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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 해당되는 글 3

  1. 2015.03.16 이제 글을 쓸 여유가 좀 생길지도 모르겠다.
  2. 2012.10.06 신분제사회
  3. 2011.11.06 여행의 기록들 - 프롤로그
2015. 3. 16. 20:20 사는 이야기

 어쩌다 보니 어느덧 7년하고도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정신없이 전화받고 메일쓰며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라는 곳에서 보내고 녹초가 되어 들어와 오직 주말만을 바라보며 살았던 시간들, 그 속에서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도, 생각도 모두 잃어버린 것 같았다. 잃어버린 7년이랄까? 물론 그 대신에 어느정도 금전적인 여유는 얻을 수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이게 과연 사는 것일까 하는 회의가 마음 한구석에 늘 자리잡고 있었다.

 1년에 한 번 주어지는 5일간의 짧디 짧은 휴가는 잠시나마 나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그래서 방해받지 않기 위해 토요일 아침부터 무엇인가로 부터 멀리 도망치듯이 외국으로 향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어느정도 시차와 음식에 익숙해질 즈음 다가오는 귀국일이 미치도록 싫었던 그 짧은 여행들을 마치고 나면 무수히 많이도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기도 전에 일에 취하게 되어 다음 휴가를 바라보는 삶의 연속이었다. 덕분에 입사 직전에 다녀온 유럽 여행부터 작년에 다녀온 캐나다 여행까지 제대로된 여행기는 없고 오직 페이스북에 사진만 줄창 올렸을 뿐이다. (그나마도 백업 개념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제 이 생활을 접게되었다. 항상 늘 합리적이지 못하다 생각해온 인사시스템 속에서 이제는 내 차례가 왔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대비를 하고는 있었지만 결과물이 신통치는 못했다. 하지만 작년 연말부터 무언가 같이 해볼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준비를 하는 것이 있어 적어도 밥을 굶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린 셈이다. 물론 더 일하고 덜 받는, 이제는 주말과 휴가가 보장되지 않는 삶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 여기까지 쓰는데도 팔이 아픈 것을 보면 그 동안 키보드를 얼마나 멀리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37살, 양력 생일을 불과 2주 앞두고 회사를 떠난다. 어차피 회사에서도 보이지 않던 미래, 그 상태에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기에 회사 생활은 너무도 많은 에너지를 나로부터 빨아들였고 덕분에 부모 잘만난 오너 일가 놈들은 회사돈 빼돌려서 외국에 멋진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으리라. 당장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은 끊길 것이고, 그동안 모아놓은 얼마 안되는 돈을 갖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살아야 한다. 물론 잘 안될수도 있고 백수생활이 길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했고, 한창 날씨가 좋아지는 이맘 즈음 이제 나는 자유로운 몸이 된다. 회사로부터도 월급으로 부터도.

 나이드신 분들이 그렇게 집착하던 대기업의 간판(솔직히 말해서 10대 기업 안에도 못드는 금융권을 제외해야 간신히 30위권에 들까말까한 회사였다.)은 회사를 다니는 동기부여가 되기 보다는, 내 의지에 의해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는 일종의 굴레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요즘 같은 시대에 내 삶을 사는데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나 조차도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여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를 정도였으니까.

 이제 시간을 내어 하나 둘 써보지 못했던 것들을 정리해보고 싶다. 직장생활의 피로는 짧게 짧게 감정을 토해내는 트위터와 사진과 짧은 문장 몇 개로 일상을 자랑하는 페이스북 같은 SNS를 더 친숙하게 만들었기에 입사 이전에 써내려간 것들과 같은 장문의 포스팅을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다시 그 본능을 되찾고 싶어진다. 과중한 업무로부터의 해방은 마음의 여유와 더불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쏟아내고 싶어하는 본능을 건드리는 것 같다. 잡설이 길어진 것 같은데 이제부터 내 글쓰기의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된다. 첫 시즌이라 할 수 있는 미디어몹 시절의 글은 사전 예고없는 서비스 종료와 더불어 대부분 사라지고, 과거에 잠깐 백업했던 일부 포스팅만이 내 하드디스크에 살아남아 있다. 티스토리는 서람하니 그렇게 사라지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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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gdanovic
2012. 10. 6. 07:44 사회

 아주 난리다. 영사미덕에 아주 오랜일이 아닌게 되어버린 취업난이라는 글자. 회사 밖에선 들어가기 위해 난리고 안에서는 못나가서 난리다. 한쪽에선 일자리가 없다 난리고 반대편에선 사람이 없다고 난리. 그 잘난 경제논리에 따르자면 일손이 달리면 돈이라도 더 줘서 일하게 만드는게 맞지 않을까 싶은데 이 나라의 세습부자들이 좋아하는건 사람에게 돈쓰는 일이니까. 덕분에 이렇게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른 월급쟁이들의 일상은 솔직히 모르겠다. 나의 일상은 매일 아침 6시 기상, 밥먹고 대충 준비하고 7시 조금 넘은 시간에 집을 나선다.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에 도달하는 시간은 대략 7시 20~30사이, 24~6분 사이에 오는 버스를 놓치면 10분을 기다린다. 그렇게 해서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 10분에서 25분 정도. 8시 반까지가 출근 시간이니 그때부터 퇴근시간이 불투명한 업무 시작. 규정대로라면 6시 반에 나와야 하지만 이 나라의 기업문화는 출근은 미리 해야하고 퇴근에 대한 강제규정은 없다.

 비교적 일찍 끝나면 7시, 선방했다 싶으면 8시, 애매하게 9시에 퇴근하는 날도 있고 짜증이 극이 되는건 10시 반정도에 퇴근하는 날이다. 버스를 타도 대략 1시간쯤은 걸리니 10시~11시쯤 끝나는 날에는 집에오면 기절하다시피 쓰러져 다음날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똑같은 일상의 반복. 그나마 주말에 안나가는걸 감사하라는 인간들도 있으나, 당연히 쉬어야 하는 날에 나오라고 하는 놈들이 개객기지 안나가는것을 두고 기뻐하고 찬양해야 할까?

 이런 생활 덕분에 생계가 유지되는 것은 사실이다. 4년 넘게 내 삶을 버려가며 일한 대가로 1년에 한 번은 도피성 해외여행을 나가고 차를 사기도 했다. 썩 나쁜 거래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과연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지,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고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외환위기때 그렇게 회사를 위해 목숨바쳐 일하던 세대들이 회사가 어려워지자 어떻게 버림받았는지 똑똑히 기억하기 때문일까?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된 정신교육을 받아도 회사에서 하는 말에 100% 동감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놈의 기업체들은 고액연봉의 경영진들이 지들의 책임을 자꾸 말단 사원들에게 내려보내려 하는 개수작을 부리기를 좋아한다. 사업계획이니 조직문화 개선이니 이런걸 밑에서 건의하라고 하는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대체 그럼 니들이 하는 일은 뭐지? 게다가 솔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면 어떻게 되던가? 자신들이 바라는 답을 정해놓고 건의사항을 던지라는 개수작은 부카니스탄에서도 안할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웃기는 것은 이런 생활을 쉽게 박차고 나가거나 시작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어렵게 들어와야 쉽게 못그만둔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취직이 어려운 사회분위기를 틈타 후배 세대들을 작정하고 괴롭히고 노예로 부리겠다는 수작인지 모르겠지만 쓸데없이 문이 좁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머리좋고 외국어 잘하는 사람들만이 회사에 있는 것은 아니다. 희한하게도 그렇게 고르고 골라서 뽑았다는 애들 중에는 멍청이로 분류될만한 사람들도 여럿 있고 이들은 대부분 공수부대원 같이 회사를 들어온다. 덕분에 조직문화고 뭐고 마음대로 행동해도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고.

 공정한 경쟁이나 이런 것은 애초에 없다. 단지 그냥 빽이 있으면 잘 풀리는 것이고 없으면 순탄치 않게 풀리는것이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삶의 법칙이랄까? 일과 전혀 무관한 전공을 가졌어도 집안이 좋으면 으너 회사 어느 부서에건 낙하산을 타고 들어갈 수 있다. 적응은 주변 사람들이 하는 것이니 진골/성골의 피를 가지신 분들이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에 살아있는 골품제가 아니고 무엇이려나?

posted by Bogdanovic
2011. 11. 6. 23:38 여행
 회사에 들어오면서 결심했던 목표 중 하나는 반드시 여름휴가 중에는 해외로 나간다는 것이었다. 휴가기간 중 회사에서의 호출이나 업무로 인해 휴가를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으며, 두 번째 이유는 20대 마지막 해에 다녀온 프랑스, 이탈리아외에 못가본 곳들을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의 2주간 다녀온 유럽여행은 무엇인가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 밖에 없었으며, 2008년 첫 여름 휴가로 방문한 홍콩은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니라 휴가 기간이 임박하여 쫓기다시피 결정, 2009년의 뉴질랜드는 방문국가를 너무 작게 보다 버스에서 계속 잠들며 꽤 먼거리를 이동하였고, 2010년 서호주는 말 그대로 로또를 맞은 기분이었으며, 올 여름의 프랑스는 지난 번 방문시 해보지 못한 일들을 하고 왔음에도 역시나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아마도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 틈나는대로 2010년 2월의 핀란드 출장, 2011년 1월 상해 워크숍, 2009년 2월의 목포, 2011년 5월의 순천등 이곳저곳을 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정리해서 올릴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처음 한 것은 3년은 훨씬 전인것 같지만 여행을 한 번 가면 수천장의 사진을 찍어오다보니 크기 몇몇 사진만 선별하여 크기를 줄이고 글을 쓴다는 것이 야근에 치이며 거의 잠으로 일관하는 휴일을 보내는 직장 생활속에서는 여간 만만한 일이 아닌것 같다. 물론 마음먹기에 달린 문제같기도 하지만 점점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이 짓을 오래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주 일요일도 결국 잠으로 일관하며 개콘을 보고나니 이 시간이다. 지나간 여행의 추억을 곱씹으며, 내일이면 시작될 끝이 안보이는 산더미 같은 일과의 전쟁이 벌써부터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지만 오늘 마저 이대로 보내버리면 언제 다시 새로운 글을 쓰게될지 몰라 컴퓨터를 켜고 키보드를 잡았다.

 언제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백만년 만에 올리는 포스트인 만큼 올 여름 생떼밀리옹(Saint Émilion)에서 찍은 사진 한장을 추가하며 마무리하려 한다. 머리가 더 굳기 전에 하나 둘 정리하여 올려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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