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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7.09 새로울 것도 없는 축구얘기
2014. 7. 9. 01:24 축구

 그동안 나는 이전 블로그를 통해서도 선수선발은 국가대표팀 감독의 고유 권한이고, 감독의 임기는 계약대로 다 채워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었다. 이는 본프레레가 경질될때도, 조광래가 경질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뜸하게 대표팀 경기나 보면서 좀 아는척 하며 나대는 부류들, 소위 말하는 냄비들의 선동질 따위에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었기 때문이며, 이런 인간들이 바라는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호날두급 선수였기에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의 경우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확실히 내가 봐도 이번 대회에 대한 나의 시선은 이전 대회와는 확연히 다르다. 지난 대회의 경우 비록 아쉽게 대표로 선발되지 못한 선수가 한 두명 정도는 있었지만 전체적인 멤버를 볼 때 대부분 소속팀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온 선수들이었다. 이런 선수들을 못알아보는건 그냥 평소에 축구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드러내줄 뿐이고, 4년에 한 번씩 깨어나는 전형적인 냄비 인증일 뿐이다. 아무튼 이번 대회의 선수선발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어보였고, 특히 박주영의 선발에 와서는 이런 팀으로 어디 얼마나 잘되는지 두고보자는 오기마저 발동하게 되었다.

 선수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 그런게 있다고 하더라도 실력으로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다면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해 일방적인 비난을 퍼부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과거 어느 대표팀에 이토록 소속팀에서 없는 취급을 받고, 경기에도 못나오는(덕분에 골도 없는) 선수를 선발한 적이 있었던 말인가? 그와 대비되게 열심하 자신이 속한 소속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박주영이 뽑히는 것을 보며 과연 희망을 가졌을까 아니면 역시 인맥을 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이번 대회에서 유난히 이름값을 못한 것은 다름 아닌 소속팀 주전경쟁에서 밀려난 해외파들이었다. 영국, 독일에서 뛰면 뭐하나? 경기에도 제대로 못나오고 실전감각이나 체력은 말이 아닌데. 이들이 과연 K리그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보다 나은 점이 무엇이었을지 의문이다. 국가대표 선발기준에 소속팀에서 주는 급여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인가? 아무리 봐도 국내파 선수들보다 나을 것이 없는 지동원, 김보경, 윤석영등이 박주영과 더불어 선발되는 꼴을 봤을 때 차라리 철저하게 쳐발리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생기게 되었으니 말이다.

 미리 말해두자면 나는 낙하산들을 굉장히 혐오한다. 회사에서건 사회에서건 간에 정정당당하게 능력으로 못겨루는 비겁한 것들이 속임수를 써서 좋은 자리에 앉아 잘나가는 것 만큼 꼴사나운 것도 없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심지어 축구판에서도 이런 꼬라지를 봐야 했으니 대표팀에 대한 혐오감이 어느 정도인지는 따로 묘사하지는 않겠다. 아무튼 이런 대표팀으로 보란듯이 대회 망친 감독이 한다는 소리가 좋은 경험을 했다였으니 분노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감이 오긴 했지만 그동안 아무 것도 안해온 축구협회는 이런저런 핑계로 홍명보의 유임을 결정했으니 이젠 절대로 내 돈주고 국가대표팀 경기는 보러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축구 경기라는 것은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으며, 잘 하는 날도 있고, 못하는 날도 있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에 정말 화가 나는 것은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때문인 것이다. 본인 입으로 내뱉은 원칙마저도 깡그리 뒤엎어 버리고 자기 새끼들만 챙겨간 결과 4년에 한 번씩 밖에 못보는 대회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날리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지는 사람도 아무도 없으니, 도대체 왜 이런놈들이 잘먹고 잘 살라고 저따위 대표팀에게 성원과 돈을 안겨줘야 한단 말인가?

 그깟 공놀이 잘한다고 갑자기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최저임금이 올라가며, 정치판에 활개치는 더러운 팬덤과 온갖 종류의 빠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테지만, 적어도 웃고 즐기며 대회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비난을 할 수 없게될텐데, 이번 대표팀은 전지훈련, 평가전, 선수선발에서 본선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아무것도 없어보인다. 한마디로 말해서 총체적 부실, 과거에 비해 더 나은 자원을 갖고 이것 밖에 못한 것은 마땅히 문책이 따라야 하고 누군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도 옷을 벗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이게 이 나라의 상식이라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posted by Bogdanov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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