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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에 해당되는 글 1

  1. 2012.10.06 신분제사회
2012. 10. 6. 07:44 사회

 아주 난리다. 영사미덕에 아주 오랜일이 아닌게 되어버린 취업난이라는 글자. 회사 밖에선 들어가기 위해 난리고 안에서는 못나가서 난리다. 한쪽에선 일자리가 없다 난리고 반대편에선 사람이 없다고 난리. 그 잘난 경제논리에 따르자면 일손이 달리면 돈이라도 더 줘서 일하게 만드는게 맞지 않을까 싶은데 이 나라의 세습부자들이 좋아하는건 사람에게 돈쓰는 일이니까. 덕분에 이렇게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른 월급쟁이들의 일상은 솔직히 모르겠다. 나의 일상은 매일 아침 6시 기상, 밥먹고 대충 준비하고 7시 조금 넘은 시간에 집을 나선다.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에 도달하는 시간은 대략 7시 20~30사이, 24~6분 사이에 오는 버스를 놓치면 10분을 기다린다. 그렇게 해서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 10분에서 25분 정도. 8시 반까지가 출근 시간이니 그때부터 퇴근시간이 불투명한 업무 시작. 규정대로라면 6시 반에 나와야 하지만 이 나라의 기업문화는 출근은 미리 해야하고 퇴근에 대한 강제규정은 없다.

 비교적 일찍 끝나면 7시, 선방했다 싶으면 8시, 애매하게 9시에 퇴근하는 날도 있고 짜증이 극이 되는건 10시 반정도에 퇴근하는 날이다. 버스를 타도 대략 1시간쯤은 걸리니 10시~11시쯤 끝나는 날에는 집에오면 기절하다시피 쓰러져 다음날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똑같은 일상의 반복. 그나마 주말에 안나가는걸 감사하라는 인간들도 있으나, 당연히 쉬어야 하는 날에 나오라고 하는 놈들이 개객기지 안나가는것을 두고 기뻐하고 찬양해야 할까?

 이런 생활 덕분에 생계가 유지되는 것은 사실이다. 4년 넘게 내 삶을 버려가며 일한 대가로 1년에 한 번은 도피성 해외여행을 나가고 차를 사기도 했다. 썩 나쁜 거래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과연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지,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고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외환위기때 그렇게 회사를 위해 목숨바쳐 일하던 세대들이 회사가 어려워지자 어떻게 버림받았는지 똑똑히 기억하기 때문일까?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된 정신교육을 받아도 회사에서 하는 말에 100% 동감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놈의 기업체들은 고액연봉의 경영진들이 지들의 책임을 자꾸 말단 사원들에게 내려보내려 하는 개수작을 부리기를 좋아한다. 사업계획이니 조직문화 개선이니 이런걸 밑에서 건의하라고 하는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대체 그럼 니들이 하는 일은 뭐지? 게다가 솔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면 어떻게 되던가? 자신들이 바라는 답을 정해놓고 건의사항을 던지라는 개수작은 부카니스탄에서도 안할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웃기는 것은 이런 생활을 쉽게 박차고 나가거나 시작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어렵게 들어와야 쉽게 못그만둔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취직이 어려운 사회분위기를 틈타 후배 세대들을 작정하고 괴롭히고 노예로 부리겠다는 수작인지 모르겠지만 쓸데없이 문이 좁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머리좋고 외국어 잘하는 사람들만이 회사에 있는 것은 아니다. 희한하게도 그렇게 고르고 골라서 뽑았다는 애들 중에는 멍청이로 분류될만한 사람들도 여럿 있고 이들은 대부분 공수부대원 같이 회사를 들어온다. 덕분에 조직문화고 뭐고 마음대로 행동해도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고.

 공정한 경쟁이나 이런 것은 애초에 없다. 단지 그냥 빽이 있으면 잘 풀리는 것이고 없으면 순탄치 않게 풀리는것이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삶의 법칙이랄까? 일과 전혀 무관한 전공을 가졌어도 집안이 좋으면 으너 회사 어느 부서에건 낙하산을 타고 들어갈 수 있다. 적응은 주변 사람들이 하는 것이니 진골/성골의 피를 가지신 분들이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에 살아있는 골품제가 아니고 무엇이려나?

posted by Bogdanov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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