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의 1/4은 회사 소속이었다. 1/2은 먹고살 일을 만드느라 토요일과 휴일도 없이 바쁘게 뒤어다녔고, 나머지 1/4은 아무것도 안하며 보내고 있다. 새해가 밝을 무렵에 이렇게 갑자기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나름 투잡으로 준비하는 것이 있었기에 미련없이 사표를 던지고 나왔지만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예상대로라면 회사 다닐때 만큼은 아니더라도 계속되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회사에 출근을 하고 기약없는 퇴근시간과 끝없는 업무에 파묻혀 살 때도 미래는 없어보였다. 비교적 괜찮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곳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으로 무언가를 할 수는 없어보였다. 집값은 이미 월급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으니 매년 1번씩 해외로 나가는 휴가와 자동차 생활 정도가 회사에서 나오는 월급과 매우 짧게 주어지는 휴가를 활용하여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내 사업을 한다는 것은 그 만큼 애착이 가는 일이지만 여기서 손익이 맞지 않기 시작하면 머리속이 매우 복잡해진다. 봄에는 이런저런 준비와 더불어 공사를 한다고 장사가 잘 안되었고, 6월과 7월에는 메르스 덕분에 아주 난리가 났다. 그때 어려워진 사정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리라. 부가세 환급을 받았지만 큰 구멍을 메우는데는 무리가 있었고, 결국엔 다시 따로 무언가를 하기 위해 사업장을 떠나기로 했다. 자금수지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때마다 비상금을 털고 친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건물주를 먹여 살려야 했다. 나는 굶으면서 말이다.
이제는 하는 일 없이 회사다니며 벌어놓은, 투자 후 남겨놓은 아주 적은 비상금을, 까먹으며 사는 처지가 되었다. 덕분에 되도록이면 외출도 자제하며 집에 있다보니 남아도는 것은 시간이되, 그동안 누적된 피로 탓인지 낮잠이 버릇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는 것은 여러모로 안 좋을것 같고, 역시나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골치가 아파오지만 이렇다할 대안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누구 말대로 한창 일할나이긴 하지만 어쩌랴, 국가와 사회가 원하지 않는 자원이 되는듯한 이 느낌을.
이 시간에 이런 넋두리를 읊어대는 것도 매우 오랜만의 일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서 누가 볼지도 모르는 공간에 생각나는대로 질러대고 있다. 이것 참 뭐하는 짓이지 모르겠다. 몸과 마음이 더 피폐해지기 전에 다른 좋은 길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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