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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계획'에 해당되는 글 1

  1. 2015.12.09 내가 여행하는 법
2015. 12. 9. 04:10 여행

 나는 해외여행을 갈 때 데이터로밍을 하지 않는다. 일단 외국에 나가면 급하게 연락받고 행동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도 있고, 일단 회사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기 때문이기도 했다. 처음 해외여행을 나갈 무렵에는 스마트폰이 국내에 들어오기 전이었기에 아예 로밍도 하지 않고 출국했었다. 아이폰으로 바꾸기 전까지 해외여행시 휴대폰은 가방속에 고이 모셔져 있는 집열쇠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도입된 초창기에 해외 데이터 사용 요금이 제법 무시무시한 수준이었기에 숙소에 머물때만 인터넷 사용하는 것이 습관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지금 사용중인 스마트폰은 여행중엔 카메라 역할을 하고, 숙소에 돌아온 이후에는 소셜미디어로 가족/친구들과 연락하는 도구로만 사용될 뿐이다.

 보통은 출국 직전에 셀룰러데이터 차단을 걸고, 공항이나 숙소에 도착해서 무료로 와이파이 사용법을 찾는 편이다.(차단 서비스는 솔직히 기기 사용법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딱히 필요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숙소에 돌아오면 주머니 속에서 메신저의 알림소리가 가장 먼저 들려온다. 한국에 있을때는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살기에 쉬는 동안에라도 잠시 인터넷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물론 한 번은 몰상식한 상사로부터 현지 시차를 무시한 채 한국시간으론 한참 업무중인 시간이었겠지만 새벽 3시 반에 전화가 온적이 있다. 자는 중이라 받지는 못했지만 부재중 전화가 걸려온 시간을 보고 화가 많이 났었다. (매우 급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었기에 더욱 더 휴가를 망치는 기분이 들었던 일이다.)

 이렇게 다니다보면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열차나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함께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볼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오래 머무는 곳이 아니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곳들의 모습을 더 많이 눈에 담아놓을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물론 요즘엔 그 나라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뉴스보는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되지만, 사소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같은 느낌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다니다보면 부가적으로 휴대폰 배터리 사용시간도 많이 늘어나게 되면서, 보조배터리를 사용하거나 충전할 장소를 찾아다닐 이유도 없어진다.


 현찰은 선진국의 경우 우리돈으로 10만원 내외를 하루 일당으로 환전하여, 1일 사용분만 여러 주머니에 분산 후 가지고 다닌다. 하루치 예산은 별도로 분류하여 보관 후 해당하는 날짜에 정해진 만큼만 갖고 나간다. 갖고 나간 돈이 남게되면 다음날 사용하기로 한 금액에 더하게 된다. 이러다보면 여행 마지막에는 하루에 들고나가는 금액이 이틀치 예산이 될 때가 있기도 한데, 그런 경우엔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지출을 아끼던 것을 사는데 사용하거나, 보통은 잘 가지 않는 비싼 음식점에 가서 다 털어버리곤 한다. 그래도 남는 경우엔 출국당일 면세점에서 동전들과 함께 다 써버린다. 한국에 갖고 들어와서 재환전한 경우는 아직 없었다.

 동전을 수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기념품 차원으로 종류별로 한 종류씩의 동전은 따로 챙겨둔다. 여행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계산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보통 첫날 일정을 마치고 나면 숙소에 도착한 후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이런 동전 분류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나라인 경우에는 사용하는 국가에 따라 앞면의 디자인이 다 다르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앞면 디자인별로 모아볼까 하다가 이제는 포기한 상태다. 중국 동전이 아직 남은게 없는 것은 회사에서 워크샵이라는 이름으로 금요일 밤 출국/일요일 밤 귀국 일정으로 단체관광 비슷하게 다녀오는 바람에 개인적인 지출을 할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가서 결산 자체를 매우 꼼꼼하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루가 끝나고 숙소에 들어오면 보통 지폐와 동전이 얼마나 남았는지만 확인하고 넘어간다. 예전에 한 번 꼼꼼하게 체크해본다고 시도는 해봤는데 어딘지 모르게 조금씩 맞지 않은 것도 있고, 그날그날 어디에 무슨일로 지출했는지 가계부 쓰듯이 하는 일을 휴가와서까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한 상태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쓰고, 남는 돈은 다음날 예산에 보태고 하다보면 그럭저럭 낭비도 없고, 부족하지도 않은 여행이 되곤 한다.


 새로운 목적지가 정해지면 가장 먼저 서점으로 달려가 론리플래닛을 구입한다. 그 두꺼운 책을 모두 읽고 머리에 넣기 위한것은 아니고, 단지 참고 자료로 이보다 좋은 것은 없는것 같다. 시중에 팔리는 수 많은 우리말로된 여행 서적은 보통 수필형식으로 된 것이 아니면 사진으로 도배된 것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안가는 서호주의 퍼스나, 캐나다의 몬트리올 같은 경우 다른 호주와 캐나다 지역 설명에 대한 부록 수준으로 언급된 것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으로 휴가를 가는 경우 가급적이면 얇은 것으로 한 권씩 살 때도 있다.

 여행 계획은 촘촘하게 짜는 편이 아니다. 나라를 정하고, 도시를 정하고 나면 꼭 봐야할 곳을 몇 곳 정하고 그 안에서는 즉흥적으로 움직일때가 많다. 음식점은 책에 나온 것들을 참고하는 수준이고, 그냥 돌아다니다 괜찮아 보이는 곳에서 식사를 하는 편인데 간혹 이러다 유명한 맛집이 얻어걸리는 때도 있다. 나고야에 갔을때는 유명한 식당 한 곳을 제외하고는 그냥 가까이 있는 유명한 음식을 파는 곳을 찾아다녔다. 책에 소개된 음식점에 가기 위해 시외로 이동하기 귀찮아서 그런 것도 물론 있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여행을 떠난 경우에는 공항에서 지도를 받아, 안내센터 직원한테 꼭 가야할 곳을 찍어달라 해서 본적도 있다. 작년 휴가때는 일본에서 갈아타는 비행기가 6시간이 넘게 지연되어, 공항에만 있기 싫어서 계획에도 없던 도쿄 시내 나들이를 갔는데, 이때도 공항에 있는 안내센터 직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덕분에 캐나다에서 쓰려던 CAD일부를 엔화로 즉석 환전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CAD일부를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휴가를 다녀온 후에 남는 것들은 스마트폰과 디카에 담긴 사진과 하나씩 늘어가는 론리플래닛 모음이다. 그리고 휴가와 함께한 추억들이 있는데 그 동안은 바쁘다는 핑계로 사진 정리 이외에 다른 기록을 남긴 것들이 없다. 이제 시간이 매우 많아지게 되었으므로, 최근에 다녀온 곳 부터 하나씩 기억을 더듬어 여행의 기록을 남겨볼 생각이다. 게으름병이 심해지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럴 생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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