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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에 해당되는 글 1

  1. 2016.09.04 접촉사고 경험담2
2016. 9. 4. 13:48 사는 이야기

 지난 주 토요일 저녁 귀가길에 접촉사고를 당했다. 2개 차선이 좌회전인 곳에서 1차선을 타고 가는 도중 2차선에서 1차선으로 넘어오던 차량에게 측후방 추돌을 당하여 휠, 휀더, 범퍼가 파손되고 서비스센터에서는 얼라이먼트까지 봐야 한다고 함. 예상견적은 대략 600만원 정도, 렌트나 대인은 제외하고 말이다. 차는 서비스센터에 맡긴 상태고, 주로 주말에만 운전을 하다보니 렌트는 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수입차 사고시 렌트가 과실 협상용 카드로 사용될 수도 있었으나 4월 1일자로 그런 일은 이제 사실상 어려워졌다. 같은 배기량의 국산차 하루 렌트비는 잘해야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문제는 수리비용 보다는 가해차량 운전자의 태도였다. 추돌 당시부터 뭐가 그리 당당한지 먼저 경찰을 부르자며, 끝까지 일관되게 자신의 억울함을 성토하고 있었다. 출동한 경찰관이 그 운전자만 불러서 뭐라 하자 삿대질까지 해가며 언성을 높인다. 경찰관은 양쪽 보험사 담당자가 출동하자 일이 커지면 다시 연락달라며 돌아갔고, 보험사에서 출동한 직원이 등장한 후로 우리쪽 보험사 직원에게는 자신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나보고 먼저 블랙박스 있지 않냐고 물었던 사람이 말이다.


 일요일에 그냥 집에서 쉬다 월요일에 출근하는데 몸이 묘하게 아프다. 충돌 당시 목뼈가 찌릿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드라마에서처럼 목잡고 생쇼를 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속이 메스껍고 책이나 티비 프로에 집중이 어려울 정도였다. 보험사 과실 담당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과실 관련하여 이런저런 내용을 확인 후 그대로 하루가 지나고 화요일, 상대방 운전자가 끝까지 억울함을 성토 하고, 내가 병원에 가겠다고 하자 자신도 병원에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는 얘기를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침착하게 행동하기로 했다.


 우선 회사 앞에 있는 한의원에 가서 간단한 치료를 받고 진단서를 끊었다. 진단서 발급비용은 치료비를 제외하고 2만원 정도이며, 한의원에서는 2주이상의 진단서는 어렵다고 한다. 2주가 넘어갈 정도의 심각한 부상이면 아마 입원했겠지. 침을 맞고 치료를 받으니 메스꺼움이 좀 덜한 것 같다. 퇴근 후 차를 끌고 양천경찰서로 향했다. 사고시 출동했던 지구대에 연락을 해보니 사고접수는 경찰서로, 교통사고 민원은 24시간 근무라고 한다. 경찰서에 가기 전에 사고관련 블랙박스 영상, 사진등을 USB에 옮겨담았고, 진단서도 가지고 있었다.


 경찰서에 도착해서 자초지정을 설명하면 진술서를 써야 한다. 양식은 정해져있고, 예시를 보며 일어난 일들을 묘사하고 뒷면에는 약도를 그려서 제출했다. 퇴근 후 저녁시간이라 그날 당직 근무를 하시는 분들이 접수를 받는데, 동영상 및 사진까지 보고 주차된 차의 파손상태까지 확인하였다. 가해차량 운전자와 연락 후 같이 확인해야 하니 일정을 잡아 연락주겠다는 얘기를 듣고 경찰서를 나와 서비스센터로 향했다.


 공식서비스센터지만 탁송기사는 쓰지 않는다 하며, 24시간 접수는 가능하다기에 직접 서비스센터에 입고시키고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가 넘은 시간.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고, 이런저런 일들을 직접 하다보니 화가 나기도 했다. 도대체 왜 저런 인간 때문에 내가 퇴근 후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이런 일에 엮여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럴수록 귀막고 무조건 자신의 억울함만 성토하는 상대 운전자를 원리원칙대로 처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신고 및 입고 후 상대 보험사를 통해 여러차례 연락이 되었으나 결국엔 그쪽에서도 경찰서에 나와서 진술서를 쓰겠다고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주말 저녁시간도 그렇게 날아가게 되었다. 오전에 일을 보고, 한의원에 들러 치료를 받은 후 경찰서 주변 카페에 두어시간 전에 도착하여 커피를 마시며 사고 당시 상황들을 다시 정리해봤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경찰서에 들어가게 되었다.


 접촉사고 관련하여 경찰에서 해주는 일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해주는 것이고, 피해자가 사고접수 후 정식 조사를 요청할 경우 사고 정황에 대한 판단 후 범법 사실이 있는 운전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대인사고가 되는 경우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다 하며, 그것을 위해 필요한 서류가 진단서이다. 보통 이 정도의 경미한 추돌 사건으로 그 단계까지 넘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양쪽 동영상을 모두 본 경찰 담당자가 상대측 운전자를 나무라기 시작한다. 과실이 뚜렸한데 왜 억지를 부리며, 미리 합의보고 끝낼 수 있는 일로 경찰서까지 오게 만들었냐는 말이다. 상대측 운전자는 끝까지 내 차가 갑자기 나타났다고 주장하는데, 내 블랙박스 동영상을 보며 상대 차량이 잠깐 2차선 전방에 나타나긴 하는데 1차선쪽으로 바퀴가 들어와 있지도 않고 방향지시등도 점등하지 않고 있다. 즉, 이 차량이 1차선으로 넘어올 의도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 자신이 전방/측방에 대한 주시를 소홀히 한 채 2차선 커브길에서 1차선으로 그대로 직진하다 선행하는 차를 받아놓고 억울하다며 진상질을 한 셈이다.


 아무리 봐도 자신이 잘못한 건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진상을 부리던 인간은 결국 진단서와 더불어 대인사고 접수 후 사건 검찰 송치 얘기를 듣고 꼬리를 내리게 된다. 방금전까지 그렇게 당당하고 뻔뻔스러웠던 인간이 사건 기록 얘기 한마디에 꼬리를 내린 것은 직업이 교사였기 때문, 상황은 어이없게 종료가 되었고 이번 일들로 얻은 교훈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사고가 나면 가해자와 싸울 필요가 전혀 없다. 말이 안통하는 인간들하고는 애초에 말싸움이 안된다. 그냥 보험사 부르고 112에 신고하여 사고접수 하는 것이 최선이다.


2. 사고 후 하루쯤 지나고 나서 몸이 좋지 않다면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 하루정도면 증상이 사라질 것이라 착각하고 방치한 것이 실수였고, 경찰서에 사고 접수 할 때 진단서 얘기를 안한 것 역시 실수였다. 사고로 인해 발생한 통증에 대한 진단서가 있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3. 내가 도로교통법을 준수했다면 가해자가 아무리 막무가내로 나온다 해도 법을 지킨 사람이 이기게 된다. 운전을 20년 넘게 했으면서도 차선 변경에 대한 기본적인 규정도 모르면서 사고나면 일단 우기고 보는 비정상적인 인간들이 의외로 많다.


4. 보험사 직원과 통화전에 사전 지식을 많이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보험회사는 철저하게 이익에 따라 움직이기에 이 사람이 잘 모르는 사람이다 싶으면 어떻게든 쌍방과실로 만들어 양쪽의 보험료 모두를 할증시키는 방향으로 유도하려 할 것이다. 10:0으로 나오는 경우는 정말 대기중에 앞에 있던 차가 밀리거나 후진해서 내 차 앞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렌트나 대인 접수를 안하는 등의 조건이 달리게 된다.


5. 자신이 가해자이다 싶은 경우라면 빨리 사과하고 사고조사 및 합의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 피해자를 화나게 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정식 수사 혹은 민사소송일 뿐이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귀찮은 일을 벌이고 싶지는 않겠지만 가해자가 몰상식한 태도를 보인다면 진정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을 먹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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