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 도착한 시간은 최초 예정시간에서 정확하게 지연된 6시간 만큼 늦은 시간이었다. 올 때 지연된 시간에 대한 만회 같은 것은 애초에 계산에 없었던 것이다. 정정된 연결편 티켓도 그것을 감안하여 발행해준 것이었다. 장거리 비행때마다 늘 그래왔듯이 식사시 음료는 맥주로 달라하고 잠을 청하고, 영화를 보고, 다시 잠을 자다보니 현지 시각으로 밤 11시쯤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린다. 영어와 불어가 병기된 안내판을 보니 캐나다에 온 것이 실감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서 입국심사를 받는다. 질문은 의외로 간단. 뭐하러 왔냐, 어디갈거냐, 며칠 머물거냐 등등. 휴가왔고, 지금 나가면 몬트리올로 가서 5일, 토론토에서 2일 보내고 갈거다 정도로 설명하니 통과. 가방을 찾으러 갔다.
입국심사를 통과해서 가방을 찾으러 가는 길에 에어캐나다에서 나온 일본인 직원이 각 목적지별로 분류된 연결편 티켓을 모아놓은 테이블 앞에 서있다. 하네다에서 정정된 티켓으로 발행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는지 몰라도 나는 해당이 되지 않아 그대로 직행하여 가방을 찾았다. 그리고 국내선 환승통로를 따라 가다가 목적지에 맞는 곳에 가방을 다시 보냈다. 이 정도는 자동으로 진행해도 될 것 같은데 아무튼 다소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다시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국내선 탑승구로 향할 수 있다. 그런데 앞에 서있던 프랑스인 노부부를 직원이 불러 세우더니 가방에서 술병을 하나 찾아낸다. 환승과정에서 잠깐 가방을 다시 찾았을 때 뺀 것인지 모르겠지만 규정상 안된다며 직원이 그것을 압수한 후에야 통과시켜준다.
보안검사까지 마치고 나오니 얼추 11시 반이었고, 몬트리올행 비행기 탑승 시간은 11시 55분이었다. 상점들도 대부분 문을 닫은 시간이긴 했지만 굉장히 빠듯한 시간이었다. 같이 안내되어 있는 다음 몬트리올행 비행기는 아침 6:30 출발이었으니 이 비행기가 조금만 늦었어도 첫째날 계획은 제대로 엉망이 될 번 했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저녁 9시~10시 사이에 숙소에 체크인하여, 가방을 풀고 야경을 보러 외출하고 들어오면서 맥주나 한 두캔 정도 즐기는 것이었고, 다음날 아침부터 시내 구경을 할 생각이었다. 저녁 외출이야 해도그만 안해도 그만인 것이었지만 짧은 휴가일정상 다음날 아침 일정이 틀어지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비행기는 0시 30분에 출발하여 한시간 반이 조금 안되어 몬트리올에 도착한다. 국내선이니 바로 짐을 찾으러가서 가방을 찾은 시간이 2시 5분 전이었다. 가방을 들고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프랑스어 일색이다. 영어와 병기된 것도 프랑스어가 먼저 나오고 영어가 따라나오는 식이었다. 미리 찾아본 정보에 따라 숙소 근처로 가는 버스를 타러 나갔다. 버스 출발 3분 전이었고, 기사에게 현찰을 내미니 현찰은 받지 않고 안에서 표를 사서 나오란다. 익숙하지 않은 자판기와 씨름하다 결국 1일짜리 교통권을 구입하여 밖에 나오니 버스는 이미 출발하고 없었다. 1일권을 구입한 이유는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바로 개시해도 저녁때까지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버스에 타려고 표를 사러간 사람이 있는걸 기사도 알았지만, 출발시간은 칼같이 지킨다. 덕분에 한 시간을 공항에서 보내야 했다. 공항에서 와이파이 연결이라도 안되었더라면 무슨재미로 버텼을지. 덕분에 가족에게 페이스타임으로 몬트리올 공항 모습을 전하고, 숙소에는 2시 버스를 놓쳤고 3시 버스를 타고 가야겠다고 메일을 보냈다.
결국 숙소에 체크인한 시간은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당직이었는지 몰라도 새벽에 회신을 준 것은 다른 담당자였다. 아무튼 이 친구는 4시에 체크인 하는 나에게 아침 8시까지 로비로 나오면 워킹투어에 참가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씻고, 아침식사까지 하고 워킹투어에 나서려면 이제 잘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반 밖에 안남은 셈이다. 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알려준대로 방을 찾아갔다. 8인 도미토리라 정말 조심스럽게 침대를 찾아 짐을 풀었다. 우여곡절 끝내 마침내 나는 꿈에 그린것은 아니지만 파리 다음으로 가보고 싶어했던 바로 그 곳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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