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Bogdanovic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otice

'저공해자동차'에 해당되는 글 1

  1. 2013.08.16 차를 살 때 고려한 것들
2013. 8. 16. 02:19 사는 이야기

 2009년 여름에 면허를 딴 내가 처음으로 내 차를 구입한 것은 2012년 2월이었다. 그 동안 저축을 한 것도 있지만 자동차라는 것은 수중에 들어오는 즉시 돈이 빠져나가는 물건이며, 타고다니다 보면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기에 고민할 것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 것들 중에는 적정한 가격의 차량선정과 그에 필요한 예산을 모으는 것도 있었으니 생각만으로 2년 넘은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우선적으로 생각한 것은 자동차가 내게 과연 당장 필요한 물건인가 하는 점이었다. 운전을 한다는 것이 물론 삶을 사는데 있어서 매우 유용한 기술이며 많은 사람들이 할 줄 아는 일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하철과 버스로 출퇴근을 하는 내게 있어서 자동차라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가 하는 것 역시 생각해야 할 문제 중 하나였다. 그것을 살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도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자동차 구입을 결정하게된 이유는 1. 현재 내 수입과 저축액을 고려할 때 한국이란 나라에서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2. 철도 및 대중교통으로 다니는 여행에 한계를 느끼고 더 많은 곳을 자유로운 시간에 다니고 싶다. 3. 집에 자동차 한 대쯤 있는 것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내가 태어나서 이 나이 먹도록 우리집에는 차라는 것이 들어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4. 현재 수입 수준이 자동차 한대는 굴릴 만큼은 될거 같다는 계산 5. 누군가 같이 여행갈 사람이 생긴다면 좋은 이동 수단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고려한 것은 어느 정도까지가 내가 차 값에 지출해도 큰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과 어느 정도 급의 차량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오랜 시간의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차량의 가격은 3천대 초반을 넘지 않을 것, 자동차세를 고려할 때 1600cc정도면 좋겠다는 것, 기름값을 고려할 때 이왕이면 디젤이며 연비가 좋은 차일 것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내수/수출용 품질/보증기간 차별하는 현대/기아차는 당연히 고려 대상이 안되었다. 오히려 소나타 풀옵션의 가격은 내가 선택하게 된 차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은 것임을 주장하기 위한 좋은 본보기가 된 것이 사실이다.

 대략적인 윤곽이 그려진 후에 한 일은 인터넷을 통한 후보 차량에 대한 정보 수집이었다.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을 물론 100% 신뢰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말하는 내용중 공통되는 내용을 통해 그 차가 어떤 장단점을 갖고 있는지 대략적인 내용들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정보를 수집하다보면 그 차량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남이 하는 말은 참고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내 차를 운전할 것도 아니고 주변에 차좀 안다고 뻐기고 다니는 인간들이 그 차를 살 것도 아니다. 내가 사서 움직일 차인 만큼 무엇보다도 나의 느낌과 판단이 중요한 것이다. 차를 보여주기 위해 사는 사람이라면 그냥 앞선 세대들이 살아온 대로 아반떼-소나타-그랜저의 테크트리를 타면 된다. 그게 마음편하고 안심이 된다면 말이다.

 이렇게 해서 대략 4~5대 정도의 후보군이 형성된 다음엔 본격적으로 매장 탐사에 들어갔다. 고려 대상은 브랜드가 되었지 국산/외산으로 물 가르듯이 가르지는 않았다. 물론 첫 차를 외산으로 구입 한다는 것은 아직 한국적인 정서를 완전히 빼내지 못한 내게 있어서 아주 부담이 안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떤 사람들 처럼 3년에 한 번씩 차를 바꿀것도 아니고 10년 이상 길게 보며 시작한 일이기에 그런 제한은 두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아직 운전에 크게 자신이 없고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생각하였기에 지인 중 자동차회사에 다니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같이 돌아다니며 조언을 부탁했다. 그리고 마침내 최종 선택을 하고 계약서까지 쓰게 된다. 물론 차를 보러 다닐 때 수중의 총알은 충분히 차 값을 모두 지불하고 남을 정도를 모은 시점이었다. 자동차 할부, 이거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캐피털회사들만 좋은일 시키는 높은 이율의 이자놀이가 아닐 수 없다.

 써놓고 보니 매우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후보군이 고만고만해서인지 성능은 대부분 비슷한 수준이었기에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결국 감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 넓은 시야를 보장해주는 전면유리와 꽤 넓은 파노라마 썬루프, 동급의 독일차가 보여준 비교적 좋지 않은 내장재등의 영향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내가 이 차를 선택한 이유는 남에게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다. 연비등 여러가지 점을 고려할 때 경제적이라는 판단도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타보지 않고 입으로 떠들기만 하는 인간들의 말을 한귀로 흘려보낸 것 하나 만큼은 정말 잘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대차를 팔아주면 안되는 이유  (0) 2014.01.30
연차  (0) 2013.09.11
정상적인 삶이란 무엇일까?  (2) 2013.07.16
회사를 다닌 후  (0) 2013.04.29
월요일 새벽의 끄적임  (0) 2013.01.21
posted by Bogdanovic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