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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16 이제 글을 쓸 여유가 좀 생길지도 모르겠다.
2015. 3. 16. 20:20 사는 이야기

 어쩌다 보니 어느덧 7년하고도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정신없이 전화받고 메일쓰며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라는 곳에서 보내고 녹초가 되어 들어와 오직 주말만을 바라보며 살았던 시간들, 그 속에서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도, 생각도 모두 잃어버린 것 같았다. 잃어버린 7년이랄까? 물론 그 대신에 어느정도 금전적인 여유는 얻을 수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이게 과연 사는 것일까 하는 회의가 마음 한구석에 늘 자리잡고 있었다.

 1년에 한 번 주어지는 5일간의 짧디 짧은 휴가는 잠시나마 나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그래서 방해받지 않기 위해 토요일 아침부터 무엇인가로 부터 멀리 도망치듯이 외국으로 향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어느정도 시차와 음식에 익숙해질 즈음 다가오는 귀국일이 미치도록 싫었던 그 짧은 여행들을 마치고 나면 무수히 많이도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기도 전에 일에 취하게 되어 다음 휴가를 바라보는 삶의 연속이었다. 덕분에 입사 직전에 다녀온 유럽 여행부터 작년에 다녀온 캐나다 여행까지 제대로된 여행기는 없고 오직 페이스북에 사진만 줄창 올렸을 뿐이다. (그나마도 백업 개념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제 이 생활을 접게되었다. 항상 늘 합리적이지 못하다 생각해온 인사시스템 속에서 이제는 내 차례가 왔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대비를 하고는 있었지만 결과물이 신통치는 못했다. 하지만 작년 연말부터 무언가 같이 해볼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준비를 하는 것이 있어 적어도 밥을 굶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린 셈이다. 물론 더 일하고 덜 받는, 이제는 주말과 휴가가 보장되지 않는 삶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 여기까지 쓰는데도 팔이 아픈 것을 보면 그 동안 키보드를 얼마나 멀리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37살, 양력 생일을 불과 2주 앞두고 회사를 떠난다. 어차피 회사에서도 보이지 않던 미래, 그 상태에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기에 회사 생활은 너무도 많은 에너지를 나로부터 빨아들였고 덕분에 부모 잘만난 오너 일가 놈들은 회사돈 빼돌려서 외국에 멋진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으리라. 당장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은 끊길 것이고, 그동안 모아놓은 얼마 안되는 돈을 갖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살아야 한다. 물론 잘 안될수도 있고 백수생활이 길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했고, 한창 날씨가 좋아지는 이맘 즈음 이제 나는 자유로운 몸이 된다. 회사로부터도 월급으로 부터도.

 나이드신 분들이 그렇게 집착하던 대기업의 간판(솔직히 말해서 10대 기업 안에도 못드는 금융권을 제외해야 간신히 30위권에 들까말까한 회사였다.)은 회사를 다니는 동기부여가 되기 보다는, 내 의지에 의해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는 일종의 굴레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요즘 같은 시대에 내 삶을 사는데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나 조차도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여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를 정도였으니까.

 이제 시간을 내어 하나 둘 써보지 못했던 것들을 정리해보고 싶다. 직장생활의 피로는 짧게 짧게 감정을 토해내는 트위터와 사진과 짧은 문장 몇 개로 일상을 자랑하는 페이스북 같은 SNS를 더 친숙하게 만들었기에 입사 이전에 써내려간 것들과 같은 장문의 포스팅을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다시 그 본능을 되찾고 싶어진다. 과중한 업무로부터의 해방은 마음의 여유와 더불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쏟아내고 싶어하는 본능을 건드리는 것 같다. 잡설이 길어진 것 같은데 이제부터 내 글쓰기의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된다. 첫 시즌이라 할 수 있는 미디어몹 시절의 글은 사전 예고없는 서비스 종료와 더불어 대부분 사라지고, 과거에 잠깐 백업했던 일부 포스팅만이 내 하드디스크에 살아남아 있다. 티스토리는 서람하니 그렇게 사라지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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