을 쳐마셨는지 빵빵대는 미친놈 등장. 가운데 손가락 가볍게 날려주고 길따라 귀가하는데 저런 것들은 대가리에 뭐가 들었는지 매우 궁금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아...아까 미친 추월하던 새퀴도 하나 있었는데 블랙박스 영상에 잡혔는지 찾아봐야겠다. 이렇게 오늘 하루는 마무리가 된다. 그리고 내일은 다시 출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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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 16. 02:19 사는 이야기

 2009년 여름에 면허를 딴 내가 처음으로 내 차를 구입한 것은 2012년 2월이었다. 그 동안 저축을 한 것도 있지만 자동차라는 것은 수중에 들어오는 즉시 돈이 빠져나가는 물건이며, 타고다니다 보면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기에 고민할 것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 것들 중에는 적정한 가격의 차량선정과 그에 필요한 예산을 모으는 것도 있었으니 생각만으로 2년 넘은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우선적으로 생각한 것은 자동차가 내게 과연 당장 필요한 물건인가 하는 점이었다. 운전을 한다는 것이 물론 삶을 사는데 있어서 매우 유용한 기술이며 많은 사람들이 할 줄 아는 일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하철과 버스로 출퇴근을 하는 내게 있어서 자동차라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가 하는 것 역시 생각해야 할 문제 중 하나였다. 그것을 살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도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자동차 구입을 결정하게된 이유는 1. 현재 내 수입과 저축액을 고려할 때 한국이란 나라에서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2. 철도 및 대중교통으로 다니는 여행에 한계를 느끼고 더 많은 곳을 자유로운 시간에 다니고 싶다. 3. 집에 자동차 한 대쯤 있는 것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내가 태어나서 이 나이 먹도록 우리집에는 차라는 것이 들어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4. 현재 수입 수준이 자동차 한대는 굴릴 만큼은 될거 같다는 계산 5. 누군가 같이 여행갈 사람이 생긴다면 좋은 이동 수단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고려한 것은 어느 정도까지가 내가 차 값에 지출해도 큰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과 어느 정도 급의 차량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오랜 시간의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차량의 가격은 3천대 초반을 넘지 않을 것, 자동차세를 고려할 때 1600cc정도면 좋겠다는 것, 기름값을 고려할 때 이왕이면 디젤이며 연비가 좋은 차일 것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내수/수출용 품질/보증기간 차별하는 현대/기아차는 당연히 고려 대상이 안되었다. 오히려 소나타 풀옵션의 가격은 내가 선택하게 된 차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은 것임을 주장하기 위한 좋은 본보기가 된 것이 사실이다.

 대략적인 윤곽이 그려진 후에 한 일은 인터넷을 통한 후보 차량에 대한 정보 수집이었다.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을 물론 100% 신뢰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말하는 내용중 공통되는 내용을 통해 그 차가 어떤 장단점을 갖고 있는지 대략적인 내용들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정보를 수집하다보면 그 차량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남이 하는 말은 참고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내 차를 운전할 것도 아니고 주변에 차좀 안다고 뻐기고 다니는 인간들이 그 차를 살 것도 아니다. 내가 사서 움직일 차인 만큼 무엇보다도 나의 느낌과 판단이 중요한 것이다. 차를 보여주기 위해 사는 사람이라면 그냥 앞선 세대들이 살아온 대로 아반떼-소나타-그랜저의 테크트리를 타면 된다. 그게 마음편하고 안심이 된다면 말이다.

 이렇게 해서 대략 4~5대 정도의 후보군이 형성된 다음엔 본격적으로 매장 탐사에 들어갔다. 고려 대상은 브랜드가 되었지 국산/외산으로 물 가르듯이 가르지는 않았다. 물론 첫 차를 외산으로 구입 한다는 것은 아직 한국적인 정서를 완전히 빼내지 못한 내게 있어서 아주 부담이 안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떤 사람들 처럼 3년에 한 번씩 차를 바꿀것도 아니고 10년 이상 길게 보며 시작한 일이기에 그런 제한은 두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아직 운전에 크게 자신이 없고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생각하였기에 지인 중 자동차회사에 다니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같이 돌아다니며 조언을 부탁했다. 그리고 마침내 최종 선택을 하고 계약서까지 쓰게 된다. 물론 차를 보러 다닐 때 수중의 총알은 충분히 차 값을 모두 지불하고 남을 정도를 모은 시점이었다. 자동차 할부, 이거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캐피털회사들만 좋은일 시키는 높은 이율의 이자놀이가 아닐 수 없다.

 써놓고 보니 매우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후보군이 고만고만해서인지 성능은 대부분 비슷한 수준이었기에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결국 감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 넓은 시야를 보장해주는 전면유리와 꽤 넓은 파노라마 썬루프, 동급의 독일차가 보여준 비교적 좋지 않은 내장재등의 영향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내가 이 차를 선택한 이유는 남에게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다. 연비등 여러가지 점을 고려할 때 경제적이라는 판단도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타보지 않고 입으로 떠들기만 하는 인간들의 말을 한귀로 흘려보낸 것 하나 만큼은 정말 잘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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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7. 16. 01:02 사는 이야기

 요즘 종종 들어가는 까페에서 재미난(?) 댓글을 보았다. 결혼을 꼭 해야 하냐는 글에 달린 댓글 중 하나였는데 요는 결혼을 안하는 것이 비정상적인거고 애를 안낳는 것은 국가적 비극이란다. 30대 중반까지 홀로 살고 있으며 결혼을 한다 해도 딱히 애를 가질 생각이 없는 나는 순식간에 나는 비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매국노가 되어버렸다. 할렐루야. 이런 꼰대들 머리속에는 과연 무슨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얼마전 새벽에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듣던 라디오 방송에서 어떤 여성 청취자가 자신은 별로 뜻이 없는데 주변에서 자꾸 나이먹었으니 선보고 결혼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사연을 보낸 것이 생각이 난다. 그때 DJ가 받아친 것이 걸작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남들을 통해서 자신의 삶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사람들이니 그런 사람들 말 들을 필요 없이 자신의 뜻대로 살라는 것이 요지인데 달리는 차 속에서 혼자 탄성을 지르게 하는 말이었다. 이 말이 내가 보기엔 정답이다.

 내가 비록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다고 하지만 생활비 등을 제외하고 한 달에 정기적으로 저축할 수 있는 돈은 그렇게 많지 않은편이다. 혹자는 그 마저도 배부른 소리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솔직히 월급쟁이의 삶이라는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한 달에 50을 저축하든 100을 저축하든간에 이대로 살다가는 우리 부모님 세대는 30대 후반 40대 초반이면 할 수 있었던 내집마련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빚을 낸다면? 죽을때까지 빚갚다 인생 종치겠지. 요즘 집값이 얼만데, 결혼은 그리고 누구돈으로 할건데? 어지간한 직장인 연봉정도의 돈이 단 하루의 이벤트를 위해 날아가버린다.(물론 일부 회수는 한다고 치지만)

 일단 덮어놓고 결혼부터 했다 치자, 그리고 혹시라도 실수로 아이라도 생기게 된다면? 국가에서 쥐뿔도 안해주는 이런 나라에서 돈도 없는게 애를 낳는 것은 말 그대로 죄악이다. 스스로 알아서 흥부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은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무슨돈으로 애를 먹이고 키우나. 월급은 정해져있고 둘이 번다치면 애는 누가보고? 프랑스처럼 베이비 시터를 국가에서 구해주나? 유치원부터 내돈내고 보내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가 않던데, 게다가 초등학교는? 중학교는? 고등학교는? 그리고 이 나라에서 애를 키우는데 학교만 보내면 끝인가? 그 돈은 다 어디서 나지?

 덮어놓고 환경탓만 한다고? 뭐 보기에 따라선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궁창에서 민물고기가 나오는거 봤나?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마음놓고 결혼하고 출산하고 애들 교육시키냐. 긍정도 지나치면 정신병에 가까워 보이더만. 어떠한 상황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은 내가 알기론 미친놈들 뿐이다. 아니면 조커같이 입이 찢어진 사람이던가. 근거없는 긍정적인 마인드, 이건 종교적인 믿음에 가깝다. 차라리 2천년을 기다린 예수재림을 믿어라. 어차피 안이뤄지는건 마찬가지자만 왠지 오래된건 폼나 보이잖아?

 솔직히 이런 노동지옥에서 사는 것 자체도 짜증이 난다. 퇴근시간은 정해져있지 않고 출근시간만 지켜야 하는 미친조직. 그 조직속에서 2~3인분의 일을 처리하는게 당연시되고, 규정대로 퇴근하면 일이 없다고 뒷담화까는 미친 문화. 이런 배경 속에서 토요일에 출근 안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도 운좋은 케이스가 되어버린 미친 사회. 이 속에서 남들처럼 결혼하고 빚내서 집사고 애낳아서 번돈 다 사교육에 탕진하며 살아가라고? 미쳤어? 제정신이야? 아님 내가 호구로 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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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29. 01:06 사는 이야기

 어느덧 이 짓을 시작한지도 5년이 넘어가고 있다. 월~금 아침 6시 기상, 출근준비, 출근 후 기약없는 퇴근시간 그리고 반 기절상태로 맞이하는 주말이 반복되는 생활. 물론 도입한지 10년이 넘은 주5일제를 아직도 시행하지 않는 악덕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보다야 조금 낫다고는 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위안이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주5일제를 시행하지 않는 회사가 정상이 아닌 것이니까.

 방금도 이 글을 쓰기위해 로그인 하는데 휴면계정이니 다시 살리겠냐는 퀘스트를 통과해야만 했다. 이렇게 반복되는 생활을 통해 잃어버린 것은 독서와 글쓰기의 습관이다. 책을 읽기 위한 노력은 나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작년 한 해 동안 읽은 책이 딱히 떠오르지는 않고 있으며, 재작년에 구입한 은하영웅전설 전집은 이제 외전 4권에 도달해있고, 겨울에 잡기 시작한 이 책은 봄이 온 지금도 다 못본채 외출시 항상 휴대폰 보조배터리와 함께 챙겨지고만 있다.

 주말을 좀 알차게 보내기 위해 시작한 불어학원 다니기는 오전반으로 옮긴지가 4년째인데 그럭저럭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긴 하다. 아침일찍 일어나는 것이 평일보다 더 힘들고, 일어나도 꾸벅꾸벅 졸다가 지각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일단 토요일 오후에는 무언가를 하고 다니니 말이다. 차를 산 이후로는 아예 집에오는 시간도 꽤 많이 늦어졌다. 덕분에 일요일은 주로 점심때 시작되고, 때로는 점심 후 잠깐 눈을 붙인다는 것이 해가 진 이후에야 흡혈귀처럼 일어나며 아무것도 못하고 보낸 일요일을 아쉬워 한다.

 오늘은 모처럼 옷가지를 좀 사기위해 집을 나서기는 했지만 그것도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이었고, 저녁식사를 포함한 볼일을 마치고 돌아온 시간은 10시쯤이었다. 가족들이 동행하여 귀찮은 일들을 처리했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때는 밀려오는 피로때문에 정신을 못차리기도 했다. 아직은 운전대를 잡을 때 정신이 또렸하기에 무사히 왕복이 가능했던 것일까? 아무튼 돌아와 티비좀 보고 인터넷좀 들어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이렇게 되고 말았다. 그나마 이번 주에는 노동절이 있는 것을 감사히 생각해야 하려나?

 간만에 올리는 포스트가 마지막으로 끄적인 것과 동일한 내용인 것 같아 아쉽긴 하다. 가는 일요일에 대한 아쉬움, 한탄 그리고 오는 월요일에 대한 막연한 짜증. 요즘들어 드는 생각은 왜 나를 포함한 우리 세대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왜 우리는 이렇게 많은 시간을 돈을 버는데 투자하고 잘할 수 있고, 하고싶은 일을 포기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어떤 미친 꼰대들은 우리가 자초했다고 지랄하기도 하지만 나도 학점 2점대만 되어도 대기업을 골라서 취업할 수 있는 시대였다면 학교다닐때 화염병좀 던지고 데카르트, 칸트, 쇼펜하우어도 읽으며 사회문제를 갖고 격렬한 토론을 즐길 수 있었겠지. 하지만 IMF외환위기 이전에 샴페인을 터트리며 마음껏 즐기던 인간들한테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런 것들이 지금 2030 머리위에서 착취의 아이콘이 되어 후배들 등골을 아주 쪽쪽 빨아먹고 있다는 것이지.

 이러저러한 우울한 생각들을 뒤로 한 채로 오늘 하루도 마무리 해야겠다. 내가 늦게 잠들기 시작한 것은 회사생활을 시작한지 1년 반쯤 지난 후였는데 일찍 잠들면 다음날이 너무도 빨리 오는 것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업무에 시달리고 개인시간을 전혀 갖지 못한 채 다음날로 넘어가는 것 만큼 아까운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생활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 지금 내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대안을 찾지 못한 고민.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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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3. 1. 21. 02:14 사는 이야기

 길고 긴 한주를 마치고 그렇게도 기다리던 토요일이 왔다. 늘 하던대로 일어나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이끌고 학원으로 가는 것 역시 이제는 일상이 되다시피 해서 별로 특별할 것도 없다. 2008년 3월부터 다닌 것에 비하여 실력이 크게 늘지 않는 것은 과도한 업무에 따른 피로탓을 하고 있는 나의 게으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듣는 반의 수업은 작년 4월부터 진도를 나가기 시작한 반인데 거의 1년 가까이 같은 수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이 3~4명은 있는데 그렇게 친해지지 않는 것은 내 성격 탓이리라.

 수업을 마치고 머리부터 정리한 다음 계획했던대로 시계를 수리하러 모 백화점 지하로 차를 옮겼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입구에서 주차까지 대략 30분은 잡아먹고 식사도 미룬채 찾은 매장에서는 배터리 교환하는 것도 자기들은 서비스센터로 수리 접수 대행만 하기에 시계를 찾으려면 3~4주는 걸린다나 뭐라나. 시계 배터리 하나 교체하는데 스위스까지 돌려보냈다 받아도 그것보단 빠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대충 비싸고 맛없는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점심식사를 해결, 동생이 건네준 2시간 무료주차권을 생각하며 다시 차를 빼서 광화문 교보문고로 차를 돌렸다.

 교보문고 프라임 회원에게는 책을 구입하지 않아도 2시간 무료주차의 혜택이 있어서 광화문 주변에서 시간때우기 애매할 때 교보빌딩을 찾는 일이 종종 있다. 물론 갈 떄마다 빈손으로 나오기란 쉽지 않은데다 이번에도 음반 하나는 들고 나왔다. 서점에는 김윤석 주연의 '남쪽으로 튀어' 광고가 꽤 많이 보였는데 정작 원작소설은 원래 있던 자리에 가야만 볼 수 있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원작 소설은 덕분에 판매량이 늘었는지 직원들이 몇 권 더 가져다 놓는 모습이 보인다. 나도 꽤 재미있게 본 책이라 영화가 기대되긴 한다.

 저녁에는 건대쪽에 약속이 있어 잠깐 자리를 옮겼다 귀가, 토요일의 집회는 서울역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시간이 애매하여 얼굴조차 비추지 못하고 다만 지난가는 길에 가뜩이나 막히는 지역의 교통체증을 유발시키는 견찰 버스만 꽤 많이 본 것 같다. 교통 체증의 원인을 시위대에게 전가하려는 뻔한 수작도 지겹고,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이런데로 끌려나오는 전의경 애들도 불쌍해보인다.

 이렇게 토요일에 이동거리가 많고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면 일요일에는 거의 아무것도 안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집에서 가스요금을 아끼고자 구입한 온수매트의 따쓰함에 스르르 녹아들어 꽤 일찍 잠들었는데도 오후 1시에야 몰려오는 허기때문에 잠에서 깨고보니 무언가를 하기도 그렇고 안하기도 뭐하다는 생각을 하며 빈둥빈둥. 그러다 지인의 부름덕에 옷을 주워입고 집을 나선 것이 저녁 8시쯤. 간만에 자유로를 달리니 우울했던 기분은 좀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드라이브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말이 이제는 조금씩 이해가 되기도 한다. (아마 그 길에는 택시가 비교적 많지 않기 떄문일지도?)

 덕분에 이번달 주행거리는 12월에 비해 제법 늘어난 편이다. 1번 트립은 매달 초 혹은 장거리 주행전에 리셋을 시켜주는 편인데 1월에는 첫 주행당시 리셋한 상태, 2번은 5월에 조작미숙으로 한 번 제대로 리셋된 이후로 지금까지 총주행거리 및 연비가 기록되고 있다. 주행거리 9999이후로는 올라가지 않는다고 하니 1만km 전후로 하여 리셋을 시켜줘야 할 것 같다. 1월 셋째 주 일요일까지의 주행거리는 228km, 평균연비 16.1km/L, 평균속도 22km/h.

때론 이 녀석 마저 없었으면 심심해서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고 있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재미나는건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이런 이동수단이 고단한 삶을 위로해주는 매개체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기분이 유쾌해지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출근길의 우울함을 어느 정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는 것이 또 현실이니 머리속이 복잡해지기만 할 뿐이다. (출퇴근용은 아니기에 주중엔 거의 집밖에 서워둔 거대한 건프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_-;)

어쨌거나 중요한 사실은 이제 출근이 몇 시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고, 덕분에 잠들기가 매우 싫으면서도 안잘 수 없는 현실때문에 짜증이 마구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제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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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3. 1. 6. 04:09 사는 이야기

 분류 제목과 동일한 사는 이야기

 그럭저럭 이번 한 주도 별다른 사건 없이 지나갔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건은 월요일에야 터질 예정이라 머리속이 너저분하다. 어떻게 보면 사고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회사에서 사고라는 것은 팀장이 불같이 화를 내느냐 안내느냐에 달린 문제니까 말이다. 물론 어느정도 공동의 책임이 있는 이슈에 대하여 남일 보듯이 떠넘기는 중간관리자가 있다면 일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짐작도 가고 예상되는 반응에 대하여 미리 스트레스를 받게된다.

 혹독하게 추웠던 2012년 마지막날 아침은 그 전날 초대받은 선배의 집에서 맞이하였다. 원래 계획은 심야에 영화를 보는 것이었으나 불현듯 그 날의 호스트에게 찾아온 병마로 인해 그 집에서 티비로 영화 한 편을 보고 잠들어버렸다. 덕분에 그 전날 이미 창문이 내려가지 않을 정도로 얼어있던 차를 녹일만한 장소가 필요했고, 아침식사를 얻어먹고 난 후 인근 대형마트를 찾았으나 주차장이 지상에 있어 신도림쪽으로 차를 돌렸다. 아직 녹지않은 빙판이 남은 도로를 조심스럽게 달리는 와중에도 속도를 못내서 안달이 난 도로위의 무법자 택스드라이버들의 경적소리는 쉬는 날이 없는 것 같았다.

 마트에서 차를 녹이고 말일 저녁 조촐한 파티를 위해 간단하게 쇼핑, 그리고 동네에 다 와서 경험한 아찔한 빙판 내리막길을 지나 귀가. 나이를 먹어서일까 혼자이기 때문일까, 크리스마스니 연말이니 말들이 주는 느낌이 예전같지가 않다. 아니면 한 주의 대부분을 너무 팍팍하게 보내고 있기 때문이려나? 그냥 평범한 주중의 휴일처럼 2012년의 마지막날과 2013년의 첫 날을 맞이하였다.

 2013년의 첫 날엔 집에서 뒹굴거린게 전부다. 약속도 없고, 동네가 산 꼭대기에 있다보니 눈이 온 후 길이 얼면 차를 갖고 나가는 것이 그냥 걸어서 다니는 것 보다 더 힘든일이 되어버리니 더욱 더 집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게다가 날씨마저도 매우 춥다. 이런 날씨에 불러내는 친구가 있었다면 그 친구를 나무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출근의 스트레스는 늘 있었던 일요일 저녁의 스트레스가 화요일 저녁으로 옮겨온 것 밖에는 안되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3일만 나가면 주말이라는 자기 위안 정도.

 또 다시 시작되는 반복적인 일상. 전화/메일로 다투고 달래고 부탁하고 인사하고, 그 결과물로 남은 서류뭉치들에 열심히 서명하여 결재를 올리고 하는 일의 무한 반복. 그 와중에 발견된 오류 하나가 머리를 아프게 만들고(문제 자체보다는 관리자 때문에 유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덕에 주말이 빨리 찾아오기는 했다. 이러한 일상들이 반복되다보면 21일이 되어 월급을 받고, 갚아야 할 돈과 카드회사에서 뺴갈 금액들을 감안하여 통장정리를 하고 또 다시 일하고, 주말에 반좀비상태로 기절하는 일상이 또 다시 반복되겠지.

 늘 이러한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로만 떠들어대고 정작 실천으로 옮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껏해야 작년에 한 일이라고는 2군데 정도 다른 곳의 면접을 본 거였고, 그 결과가 괜찮았다면 다른 장소에서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결국은 벗어나지 못한 월급의 노예의 삶. 무엇을 할 것인가 주중에 열심히 생각하고, 이번 주말에는 반드시 무언가를 하리라 다짐하지만 막상 주말이 다가오면 아무것도 안한채 멍한 상태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다반사. 지금 이렇게 오랜만에 키보드를 잡고 있는 것은 오늘도 낮잠을 너무 많이 잔 덕이다. 내게는 이러한 삶을 그만 둘 만한 용기도, 능력도 없는 것일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럴만한 경제적 배경만큼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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