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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23. 03:13 여행

 모처럼 자유여행으로 하루 비워둔 날이다. 다음날이면 토론토로 떠나야 하기에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이곳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지인이 추천해준 L'Oratoire Saint-Joseph du Mont-Royal(로라투아르 생-조제프 뒤 몽-루아얄, 루아얄산의 생-조제프 성당 정도 되려나)를 비롯하여 시장과 올림픽 경기장등을 돌아볼 생각이었다. 날씨는 오전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고 저녁엔 비 예보도 있었다. 저녁엔 축구 경기를 보러갈 예정이었다.


 첫 번째 목적지인 생-조제프 성당은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조금 걸어가야 한다. 몽 루아얄이라는 호칭이 있다시피 도착해서도 만들어진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보니 올라오면 몬트리올 시내가 제법 잘 내려다 보인다. 중앙에는 걸어서 올라가면 안되는 계단이 하나 있는데, 무릎을 꿇고 올라가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성당주변 풍경은 한적한 공원 분위기다. 천천히 성당과 주변 경관을 둘러보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점심은 쁘띠뜨 이딸리(Petite Italie) 구역에서 먹기로 했다. 올림픽 경기장은 시 외곽에 있었고, 이 구역에 있는 시장도 구경할 생각이었다. 작은 이탈리아라는 이름 답게 이곳에 오면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넘어온듯한 느낌이 든다. 가게 간판도 어느덧 프랑스어에서 이탈리아어로 바뀌기 시작한다. 천천히 거리를 구경하고, 괜찮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해결했다. 여행을 오면 어디어디서 반드시 뭘 먹겠다고 정하고 다니는 성격이 아니다보니 이렇게 얻어걸리는 식당들이 제법 괜찮을 때가 많이 있는 편이다.


 식사를 마치고 향한 올림픽 공원의 경기장은 과거에는 종합운동장이었으나 이제는 지붕을 덮은 돔구장이 되었고, 독특한 모양은 전망대를 추가로 설치했다. 이 곳에 오르면 몬트리올 시내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으며, 몬트리올의 스포츠 역사에 대한 전시물고 관람이 가능하다. 아직도 축구경기나 공연이 열린다 하고, 몽레알 알루에뜨라는 이름의 캐나다축구(라고 하는데 미식축구의 캐나다식 변형이 아닐까 싶다.)팀도 과거에 홈구장으로 이용한 모양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바로 옆에 대형 영화관이 하나 있고, 멀지 않은 곳에 앵팍 드 몽레알(Impact de Montréal)의 홈구장인 사푸토 경기장이 있다. 경기 시작까지는 한참 시간이 남았으므로 기념품샵에 들어가 머플러 하나를 구입했다. 은퇴한지 한참된 칸나바로의 이름이 마킹된 셔츠도 아직 판매중이다. 팀의 주요 선수는 이탈리아 국적의 마르코 디 바이오(Marco Di Vaio)였다. 예전에 위닝일레븐 할 때 발렌시아 잡고 재미좀 보던 시절 즐겨 사용하던 선수다. (탄탄한 수비진과 아이마르, 디 바이오, 비야의 공격진이 제법 쓸만했다.)


 경기장 가는 길을 알아놓은 후 다시 숙소로 돌아와 주변 시장에서 기념품을 구입하고, 첫날 건성으로 지나쳤던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말 그대로 여유롭게 산책하는 오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날이 조금씩 흐려지는 것이 아무래도 뭔가 오긴 올것 같긴 한데 구름이 그렇게 많지 않아 우산은 따로 챙기지 않기로 했다. 비가 안오는데 손에 뭔가 들고다니는 것 만큼 귀찮은 일도 없으니 말이다. 어떤 도시를 떠나기 전 날에는 이렇게 산책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이드북에서 정해진 코스를 따라 도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냥 여유를 갖고 눈에 보이는대로, 마음이 내키는 대로 걸으며 이별을 앞둔 도시의 풍경을 눈에 담아둔다.




























 














posted by Bogdanovic
2015. 3. 17. 01:00 축구

 한동안 관심을 갖지 않은 사이에 스포탈도 많이 망가진 모양이다. 요약하자면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뛰는 애들을 A매치에 소집시키자는 말인데, 이런 기사를 보면 축구 기사를 쓰는 기자의 기본에 대해 우선 의심을 하게 된다. 적어도 이 기사를 쓴 사람은 국가대표팀과 클럽팀의 개념 조차도 제대로 모르는 우리 주변에서 널리 볼 수 있는 국빠 혹은 냄비라 칭할 수 있는 부류의 사람들과 다를바 없는 수준이라 하겠다. 1년에 축구 경기 티비로만 한 서너 경기 보려나?

 두말하면 잔소리겠지만 우선 국가대표팀의 개념부터 다시 짚고 가자. 한국에서 축구는 그동안 국가대표가 전부이다 보니 선수를 키우는 것도 국가대표팀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러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데는 여태까지 기자라는 사람들이 뿌려온 수준 이하의 기사들이 한몫 하기는 했다. 그러다보니 국가 대항전 승리가 마치 선진국 인증이라도 되는양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축구는 그 자체로 자존심이며, 안되는 실력을 기레기들이 좋아하는 단어인 정신력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쓰레기 취급을 했던 것이 아닐까? 그놈의 정신력도 실력 앞에선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건 국가대표경기 수십년을 봐도 이해를 못하는거 같긴 하다.

 근본적으로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곳은 클럽팀이다. 작은 클럽들은 유망주를 잘 키워서 비싼값에 팔아 부족한 재원을 충당할 수 있고, 큰 클럽들은 잘하는 선수들을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영업하여 좋은 성적을 내서 더 큰 수입원을 확보하려 한다. 이를테면 광고나 중계권료 같은 것 말이다. 대륙의 클럽 대항전 출전으로 인해 얻어지는 부수입과 그렇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수입의 차이는 매우 크다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클럽팀들은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과 더불어 스카우터들을 통해 유망주와 즉시 전력감이 될만한 선수들을 끊임없이 찾아다닌다.

 반면 국가대표팀은 그 나라의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선수들 중에서 활약이 두드러진 선수들을 소집하여 짧은 기간 발을 맞추고 성과를 내야 하는 곳이다.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불러다 테스트를 해보는 곳이 아니라 소속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들을 불러다 놓고 결과를 내는 곳이 대표팀이라는 소리다. 축구 선수들 중에는 매우 어린 나이부터 두각을 보이는 선수들이 간혹 나오는 법이며 그러다보니 대표팀 데뷔도 매우 빠른 선수들도 늘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는 이들의 믿음대로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그런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하면 그런 것은 당연히 아니다.

 이들은 아직 성인무대에 발조차 들이지 못한, 아직은 유망주라 불러야 하는 단계의 선수들이다. 간혹 개념없게 노르웨이의 외데가르드를 비교 대상으로 만드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선수는 이미 15세에 자국리그 성인팀에서 데뷔를 한 상태고 레알마드리드로의 이적도 유소년팀으로 한 것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챔피언스리그 출장 선수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는 기사도 나왔다. 이말인즉 이 선수는 이미 성인팀의 구성원이라 할 수 있는 것인데 어떻게 직접 비교가 가능할까? 웨인 루니? 루니는 이미 만 17세 생일날 아스날을 상대로 리그 데뷔골을 기록했고, 그에 앞서 이미 컵대회 득점을 통해 에버튼의 최연소 득점 기록을 갈아치운 상태였다. 이런 천재들을 아직 성인팀 계약은 고사하고 아직 B팀 명단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유소년 선수들하고 비교하는 것이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러한 착각을 가능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는 물론 과거에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 선발에 어떤 일정한 기준이 없거나 클럽팀의 기본적인 역할이 애매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미 꽤 많은 것이 선진국의 그것과 같이 체계화가 되었고, 각 연령별 대표팀도 과거 어느때와 비교해도 체계가 잡혀있는 시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마당에 단지 소속팀이 유럽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전 무대에서 검증조차 되지 않은 선수들을 성인 대표팀에 소집해야 한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인지 정말로 궁금할 뿐이다. 루니처럼 성인팀에서 나이에 걸맞지 않은 멋진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면 대표팀 조기 소집을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아직 저들은 그 단계도 아닐뿐더러 올림픽팀에서 뛸 수준도 아니라고 본다. 이들은 아직 아무것도 보여준 것이 없다.

 친구들 사이에서 공좀 찬다 해서 그 실력이 다른 연령대에서도 통하리라는 보장은 없으며, 그러고 싶다면 스스로 실력으로 그것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 소속팀에서 혹은 바르셀로나가 그러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팀이라면 자신이 뛸만한 수준에 맞는 팀에서라도 그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 전까지 이미 두어 단계를 건너뛴 올림픽 대표는 물론이고 국가대표팀 발탁 얘기가 나오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이미 국내외 리그에서 이들보다 검증된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은 충분히 있으며, 유소년 유망주들에게 그 자리를 빼앗겨야 하는 선수가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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