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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26. 23:05 사회


2006년 11월 29일에 썼던 글을 다시 퍼온다. 내가 노무현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놓아버린 날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그때 내가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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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어느 날

2006-11-29 21:07

 2002년 12월, 강원도 양구에 있었다. 훈련소 동기들 멀리멀리 떠나보내고 혼자 3주를 논산에서 더 보내고(저주의 81미리-_-) 나서야 춘천행 기차를 타고 이곳까지 온지도 3달째였다. 군번이 지지리도 꼬이다 보니 다음달에 일병인데 밑으로 한명, 그것도 주차로 끊는 부대였기에 3주 후임 하나가 고작인 상황이었다. 10월의 첫 훈련 때 산 속에서 영하 15까지 떨어지는 수은주를 본 이후로 단 한번도 3한 4온을 느끼지 못하는 생활이 계속되는 12월의 어느날이었다. 취사장에 올라가 도장을 찍고 다시 봉투에 밀봉하여 행정반에 제출하던 그 날도 유난히 추웠다.

 첫 대통령 선거를 부재자 투표를 통해 경험한 그 날 저녁, 유별나게도 대구, 부산쪽 출신들이 많은 내무반의 점호 시간에 소대 왕고가 일어나 누구에게 투표했는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20명중 17명이 딴나라당의 그 인간에게 투표했다고 손을 든다. 인근 부대에서 현역으로 복무한 야당 후보에게 투표한 것은 나를 포함해 3명이었다. 소대 왕고였던 그 고참도 포함되었다. 거주지가 대구이긴 했지만 성골(?)은 아닌 타지역 이주자였기 때문일까? 어쨌든 묘하게 느껴지는 곱지 않은 시선을 느끼며 잠이 들었고 그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다음 날 아침, TV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는 소식은 전날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었다. 당시로서는 뛸듯이 기뻤지만 새파란 막내 이등병 놈이 그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는 조직이 아니던가? 어쨌거나 그일이 있고난 이후로 특정지역의 선임들 덕(?)에 순탄치많은 안은 군생활이 시작된 것은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DVD일테고, 그 무리중 일부는 내게 '운동권'이라는 학교다니면서 단 한번도 가담해보지 않은 집단의 꼬리표를 붙여주기까지 했었다.(이는 물론 정신교육 주간에 있었던 미국에 대한 중립적인 발언 때문이기도 했다.)

 찬 바람이 부는 오늘 같은 날씨에는 가끔가다 양구에서 생활하던 날들의 기억들이 떠오르곤 한다. 문득 오늘따라 대선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 것은 한 장의 사진 때문일 것이다. 바로 이 사진.



 물 론 이제와서 나의 선택을 후회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화가 난다. 나는 이런 꼴을 보고자 그에게 소중한 한 표를 던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사진은 해외 토픽감이 아니던가? 버스로 집회장소를 차단하는 모습은 그 어떤 나라에서도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법을 공부한 사람이랬다. 인근 부대에서 근무한 현역병 출신이랬다. 나름 다른 이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란 기대를 걸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사진에서 보이는 이 웃지 못할 모습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제21조
①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여기서 말하는 모든 국민은 모 의원이 말한 그 법앞에서 평등하다는 1만 명 뿐이란 말일까? 4년 전 어느 날이 생각 날 만큼 제법 쌀쌀한 날이다. 민간인이 된지도 벌써 2년이 지났건만 어째서 그 때 느껴지던 추위가 다시 한 번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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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2. 11. 12. 01:00 사는 이야기

 직장생활 5년차, 그럭저럭 혼자 학원다니며 문화생활하고 지낼만 하고 어느정도 저축까지는 가능한 벌이. 크지는 않지만 꾸준히 늘어가는 잔고를 보며 이대로 모아도 집을 살 정도는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다보니 자동차가 떠오르게 되었다. 없다고 크게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있음으로 인해 활동반경이나 주말에 홀라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게 된다는 점.

 물론 이런 생각을 한 것이 올해가 처음은 아니었고, 2009년 여름 이런 생각이 들면서 면허를 단숨에 따긴 했지만 무려 3년에 가까운 시간을 장농속에 고이 모셔두었던 이유는 한 두푼 하는 물건이 아니기에 여러가지로 숙고를 하게 되었고 그때 눈독들였던 몇몇 후보군에 들었던 차들을 지르기에는 현찰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연소득 및 저축액이 늘어가는 양상을 볼 때 차를 사는데 드는 돈이 총 3500이 넘어서는 안되겠다는 마지노선을 분명히 그어놓았고, 그 이하로는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후보군을 설정하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제외된 메이커가 몇 있다. 현대/기아차는 우선 제외를 시켰다. 무엇보다도 내수/수출고객 차별도 이유였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차별 및 복직투쟁을 생각한다면 혼다 로고를 옆으로 살짝 기울인듯한 로고와 영어의 Killed In Action약자와 동일한 로고가 붙은 차를 구입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리라. 그리고 소위 말하는 아반뗴-소나타-그랜저로 이어지는 테크트리를 타기 싫은 것도 있었고, 딱히 디자인이 눈에 확 들어오거나 품질이 뛰어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쌍용차는 주력 차종이 SUV이기에 열외시킨 것도 있지만 정리해고 문제를 생각하면 역시나 고려조차 할 필요가 없는 메이커라 생각하여 제외시킴. 그리고 삼성에서 2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 제품도 딱히 확 끌리는장점이 없어보여서 리스트에서 빠지게 되었다. 흐노에서 나머지 지분까지 매입하고 삼성이라는 글자를 떼어버리기 전까지 얘들 제품역시 팔아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제외시키고 나니 남는 것은 국산 메이커중엔 GM, 외산중엔 폭스바겐, 푸조, 혼다 정도가 남게 되었다. 회사에서 아드님들이 벌이는 사업중 임직원한테는 더럽게 박한 삼각별이나 도요타는 물론 애초에 가격대가 구매 가능한 선에 있다 해도 별로 팔아주고 싶지 않았으니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프리우스나 캠리에 대한 할인이 있었다면 후보군에 포함시켰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얘들 하는게 뭐 그렇지-_-;)

 우선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동네에서 제일 가까운 GM매장. 차량의 성능보다는 동네 주민으로서의 인심을 자극하는듯한 마케팅도 나쁘지만은 않았지만 딱히 이렇다할 프로모션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후보군에 있던 크루즈의 경우 1.8이상은 되어야 쓸만하다는 말에 망설이게됨. 디젤모델의 경우 소음이나 미션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기에 디젤 2.0 혹은 가솔린 1.8이 아닌 이상 메리트가 없어보였기에 일단 브로셔를 받고 귀가. 1.8이나 2.0의 경우 자동차세가 1.6에 비해 2배 가까이 된다는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림.

 다음으로 찾은 곳은 푸조매장. 308 1.6모델의 시승. 연비나 성능면에 있어서는 딱히 단점을 찾기 어려웠고 무엇보다도 마음에 든 것은 파노라마썬루프였다. 장농면허라 이 과정에서는 자동차회사에 다니는 운전경력 10년차의 선배와 동행하였으며, 일단 이 사람의 입에서는 극찬이 쏟아졌다. 디자인은 정말 마음에 들었고 저공해차량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메리트가 있었다. 단점이라기 보다 머뭇거리게 된 점은 첫 차를 3천만원이 넘는 수입차를 산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였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 방문한 곳은 폭스바겐매장. 거의 비슷한 스펙의 골프1.6은 옆에 같이 나란히 서있던 GTD와 너무나 비교가 될 정도로 깡통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과 왠지 모르게 적극적이지 않았던 영업사원의 응대가 구매욕을 제법 많이 깎아먹은 요인이 되었다. 2.0은 되어야 크지 않은 선루프가 달리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인적인 취향차가 있겠지만 인테리어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어서 방문한 혼다 매장의 시빅도 꽤 마음에 들었고, 프로모션도 제법 괜찮았지만 회사에 시빅을 타고 있는 대리가 한 명 있다는 이유와 더불어 배기량이 1.8(세금이 두 배-_-;)이상인 모델만 들여오고 있기에 구매리스트에서 제외시켰지만 계기판을 비롯한 인테리어는 제일 마음에 들었던 차였다.

 이렇게 한 달 가까이 주말동안 아는 선배와 함께 돌아다니며 차를 보고, 이런저런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어차피 한 번 사서 2~3년 내에 바꿀 것도 아닌데 길게 보고 괜찮은 녀석으로 사자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고르게 된 녀석은 바로 이놈이었다.

디자인에선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후보군에 있던 차량중 제일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도 광활한 선루프(물론 운전중에 볼 틈은 없다는게 함정-_-;;;)와 연비, 저렴한 자동차세 및 저공해차량혜택등을 고려할 때 사고만 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크루즈 1.8과 혼다 시빅 1.8, 골프 1.6을 물리치고-_-; 선택한 것인데 2012년 2월 말에 인수받아 지금까지 혼자 생쇼하다 그릴 하나 꺠먹고 후방 범퍼 한 번 해먹으며 보험료 할증이 확정된 것을 빼면-_-; 큰 무리없이 만족하며 타고 다니고 있다.

 팀장들한테만 지원되는 주차 혜택 덕에 주차비 비싼 마포쪽으로의 출퇴근용으로는 사용하지 않기에 주말이나 휴가철에 주로 타고 다니고 있기에 한 달에 들어가는 기름값는 20만원을 넘지 않고, 장거리 주행시 트립컴퓨터에 찍히는 연비를 보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직 공인연비(22.6)을 달성한 적은 없지만 8월 말에 사람 5명에 짐 가득 싣고 경주 왕복(800km)하며 20.0의 연비를 찍기도 했으니 기름값는 정말 적게 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게다가 경유) 물론 이렇게 모은 기릅값을 혼자 쇼하며 다 까먹긴 했다. OTL

아무튼 이놈, 아직까진 만족스럽다. 푸조308 e-HDI 1.6 2012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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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2. 10. 6. 07:44 사회

 아주 난리다. 영사미덕에 아주 오랜일이 아닌게 되어버린 취업난이라는 글자. 회사 밖에선 들어가기 위해 난리고 안에서는 못나가서 난리다. 한쪽에선 일자리가 없다 난리고 반대편에선 사람이 없다고 난리. 그 잘난 경제논리에 따르자면 일손이 달리면 돈이라도 더 줘서 일하게 만드는게 맞지 않을까 싶은데 이 나라의 세습부자들이 좋아하는건 사람에게 돈쓰는 일이니까. 덕분에 이렇게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른 월급쟁이들의 일상은 솔직히 모르겠다. 나의 일상은 매일 아침 6시 기상, 밥먹고 대충 준비하고 7시 조금 넘은 시간에 집을 나선다.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에 도달하는 시간은 대략 7시 20~30사이, 24~6분 사이에 오는 버스를 놓치면 10분을 기다린다. 그렇게 해서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 10분에서 25분 정도. 8시 반까지가 출근 시간이니 그때부터 퇴근시간이 불투명한 업무 시작. 규정대로라면 6시 반에 나와야 하지만 이 나라의 기업문화는 출근은 미리 해야하고 퇴근에 대한 강제규정은 없다.

 비교적 일찍 끝나면 7시, 선방했다 싶으면 8시, 애매하게 9시에 퇴근하는 날도 있고 짜증이 극이 되는건 10시 반정도에 퇴근하는 날이다. 버스를 타도 대략 1시간쯤은 걸리니 10시~11시쯤 끝나는 날에는 집에오면 기절하다시피 쓰러져 다음날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똑같은 일상의 반복. 그나마 주말에 안나가는걸 감사하라는 인간들도 있으나, 당연히 쉬어야 하는 날에 나오라고 하는 놈들이 개객기지 안나가는것을 두고 기뻐하고 찬양해야 할까?

 이런 생활 덕분에 생계가 유지되는 것은 사실이다. 4년 넘게 내 삶을 버려가며 일한 대가로 1년에 한 번은 도피성 해외여행을 나가고 차를 사기도 했다. 썩 나쁜 거래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과연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지,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고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외환위기때 그렇게 회사를 위해 목숨바쳐 일하던 세대들이 회사가 어려워지자 어떻게 버림받았는지 똑똑히 기억하기 때문일까?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된 정신교육을 받아도 회사에서 하는 말에 100% 동감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놈의 기업체들은 고액연봉의 경영진들이 지들의 책임을 자꾸 말단 사원들에게 내려보내려 하는 개수작을 부리기를 좋아한다. 사업계획이니 조직문화 개선이니 이런걸 밑에서 건의하라고 하는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대체 그럼 니들이 하는 일은 뭐지? 게다가 솔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면 어떻게 되던가? 자신들이 바라는 답을 정해놓고 건의사항을 던지라는 개수작은 부카니스탄에서도 안할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웃기는 것은 이런 생활을 쉽게 박차고 나가거나 시작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어렵게 들어와야 쉽게 못그만둔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취직이 어려운 사회분위기를 틈타 후배 세대들을 작정하고 괴롭히고 노예로 부리겠다는 수작인지 모르겠지만 쓸데없이 문이 좁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머리좋고 외국어 잘하는 사람들만이 회사에 있는 것은 아니다. 희한하게도 그렇게 고르고 골라서 뽑았다는 애들 중에는 멍청이로 분류될만한 사람들도 여럿 있고 이들은 대부분 공수부대원 같이 회사를 들어온다. 덕분에 조직문화고 뭐고 마음대로 행동해도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고.

 공정한 경쟁이나 이런 것은 애초에 없다. 단지 그냥 빽이 있으면 잘 풀리는 것이고 없으면 순탄치 않게 풀리는것이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삶의 법칙이랄까? 일과 전혀 무관한 전공을 가졌어도 집안이 좋으면 으너 회사 어느 부서에건 낙하산을 타고 들어갈 수 있다. 적응은 주변 사람들이 하는 것이니 진골/성골의 피를 가지신 분들이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에 살아있는 골품제가 아니고 무엇이려나?

posted by Bogdanov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